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의 불교문화 -석탑을 중심으로

기획 - (사)금오문화연구소 학술강좌 2

지역내일 2002-05-08
(사)금오문화연구소는 매달 한차례씩 학술강좌를 열기로 하고 지난 12일 ‘구미지역의 불교문화’를 주제로 한 강좌를 가톨릭근로자문화센타에서 개최했다.
본지는 구미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금오문화연구소 학술강좌의 내용을 요약, 매달 한차례씩 실을 예정이다.
/편집자

독특한 조형미를 지닌 한국의 석탑은 불교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축물로서 사찰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예배의 대상으로 꾸준히 건조되어 왔다. 오늘날 남아 있는 1400∼500기의 탑은 대부분이 석탑이며, 우리 문화재 중 국보의 약 25%와 보물의 약 28%가 탑파라는 점을 보아도 한국 미술사에서 석탑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

탑파(塔婆)란 말은 범어에서 유래
‘탑파’란 본래 범어(梵語)의 스투파(stupa), 또는 파리어의 투파(thupa)에서 음역한 용어인데, 불교의 교주 석가모니의 분묘에 시원을 두고 있으며, 그래서 방분·원총·고현처 등의 뜻을 갖는다. 다시 말해 석가세존의 신골을 봉안하고 그것을 외호하고자 토석을 쌓은 건축물인 것이다. 그러나 불교의 융성에 따라 탑의 조성이 빈번하자 사리의 양적 한계로 인해 사리에 대한 관념의 변화가 일어나니 진신(眞身)이 아닌 법신(法身)사리를 봉안한 탑이 생기고 그 양식도 변천되었다.

의성 탑리에 통일신라 첫 석탑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뒤 삼국의 문화를 종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건설해 나간다. 통일 직후에 처음 만들어진 석탑은 의성 탑리 오층석탑으로 보인다. 이 석탑에서는 백제의 목조탑 양식과 신라의 전탑식 양식이 결합되어, 정림사지 석탑이 석가탑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7세기 말 통일 직후에 만들어진 고선사지와 감은사지의 삼층석탑으로부터 불국사 삼층석탑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경주 나원리 오층석탑, 황복사지 삼층석탑 등 몇 기의 탑이 나타난다. 통일 직후에 형성된 삼층석탑 양식은 8세기 중엽에 이르면 불국사 삼층석탑(釋迦塔)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전형양식의 정형을 이룩하게 된다.
이렇게 완성된 신라시대 삼층석탑의 정형양식은 그 후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된다.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비슷한 유형의 삼층석탑은 100여기에 달한다.
8세기 중엽 이후에는 정형화된 삼층석탑 외에도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특이한 모습을 한 이형(異型)양식도 만들어진다. 불국사의 석가탑과 짝을 이루는 다보탑, 구례 화엄사 4사자 3층석탑, 안강 정혜사지 13층석탑이 대표적인 것이다.

경주중심 신라문화 반발, 선산에 개성강한 양식 등장
한편 8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신라 사회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난다. 우선 안동지역을 중심으로 신세동 칠층전탑, 조탑동 오층전탑, 동부동 오층전탑 등의 전탑이 유행하게 되며, 이는 칠곡 송림사 오층전탑 및 영양 지역 등으로 확산되었다.
또한 선산지역에서도 의성 탑리 오층석탑 계열의 모전식 석탑이 유행하는데, 낙산동 삼층석탑, 죽장사지 오층석탑 등이다. 이러한 경향은 이후 나말 려초의 의성 빙산사지 오층석탑과 영양 등의 고려시대 모전식 석탑으로 이어진다.
전형양식과는 다른 지방양식이 등장하는 것은 전제적이고 획일적이었던 경주 중심의 문화에 대한 반발과 개성을 추구하는 지방 세력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9세기 신라 석탑의 다양화
8세기 후기부터 지방에서는 전형양식과는 다른 지방적 특성이 강한 탑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신라 하대 석탑의 대부분은 전형양식의 모방 혹은 변형이다. 9세기 이르면 쌍탑식 가람 배치가 쇠퇴하고 단탑식 가람 배치가 일반화된다. 전성기의 양식이 형식적으로만 모방되면서 일부 9세기 삼층석탑은 매너리즘에 빠진다. 그 과정에서 9세기의 혼란하고 격동하는 사회를 반영하여 왕족·귀족 등에 의한 원탑(願塔)이 조성되고, 화려하고 다양한 표면장엄이 가미된다.
또 한가지 9세기 석탑의 중요한 변화는 신라의 통일 직후에 나타나는 쌍탑식 가람 배치가 줄어들고 삼국시대의 단탑식 가람 배치가 일반화되며, 강당이 없어진다. 마지막으로 9세기 석탑의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석탑부조상의 유행을 들 수 있다. 9세기 석탑에 조각장식이 나타나게 된 것은 석탑의 높이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변화를 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선산에 ‘일곱 개 석탑’ 존재 전해져
우리 지역에는 선산읍을 중심으로 사방 30리에 많은 사찰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나 선산지방에는 거대한 ‘일곱 개의 석탑’이 있었다고 전하지만, 구체적인 위치와 명칭은 남아 있지 않다.
현재적 입장에서 ‘선산 7탑’을 새롭게 확정하기 위해 현재까지 기록으로 확인되는 선산 독동 북쪽 사지의 석탑, 생곡리 금당암 석탑, 생곡리 미봉사 석탑 등까지 포함하여 우리 지역의 통일신라시대 및 고려시대 석탑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은 신라 불교 초전지로서 신라시대의 경주 못지 않은 우리 지역의 불교적 특수성을 가늠하고자 하는 것이다.

