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수지지역 민요동호회 ‘소리둥지’]

무대 위에 서기 위한 노력이 늙지 않는 나 만들어

민요, 한국무요, 사물놀이, 장구 등 풍성한 공연이 가능한 실력자들의 모임

오은정 리포터 2016-09-28

국악을 좋아하면서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온 9명의 여사님들.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치열한 삶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지켜내기 힘들었던 시대였을 텐데 잘 버티어 회갑을 넘기고 고희를 맞이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들은 세월과 함께 국악인으로서 각자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그리고 뒤늦게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 민요동호회 ‘소리둥지’이다. 



국악 실력자들로 뭉친 소리둥지
 “다들 8~10년 이상 국악 관련 경력의 멤버들이라 내공들이 대단해요. 같은 동네에 살면서 취미가 같다보니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는데, 더 나이 들어 노인정 가지 말고 친목도 다지고 보람된 재능봉사도 하자며 2014년에 소리둥지를 결성했습니다.” 신순철 회장(68・용인 신봉동)의 소개말이다. '소리둥지'는 9명의 정회원으로 구성된 동호회인데 민요를 기본으로 하면서 각자 장구, 춤, 사물 등의 특기를 지니고 있어 풍성한 단독 레퍼토리 공연이 가능하다.  ‘소리둥지’의 실력이 많이 알려져 지금은 공연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
“함께 소리하고 공연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젊게 사는 느낌이라 우리끼리는 ‘소리둥지’가 노후보험이라고 말해요. 60~70살의 나이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공연을 다닐 수 있는 건강이 허락된 것에도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국악으로의 힘든 여로
죽전주민센터의 민요강사인 이수진(64・용인 상현동)씨는 1990년도부터 취미로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민요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이 키우느라 바쁘고 신랑도 반대가 심해서 중간에 그만둔 적도 있죠. 애들 대학에 다 보내고 용인으로 이사 와서 다시 시작했어요. 학원도 다니면서 경기민요 57호 인간문화재 이춘희 선생님께 사사를 받았죠.”
홍경숙(65·용인 성복동)씨는 장구선생님인데, 중학교에서 민요와 장구, 사물놀이 등을 가르쳐 왔다. “나 처녀 때는 국악을 배울 곳이 없었지. 기생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인식이 많았거든. 실제로 동료 중에는 기생들에게 배우는 사람도 많았어요.”
염석순(68·용인 성복동)씨는 늦게 민요를 시작했지만 늦바람이 무섭다고 현재 만학도로 중앙대 예술대에서 ‘지도자교육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다. “마음 맞고 취미도 같은 동네 친구들과 이렇게 활동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서로의 실력을 인정할 수 있는 위치여서 더욱 좋죠.” 



너무 바빠 늙을 틈도 없다는 여사님들
‘소리둥지’가 국악공연단이다 보니 대부분 비슷한 나이 대의 관객들을 대상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다.
“같은 나이 대 관객 앞에 서게 되면 관객과 공연자로서 입장이 매우 다르죠. 무대에 오르기 위해 늘 자신을 가꾸고, 무대에 선 보람을 느끼며 끊임없이 나의 정체성을 찾게 돼요.” 유정민 씨가 말하니 ‘맞다 맞다’며 소리둥지 회원들이 입을 모아 공감한다.
‘소리둥지’ 회원들은 공연 연습에, 국악 지도에 너무 바빠 늙으려 해도 늙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인지 여사님들의 외모나 목소리, 행동에서 젊음과 열정이 배어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점잖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정적인 취미를 찾는 경향이 많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동적인 취미활동을 갖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공연 순서와 가사를 외우기 위해 늘 노력하기 때문에 치매예방에 좋고, 국악 공연자에게 한국 무용 춤사위는 기본이라서 무리되지 않는 신체 운동이 된다. 민요를 부르는 것은 호흡에도 정말 좋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민요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열정적인 무대 위에서 내 정체성 찾는다
‘소리둥지’ 회원들은 공연을 통해 감동을 받고 깨달음을 얻는다고 한다. 염석순씨는 장애인 학교 봉사 공연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장애인 학생들이 다른 공연에 집중을 못하다가 민요가락이 흘러나오자 순간 집중을 하는 거예요. 공연 후 반응도 뜨거웠죠. 우리 가락, 우리 민요의 흥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구나 하며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혜란 씨는 외국 초청 공연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민요, 우리 춤, 사물놀이 공연에 외국인들이 한국인보다 더 큰 호응을 해주더군요. 한복 입은 자태에 한번 반하고 색다른 소리에 감탄을 해요. 우리는 우리 것의 가치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어요.”
9월 23일 용인문화예술원에서 공연이 있어 자주 만나 연습을 하고 있다. 물 허벅 장단에 맞춘 제주민요 공연인데, 회원들이 타악기를 직접 제작했다. 장단에 맞춰 노들강변과 도라지 타령을 부르는데 흥이 절로 났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무대에 선 그분들의 공연을 언젠가 한번 꼭 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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