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단일기]

음악을 나누는 꿈의 오케스트라

지역내일 2016-09-15

고색고 음악과신아영 교사

음악교사로서 교직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내겐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피아노 전공이었던 내게 60여명의 학생이 있는 합창부가 맡겨진 것이었다. 학생들의 발성지도와 지휘는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에 나름 의욕도 생겼다.
지휘와 발성에 대한 열정적인 배움으로 마침내 60여명의 학생들의 목소리는 하나가 되고 내 지휘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음악이 되었다.
첫 학교의 배움과 열정이 조금씩 잊힐 찰나에 새로운 학교인 고색고에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Ⅰ 고색고 ‘관악(Wind) 오케스트라’
고색고는 남고이다. 덩치 큰 남학생들이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땀 냄새 나는 학교이다. 그런데 이런 학교에 오케스트라가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심지어 바이올린, 첼로의 현악오케스트라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관악기로 구성된 관악 오케스트라였다. 플루트, 클라리넷, 호른, 트롬본, 색소폰, 유포늄, 튜바 등의 관악기와 타악기들이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교에 비치되어 있었다. 정종욱 교장선생님도 오케스트라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내게 이 오케스트라를 맡기셨다.  
하지만 음악전공자인 내게도 여러 관악기의 연주법과 합주지도는 만만한 게 아니었다. 여러 악기의 악보가 하나로 합쳐진 총보를 보기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으며 기존에 연주를 할 줄 아는 3학년들은 입시 때문에 오케스트라를 떠난 상태였다. 결국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Ⅱ 함께하는 ‘음악 오케스트라’
사실 남학생들과 음악은 다소 친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소 음정이 맞지 않아도 아침, 점심, 야자시간을 기꺼이 할애해 즐겁게 악기연습, 합주, 레슨을 받는 남학생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내 편견이란 걸 깨달았다. 물론 나도 학교에서의 많은 시간을 오케스트라에 쏟으며 함께하려고 노력했다. 거의 대부분의 오케스트라 학생들이 악기를 처음 접해보는 경우가 많아 사실 어려운 합주곡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음악을 잘 연주하는 것보다 음악을 통해 같이 호흡하며, 같이 연주하는 것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여러 가지의 악기가 하나의 소리를 내며 박자와 음을 통해 때론 함께였다가 때론 어떤 악기를 기다려주기도 하고 다른 악기의 연주도 귀 기울여 듣기 시작하자 합주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케스트라는 독주보다 모두 함께 연주하는 순간 최고의 물아일체의 경험을 선사하는데 이 연주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행사는 물론 초청 공연 및 외부 대회에도 참가하며 2015년 수원시학생음악경연대회 최우수상, 2016년 경기도관악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함께 연주하는 기쁨과 행복한 순간들을 함께한 학생들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됐을 것이다.
 
Ⅲ 음악은 ‘또 다른 언어’
오케스트라를 지도하면서 다른 선생님들한테 매번 받는 질문이 있다.
“ ○○○ 학생 오케스트라는 잘 하나요? ”
학급에서 또는 다른 교과시간에 산만하거나 집중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은 잘 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의 개별적인 개성은 쉽게 변하지는 않지만 오케스트라 지도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음악은 어느 정도 이런 점들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공부에 관심이 없고 불성실한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학교생활에서의 즐거움을 찾고 그들이 발휘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다른 교과시간에 말을 거의 하지 않고 간단한 발표조차 꺼리는 학생이 오케스트라 단원이라서 놀란 적이 있었는데 더 놀라웠던 것은 음악실에서의 학생의 모습이었다. 후배들에게 조곤조곤 자신이 연주하는 색소폰에 대해서 가르쳐주기도 하며 다양한 음악을 듣고 와서 내게 다음번 합주곡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이 학생에게 음악은 아마도 또 다른 언어로 자신의 다른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였을 것이다.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가 오케스트라를 통해 진로를 찾은 경우도 있다. 오케스트라 활동 중 레슨 받은 악기를 자신의 진로로 결정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연습실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학교 음악실에서 밤늦게까지 연습하며 연주자의 꿈을 키우던 그 학생의 모습도 뿌듯한 경험 중의 하나이다.

때론 내가 음악을 전공했기에 학생들에게 조금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며 욕심을 부릴 때도 있다. 그러나 항상 음악은 함께 연주하고 나누며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오케스트라 활동뿐만 아니라 ‘10월에 어느 멋진 날에’, ‘고함제’ 등의 교내 여러 음악활동들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함께 즐기고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음악은 꿈꾸고 나눌 수 있는 훌륭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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