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모두 투표장으로 가자(신명식 2002.06.12)

지역내일 2002-06-12
모두 투표장으로 가자
신명식 편집위원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는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하는 것, 축구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당연히 ‘군대에서 축구 했던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월드컵을 계기로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남녀노소가 모두 축구에 열광하고 있다. 바로 15년 전인 1987년 6월 10일 100만 인파가 시청앞 광장에 모여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쳤던 뜨거운 감동이 같은 자리에서 한미 축구전에서 한국팀 응원을 통해 재연됐다. 더구나 레드콤플렉스와 미국이라는 터부가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날 붉은 셔츠가 거리를 붉게 물들였다. 87년 넥타이부대는 중년이 되어 빨간 넥타이를 매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응원을 하던 아줌마들은 경기가 끝나자 거리청소에 나섰다.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100만 인파들이 보여준 것은 열정과 질서였다. 이제 이 뜨거운 국민적 에너지를 내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30%라는 사상 최악의 투표율 나올까 우려
현재 지방선거 상황은 비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4일 전국의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결과는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65.9%나 된다고 한다. 투표율이 30%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맞아떨어지는 수치다. 부동층은 50대이상 55.5%, 40대 64.4%, 30대 67.9%, 20대 77.3%로 연령이 낮을수록 높아진다. 직업별로 보면 자영업이 59.7%로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대학생의 90.2%, 주부의 69.1%로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우리는 월드컵을 즐기겠다, 선거는 정치인 너희들의 잔치일 뿐이다”라고 냉소를 보내고 있다. 유권자의 심정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대통령 측근 실세와 아들들의 비리는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상대방 후보 개인의 석연찮은 전력을 공격하는 네가티브캠페인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일부 후보의 전력이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일부 정치지도자들은 사그러져가는 지역감정을 살려내기 위해 자극적 발언을 일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지저분한’ 정치판에 끼어들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정치권은 축구에 환호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국민들이 단지 화려한 볼거리에 탐닉하는 것만은 아니다. 히딩크가 ‘경영’한 한국축구가 국민들의 수년 묵은 체증을 한꺼번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특정지역과 특정학연이 끼리끼리 챙겨주고 비리를 저지르는 연고주의, 권위주의 문화, 그럴듯한 간판이 없으면 살기 힘든 간판위주 풍토가 최소한 축구대표팀 안에서는 사라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악습만 청산한다면 짧은 시간에 국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우리 국민이 갖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정치권의 대오각성을 요구한다.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한때 벼랑 끝에 몰렸던 민주당이 변화와 개혁을 선택했을 때 국민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이른바 ‘노풍’도 그때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대통령후보 선출후 민주당에는 집안싸움이 벌어지고, 노무현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석연찮은 행보를 보이자 국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냈다. 노풍의 추락은 여기서 비롯됐다.

지역주의자, 파렴치범 가려내기 위해 꼭 투표해야
한나라당도 자만할 처지는 아니다. 어느 누구든 변화를 거부하면 국민들은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정당 간판만 믿는 함량미달의 정치인이 발붙일 곳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텃밭에서 막대기만 세워도 이길 수 있다”는 정치권의 오만 방자함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사라져야 한다. 영호남에서 무소속의 강세가 오만의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준다.
내일 국민들은 ‘미워도 다시 한번’의 심정으로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최선의 후보가 없어도 좋다. 각종 비리사건에 정치적 책임을 질 위치에 서 있던 후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후보, 파렴치한 전과를 가진 후보, 돈으로 표를 사려는 후보를 걸러내기 위해서도 유권자는 모두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집에 배달된 선거공보를 찬찬히 살펴보자. 그리고 우리 지방의 살림꾼 또는 미래의 경영자로 키울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신중한 결정을 내리고, 반드시 투표장으로 나가자. 이것이 세계적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축구의 열기를 지방선거로 확산시키는 지혜로운 길이다.


신명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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