<신문로 칼럼>배타적 공동체 문화와 월드컵(김경애 2002.05.21)

지역내일 2002-05-21
배타적 공동체 문화와 월드컵
김경애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여성학


월드컵 축구 경기에 대해 라틴 아메리카 각 국은 물론 유럽인들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는 1994년 월드컵 축구경기가 진행될 때 영국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당시 영국팀과 독일팀의 경기에서 영국팀이 지자 영국학생들은 캠퍼스에 세워져 있던 독일제 차를 모조리 망가뜨렸을 만큼 그 열기는 뜨거웠다.
월드컵 개최만큼 우리 나라가 전 세계인의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되는 기회는 쉽게 다시 오지 는 않을 것 같다. 월드컵 개최는 우리나라 역사상 너무도 중요한 행사라는 것은 자명하다. 올림픽경기는 서울과 부산 등 국한된 지역에서 열렸지만 월드컵은 전국 주요 도시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우리 나라를 통째로 세계에 드러내게 된다는 점에서 전 국민적인 관심과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배타적 공동체 문화 잔존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화장실 청결과 식당 등에서 서비스가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게 될 것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행사와 해외여행을 통해 외국인들과 교류가 잦아졌지만 낮선 사람들과의 진정한 소통은 잘 이루어지는 것 같지 않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부락공동체 문화 속에서 살았다. 전통 사회에서는 교통이 발달하지 못하다 보니 평생을 농촌공동체에서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만 사는 경우도 허다하여 낮선 사람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배타적이었다.
정보화 사회인 오늘날에도 전통사회의 배타적 공동체 문화는 잔존하면서, 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우리만 중요시 여기는 연고주의로 나타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형성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일상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면 길거리에서 낮선 사람의 발을 밟고도 ‘미안하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고, 호의를 받고도 ‘고맙다’는 간단한 인사를 적절한 때 하지 못한다. 이러한 태도는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이 생활화되어 있는 서구 사람들에게는 매우 무례하게 보이며 불쾌감을 안겨 준다. 이런 경험을 한 외국인이 한때나마 우리가 스스로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임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정말 놀랄 것이다.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이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는 사람들에게 대해서 일뿐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사소한 인사 한마디를 아끼지 않는 것에서부터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을 시작하면 어떨까싶다.
타인의 대한 무관심과 배타적인 문화는 아파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곳마다 그 아름다움을 유린하는 듯이 시멘트 덩어리들인 아파트가 서 있다. 마치 자신의 모습이 추악하여 더욱 아름다운 자연 풍경만 찾아다닌 것 같다. 아파트 어디에도 건축가의 심미안은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황량함의 상징이 아닌가한다.
이 아파트의 추악하고 황량한 겉모습과는 달리 아파트 내부를 보면 저마다 많은 돈을 들여 치장을 하고 비싼 가구를 들여놓고 베란다를 작은 정원으로 아름답게 꾸미기에 바쁘다. 내부는 나와 나의 가족, 우리들을 위해서 정성과 돈을 들여 가꾸지만 창문 밖의 황량함은 남에 대한 무관심하고 배타적인 문화를 드러낸다.

아파트 창밖을 꽃으로 장식하자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 모두 아파트 창밖에 화분대를 설치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해보자. 아파트 밖에 남을 위해서 꽃을 내놓는 다면 황량함의 상징처럼 보이는 아파트가 아름다워질 것이고, 내가 설치한 화분은 이웃 아파트 주민과 길거리의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이웃 아파트의 화분은 나를 즐겁게 할 것이다.
남을 즐겁게 하는 것이 곧 나를 즐겁게 한다는 이치를 통해 우리는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나와 우리가 아닌 남을 위해서 꽃 장식을 하면서 진정한 남에 대한 배려의 문화, 남과 진정하게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 모두 염원하는 우리 나라 축구팀의 16강에 진출에 못지 않게 우리는 많은 것을 얻게 되지 않을까?
월드컵대회 개막은 불과 2주일 여밖에 남지 않았으나 대회는 한 달간 계속된다. 그리고 월드컵대회가 끝난 후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서로 인사하고 창밖에 꽃을 내놓아 보자.



김경애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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