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월드컵 열기를 지방선거로(이경일 2002.06.11)

지역내일 2002-06-11
월드컵 열기를 지방선거로
이경일 언론인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나라가 온통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있다. 축구공 하나에 전 국민의 시선이 모아져 있는 것이다.
TV화면에는 하루종일 한국팀이 극적으로 상대팀을 누르고 승리해 환호작약하는 장면이 나오는가하면 신문은 1면을 비롯해 거의 전지면을 월드컵 기사로 도배질하고 있다.
이같은 월드컵 대회 열기는 수많은 국민들을 들뜨게 하고 고단한 삶을 꾸려가기에 바쁜 대다수 서민들에게 일상의 어려움을 잠시나마 잊게하는 최면효과마저도 거두게 하고 있다.
온 국민이 경기장과 길거리, 광장, 가정 등에서 ‘필승! 코리아’를 목이 터져라 외치며 한국팀을 응원하는 모습은 그동안 히딩크 감독 이하 우리 선수들이 흘린 피와 땀을 인정해 준다는 의미여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또한 입만 열면 애국애족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지역감정을 부추겨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뒷구멍으로 검은돈을 챙기기에 여념 없는 타락한 정치인들에 대한 간접적 경종으로 풀이할 수 있다. 6·13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축구에 열광하면서 선거에는 무관심을 나타내는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나 군사독재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온몸으로 떨쳐나왔던 찬란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3·15부정선거를 자행한 이승만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궐기한 대학생들과 청년들의 4·19혁명, 전두환 일파의 쿠데타 책동에 전시민이 떨쳐 일어난 5·18 광주민중항쟁, 얄팍한 속임수로 정권연장을 획책했던 군사독재정권에 반대해 전국적으로 일어난 1987년 6월의 시민항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선거무관심은 타락정치인에 대한 경고
그러나 국민들의 이러한 항쟁은 정치인들의 당리당략과 제몫챙기기, 정치권 전반의 부정부패는 물론 믿었던 정치지도자들의 제식구 감싸주기 등의 작태로 말미암아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만을 안겨주었다. YS, DJ 아들들이 한결같이 보여준 부정부패 연루와 국정농단은 이제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넘어 정치에 대한 체념상태까지 깊게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홀연히 나타난 월드컵은 국민들에게 한가닥 위안을 주고 있는지 모른다. 국민들이라고 월드컵 대회가 어디까지나 한갓 스포츠 행사에 지나지 않고, 배후에 FIFA(국제축구연맹)와 언론의 엉큼한 상업주의가 도사리고 있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IMF가 극복되었다고 정부와 언론이 호들갑스럽게 떠들지만 현실적으로는 얇아져만 가는 지갑사정에 근심이 끊이지 않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위안을 받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우리들이 아무리 실망에 빠져 있다고 하더라도 6·13 지방선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듯이, 지방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지방자치의 요체이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 없이는 참다운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 지방선거는 우리들의 근본과 기초를 다지는 선거일뿐만 아니라 12월 대선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지방선거에 무관심을 나타내는 이유는 중앙정치인들을 빼닮은 지방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한몫을 하고 있다.
98년 선출된 16명의 광역자치단체장들 가운데 6명이 부정선거와 부정부패 등에 연루되어 사법적 처벌을 받았거나 처벌 직전에 있는 현실이 단적으로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1995년 실시된 첫 번째 전국 동시 지방선거 투표율이 68.4%였고, 98년에는 52.7%였으나 이번에는 45.1%에 불과할 것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불신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들을 연령대별로 보면 50대 이상이 가장 높은 66.4%, 40대 45.6%, 30대 36.3%, 20대 29.0%로 젊은층일수록 투표의사가 낮았다.

‘붉은악마’ 열정으로 투표장에 나가야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20·30대의 정치무관심은 물론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런 무관심이 결과적으로 가져올 현상은 생각만해도 끔찍할 수 있다. 젊은이들의 정치무관심은 자칫 이 나라의 기득권 세력과 수구정치인들에게 당당한 정치주도권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중노년층에 비해 개혁적으로 평가되는 젊은층의 대규모 기권은 그런 의미에서 중대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젊은이들은 ‘붉은악마’ 유니폼을 통해 낡은 반공세대들이 엄두도 낼 수 없었던 ‘레드 콤플렉스’를 이 땅에서 일시에 몰아냈다. 그들은 붉은 깃발, 붉은 색만 보아도 혐오하고 백안시해왔던 ‘반공 콤플렉스’를 잠재운 열정으로 6·13 지방선거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월드컵 열기를 민주주의 발전으로 승화시키는 이중의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이경일 언론인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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