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가지 뿐, “잊어 버려”
학교 교사 부모에 아무 기대 없다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132개의 청소년 및 시민 단체들이 모여 ‘학교폭력 대책협의회’를 구성했다. 당사자인 학생들은 학교폭력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즈엔>은 청소년 3명과 청소년 인터넷방송국 스스로넷 영상팀이 만든 다큐 ‘청소년 폭력 보고서’ 를 보고 청소년이 바라보는 학교폭력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에는 서울 J고등학교 2학년 노철희, 박준환, 김영대 군이 참여했다.(방담 내용의 구체적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편집자 주
-: 애들이 너무 잔인해. 저렇게까지 심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는 본적 없는데, 잘 믿어지지 않는걸.
-: 무슨 소리냐? 학교에서도 비슷한 비디오 여러 번 봤는데. 다구리(한사람을 여럿이 둘러싸고 때리는 행위) 당하는 장면은 꽤 여러 번 목격했었어.
-: 나도 그래. 고등학교에서는 뜸하지만 중학교 때는 저런 게 흔한 일이잖아. 별로 새로울 건 없는 내용 같아.
-: 그럼 저렇게 심하게 맞은 애들을 직접 본적 있단 말이야?
-: 저런 사례가 나올 소지는 얼마든지 있어. 중학교는 폭력이 일상화돼 있잖아. 고등학교 1학년까지도 그런 편이고. 그때는 폭력서클에 가입하고 다른 애들을 패는 게 멋져 보인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 당연하지.
가치관 안 서있는 시기, 누구나 가해자 된다
-: 솔직히 그때 무슨 생각을 하겠냐? 폭력집단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 구분이 없는 데다, 가치관도 제대로 안 서있는 상태잖아.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애들도 별 생각 없이 따라서 행동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거라고.
-: 생각해보니 그렇네. 누구는 폭력적이고, 누구는 안 그렇다는 구별이 없었던 것 같아.
-: 맞지 않으려면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이지. 앞에 나서도 안되고 뒤에 처져도 안돼. 튀는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되고. 눈에 거슬리면 가만 안 두니까 말야.
-: 활발하던 아이들이 한번 맞고 나면 얌전해지더라. 의기소침해서 말도 안하고 함부로 앞에 나서지도 못하던데….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맞는 애들 보면 불쌍해 죽겠어.
-: 맞고 나서 신고한 사람은 거의 없잖아.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있어야지. 그러면 처벌도 못하잖아?
-: 맞아. 요즘은 때릴 때도 지능적으로 때린다며? 내 친구는 실컷 얻어맞은 데다가 가로등 아래로 끌려가 멍자국이 있는지 확인까지 당했다더라.
-: 또 맞을까봐 무서워서 어떻게 신고 하냐? 신고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선생님이나 부모님한테 말하라고 하는데, 말해서 뭐가 달라지겠냐? 어떻게 해줄 수 있는데?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어차피 징계가 끝나면 다시 때리는데 맞은 애만 손해잖아.
-: 맞아. 어른들한테 말하면 해결된다는 건 말로만 가능한 일이야. 솔직히 해결된 적은 한번도 없잖아. 가해학생을 선생님들이 더 심하게 때려서 사태가 더 악화될 때도 있어.
-: 신고해도 학교 이미지 떨어진다고 제대로 처벌도 안 하더라. 퇴학은커녕, 정학 당한 사람도 못 봤어. 어떻게든 덮으려고만 하지.
‘재미있는 구경 왜 말리냐’는 아이들
-: 그 방법이 통했으면 진작에 폭력이 사라졌겠지. 중상을 입거나 죽거나 해야 알려지고 처벌하지. 하긴 어떻게 그 많은 폭력현장을 일일이 단속하겠어?
-: 선생님도 못하고, 부모님도 못하고... 그럼 친구들이라도 나서야 하는 거 아냐?
-: 친구대신 복수라도 하라는 거냐?
-: 친한 친구가 맞았으면 당연히 찾아가서 복수해줘야지.
-: 이쪽에서 복수하면, 그쪽은 보복 안 하겠냐?
-: 섣불리 나섰다가는 나도 다칠게 뻔한데, 어떻게 나서냐? 요즘 솔직히 누가 싸운다고 해서 말리는 사람 있냐? 다들 구경하느라 바쁘지.
-: 말리려고 하면 구경하고 있는 애들이 오히려 말리려는 아이들을 막는 게 현실 아니냐. 구경하는 데만 관심 있고, 싸움을 말리거나 맞는 애들을 도와줘야 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지.
-: 자기 일이 아니면 거의 관심 없잖아. 솔직히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맞은 사람은 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야. 마음에 담아두면 자기만 힘들고 분하거든.
-: 맞는 말이야. 그냥 가만 놔두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아. 난 친구가 맞으면 그냥 잊어버리라고 해. 재수 없게 걸렸다 생각하라고. 그 외에는 해줄 게 없더라고.
-: 맞아,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어른들은 맨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난리인 것 같은데, 도대체 대책이 가능이나 한 거야?
