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폭력에 고통받는 청소년(최영희 2002.05.20)

지역내일 2002-05-20
폭력에 고통받는 청소년
최영희 상임이사

5월, 청소년의 달이 올해처럼 시들하게 지나가는 해가 없는 것 같다. 월드컵이다, 부패 게이트다 해서 온통 뉴스를 메꾸고 있기 때문인가?
요즘 청소년들은 그들을 위한 어떤 프로그램을 해도 인생을 다 산 것처럼 흥미가 없어 한다. 학원도, 자율학습도 팽개칠 용기가 있는 아이들, 다시 말하면 부모님들도 어쩌지 못하는 아이들만이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을 쫓아 문화 등 각종행사에 끼어들 뿐이다.
어른들이 손에 쥐어주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에는 아이들이 없다. 몇 년 전까지 단복을 입은 친구들이 부러워하던 반듯한 모범생에, 봉사하고, 인성교육받고, 공동체 사회를 훈련하던 써클들은 중고등학교에서는 무너지고 있다. 80%가 초등학교 조직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구태여 원인이 무엇인지 말할 필요도 없다.
어제 아침, 석가탄신 2546년 봉축 법요식에서 큰스님이 짧은 말씀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고통받는 중생이 살아 있는 부처”라고. 2002년 가장 고통받는 중생은 한국의 청소년이라면 지나친 생각일까?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중에 ‘공부 좀 해라’와 ‘옛날에 우리들은 …’이 1, 2위를 다툴 것이다. 잘 먹이고 잘 다듬어져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채찍을 맞으며 뛰어야 하는 경주마 같다고 투덜댄다. 오늘은 성년의 날이다. 의관 정제하고 성년식을 치르는 아이들은 어떤 기분으로 성년임을 느낄지 궁금하다.

고교생 3세 지능 추락시킨 끔찍한 폭력 비디오
학교와 가정과 사회가 아이들에겐 전쟁터임을 느끼게 해주는 2002년, 여기에 한국의 불행한 아이들의 현실이 있다.
청소년성보호법에 의한 미성년자 성 유린범에 대한 3차 신상공개 대상자를 보면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인권유린이 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학생이나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 추행·강간 및 강간미수는, 아빠 찾아 자기집에 놀러온 이웃집 아저씨, 엄마가 열쇠 찾아 집에 들어가라던 아파트 경비 아저씨, 친구를 찾아갔다 만난 친구의 아버지, 등하교 길에 고개 숙여 인사하던 동네 할아버지, 지나가던 아저씨 등 자료로 보면 모든 사람을 다 ‘적’으로 봐야할 지경이다. 이러이러한 사람들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이 어리석다.
아이들을 상대로 성 매수에 나선 어른들도 단순한 성 매수가 아니다. 철없는 아이들을 돈 몇 푼에 사서 무지막지한 음란물을 시험해보고 있다.
학교폭력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단체에서 낸 자성의 목소리겸 어른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글의 시작이 이랬다.
“10대 초반의 학생들끼리 뼈가 부러지도록 때리고, 내장이 파열되도록 맞고, 칼로 찔러야 살아남는 곳. 교실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왕따의 고통에 12살 어린이가 자살하는 이런 학교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했습니까?”
아이들이 만든 학교폭력고발 비디오에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동급생 아이들에게 집단으로 맞아 3살 지능으로 떨어졌고 한쪽 눈은 실명이며 휠체어에 의지해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디오카메라 앞에서 철없이 웃는 그녀의 뒤에 피눈물을 흘리는 엄마가 서 있었다. 그녀가 쓰러져 실신한 후 병원으로 실려왔을 때 그녀의 코, 귀에는 담뱃재와 꽁초로 꽉 막혀 있었다고 울부짖었다. 이렇게 학교폭력은 잔인하다. 또 지능적이고 집단적이다.

성착취 학교폭력, 방치하면 우리 모두가 가해자
학교폭력 대책 국민협의회 발족 관계로 라디오 생방송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전국각지에서 걸려오는 전화벨이 울려댔다. 학교를 비판하는 학부모, 교권을 무너뜨린 정부와 학부모에 대한 원망, 폭력문화를 양산해 낸 사회에 대한 통탄, 자식을 잘못 기르는 부모들에 대한 자성촉구 등이었다. 어느 것 하나 틀린 말 없었다.
학교가 무서워 공포에 떠는 아이들. 생명을 잃는 아이들, 법적 처벌로 사회와 격리된 아이들. 그 청천벽력에 무너져 버리는 가족들, 그리고 그 학교와 교장과 담임이라는 책임에 학교를 떠나야 하는 교사들. 학교를 구성하는 모두가 피해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가해자가 될 것이기에 이제 국민 모두가 나서서 학교폭력 문제에 나서자고 호소하는 것이다.


최영희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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