원리 강락사지 삼층석탑
- 원 소재지 : 선산읍 원1리 ‘강창’마을.
- 현 소재지 : 김천시 직지사 경내 청풍료 앞. 보물 제 1186호.
낙산동 삼층석탑
- 소재지 : 해평면 낙산1리 837-1. 보물 제 469호.
죽장사지 오층석탑
- 소재지 : 선산읍 죽장리 505-2 현 법륜사. 국보 제 130호.
주륵사지 석탑
- 소재지 : 도개면 다곡리 청화산. 문화재자료 제 295호.
교리 죽림사지 삼층석탑
- 원 소재지 : 선산읍 교리 죽림곡.
- 현 소재지 : 선산읍 동부동 비석거리 화단 내.

다음의 석탑들은 필자가 기초적인 지표조사도 부족한 상태이나, 문헌조사 결과이다.
① 생곡리 금당암 석탑 - 탑이 묻혀 있는 곳을 지금도 ‘탑밭’이라고 전할뿐이다.
② 생곡리 미봉사지 석탑 - 생곡1리 비봉산 동쪽, ‘절골’
③ 독동리 북시골 폐탑 - 선산읍 독동리 속칭 ‘북시골’
④ 도리사 석탑(보물 제 470호)
⑤ 도중동 사지 석탑 - 산동면 도중리 속칭 ‘절골’
⑥ 주아동 탑곡 삼층석탑
- 원 소재지 : 옥성면 형제봉 ‘탑골’
- 현 소재지 : 옥성면 옥성초등학교 교정

이상에서 구미지역에 전하는 소위 ''선산 7탑''에 대하여 현재적인 입장에서 기초적인 문헌자료와 그 현상을 조사하고 앞으로 보완되어져야 할 것을 정리하였다. 우리 지역의 석탑들은 대개 그 규모나 양식면에서 통일신라시대로 비정할 수 있다.

구미지역 불교관련 유적·유물 많아
흔히 신라의 문화라 함은 경주 지역의 문화를 꼽고 있으나, 구미-선산 지역은 동시대 그 어느 지역보다도 불교관련 유적·유물이 상당히 많이 잔존하고 있다. 거대하고도 웅장한 7기의 석탑을 건립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당시의 국력이나 불교의 위치 혹은 사회적 배경과 관계되는 일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신라 불교 초전지로서, 북방교통요지로서의 지역적 특수성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빠른 시일 내에 생곡리 금당암 석탑과 미봉사지 석탑, 주륵사지 석탑의 조사·복원이 필요할 것이며, 직지사에 이건된 원리 강창 삼층석탑은 원위치로 옮겨져야 할 것이다. 또한 기존에 조사된 석탑의 불교사상적 배경도 연구하여 이 지역의 불교사상적 위치도 체계화되어야 할 것이다.

전정중 현일고 교사·금오문화연구소 연구원

(사)금오문화연구소 월례강좌 일정
①구미지역의 고대사회와 문화(3월 7일)
②구미지역의 불교문화(4월 12일)
③구미지역 고건축의 이해(5월 9일)
④주자학자(향촌 사림)의 정치이념(6월 13일)
⑤구미지역 마을전통의 이해(7월 11일)
⑥구미지역의 유교문화(8월 8일)
⑦구미지역 향교·서원 건축의 이해(9월 12일)
⑧판소리의 이해(10월 10일)
⑨구미지역 이주민의 삶과 문화(11월 7일)
⑩구미지역 노동문화의 이해(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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