강형미 기자 kkang@naeil.com미즈엔>
학교 교사 부모에 아무 기대 없다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132개의 청소년 및 시민 단체들이 모여 ‘학교폭력 대책협의회’를 구성했다. 당사자인 학생들은 학교폭력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즈엔>은 청소년 3명과 청소년 인터넷방송국 스스로넷 영상팀이 만든 다큐 ‘청소년 폭력 보고서’ 를 보고 청소년이 바라보는 학교폭력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에는 서울 J고등학교 2학년 노철희, 박준환, 김영대 군이 참여했다.(방담 내용의 구체적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편집자 주
-: 애들이 너무 잔인해. 저렇게까지 심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는 본적 없는데, 잘 믿어지지 않는걸.
-: 무슨 소리냐? 학교에서도 비슷한 비디오 여러 번 봤는데. 다구리(한사람을 여럿이 둘러싸고 때리는 행위) 당하는 장면은 꽤 여러 번 목격했었어.
-: 나도 그래. 고등학교에서는 뜸하지만 중학교 때는 저런 게 흔한 일이잖아. 별로 새로울 건 없는 내용 같아.
-: 그럼 저렇게 심하게 맞은 애들을 직접 본적 있단 말이야?
-: 저런 사례가 나올 소지는 얼마든지 있어. 중학교는 폭력이 일상화돼 있잖아. 고등학교 1학년까지도 그런 편이고. 그때는 폭력서클에 가입하고 다른 애들을 패는 게 멋져 보인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 당연하지.
가치관 안 서있는 시기, 누구나 가해자 된다
-: 솔직히 그때 무슨 생각을 하겠냐? 폭력집단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 구분이 없는 데다, 가치관도 제대로 안 서있는 상태잖아.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애들도 별 생각 없이 따라서 행동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거라고.
-: 생각해보니 그렇네. 누구는 폭력적이고, 누구는 안 그렇다는 구별이 없었던 것 같아.
-: 맞지 않으려면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이지. 앞에 나서도 안되고 뒤에 처져도 안돼. 튀는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되고. 눈에 거슬리면 가만 안 두니까 말야.
-: 활발하던 아이들이 한번 맞고 나면 얌전해지더라. 의기소침해서 말도 안하고 함부로 앞에 나서지도 못하던데….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맞는 애들 보면 불쌍해 죽겠어.
-: 맞고 나서 신고한 사람은 거의 없잖아.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있어야지. 그러면 처벌도 못하잖아?
-: 맞아. 요즘은 때릴 때도 지능적으로 때린다며? 내 친구는 실컷 얻어맞은 데다가 가로등 아래로 끌려가 멍자국이 있는지 확인까지 당했다더라.
-: 또 맞을까봐 무서워서 어떻게 신고 하냐? 신고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선생님이나 부모님한테 말하라고 하는데, 말해서 뭐가 달라지겠냐? 어떻게 해줄 수 있는데?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어차피 징계가 끝나면 다시 때리는데 맞은 애만 손해잖아.
-: 맞아. 어른들한테 말하면 해결된다는 건 말로만 가능한 일이야. 솔직히 해결된 적은 한번도 없잖아. 가해학생을 선생님들이 더 심하게 때려서 사태가 더 악화될 때도 있어.
-: 신고해도 학교 이미지 떨어진다고 제대로 처벌도 안 하더라. 퇴학은커녕, 정학 당한 사람도 못 봤어. 어떻게든 덮으려고만 하지.
‘재미있는 구경 왜 말리냐’는 아이들
-: 그 방법이 통했으면 진작에 폭력이 사라졌겠지. 중상을 입거나 죽거나 해야 알려지고 처벌하지. 하긴 어떻게 그 많은 폭력현장을 일일이 단속하겠어?
-: 선생님도 못하고, 부모님도 못하고... 그럼 친구들이라도 나서야 하는 거 아냐?
-: 친구대신 복수라도 하라는 거냐?
-: 친한 친구가 맞았으면 당연히 찾아가서 복수해줘야지.
-: 이쪽에서 복수하면, 그쪽은 보복 안 하겠냐?
-: 섣불리 나섰다가는 나도 다칠게 뻔한데, 어떻게 나서냐? 요즘 솔직히 누가 싸운다고 해서 말리는 사람 있냐? 다들 구경하느라 바쁘지.
-: 말리려고 하면 구경하고 있는 애들이 오히려 말리려는 아이들을 막는 게 현실 아니냐. 구경하는 데만 관심 있고, 싸움을 말리거나 맞는 애들을 도와줘야 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지.
-: 자기 일이 아니면 거의 관심 없잖아. 솔직히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맞은 사람은 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야. 마음에 담아두면 자기만 힘들고 분하거든.
-: 맞는 말이야. 그냥 가만 놔두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아. 난 친구가 맞으면 그냥 잊어버리라고 해. 재수 없게 걸렸다 생각하라고. 그 외에는 해줄 게 없더라고.
-: 맞아,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어른들은 맨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난리인 것 같은데, 도대체 대책이 가능이나 한 거야?
강형미 기자 kkang@naeil.com미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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