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샘] 강재희 배명고 교사

가능성 꺼내주고 깨우쳐주는 사람이 교사다

오미정 리포터 2021-01-20

세상의 변화 속도는 눈 돌아갈 정도로 빨라졌다. 세상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창의적인 융합형’으로 바뀌니 학교 교육과정이 달라지고 당연히 대학입시도 영향을 받는다. 오랫동안 ‘융합’이란 지향점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했던 배명고 강재희 교사가 ‘찐’한 고교 현장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이제 서울대는 성적표 숫자만 보지 않아요. 그동안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은 내신 전교 1등, 수능최저학력기준만 충족하면 무난히 합격했어요. 지난해부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더니 올해 입시 결과를 분석하며 서울대의 방향성이 보이더군요. 공부만 잘하는 학생 보다는 도전적인 태도, 문제 해결력까지 갖춘 학생을 골라 뽑습니다. 이 같은 서울대 학생 선발 변화가 곧 연대, 고대 등 다른 대학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겠지요.”



‘교사란?’ 업(業)을 새롭게 정의하다
강 교사는 입시에서 학생 선발 칼자루를 쥐고 있는 대학의 변화를 세밀하게 체크하며 학교 프로그램에 발 빠르게 적용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입시 트렌드 변화를 순발력 있게 일러준다. 당부도 잊지 않는다.
“고3에게 중요한 두 가지가 있어요. ‘멘털과 태도’입니다. 고3 때는 성적이 들쭉날쭉해요. 점수가 떨어지면 학생들은 대번, 수시 포기하고 정시에만 올인하겠다고 합니다. 허나 입시란 수시 따로 정시 따로가 아니라 한 묶음입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나가는 돌파력이지요. 고2 때까지 압도적인 전교 1등인 학생이 있었어요. 고3이 되더니 난생 처음 70점 받는 과목이 나오더군요. 슬럼프였죠. 풀이 죽은 아이 불러다 ‘네가 열심히 했다는 거 알아. 괜찮아. 끝까지 가는 게 훨씬 중요해’라며 다독였어요. 다행히 공부 페이스를 찾았고 몇 달 후 목표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대학입시가 아무리 널뛰듯 바뀌어도 ‘본질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란 믿음을 갖고 학생들에게 늘 ‘끝까지 완주’를 강조한다.



배명고 융합 프로그램 설계
배명고는 송파구 고교 가운데 유일하게 기숙사 ‘명정관’을 운영하고 있다. 자기주도학습, 융합형 교육을 핵심으로 한 기숙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 사이에 인기 만점인 대학생 멘토단을 조직적으로 이끌고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까지 설계하는 이가 강 교사다.
교사란 업(業)에 대한 나름의 정의도 명쾌하다. “교사란 가르치는 사람에서 더 나아가 ‘꺼내주는 사람, 깨우쳐주는 사람’이어야 해요.”
자신의 신념을 언행일치하기 위해 그는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며 거침없이 직진한다. 왜냐면 교사란 꿈을 이루기 위해서 호의적이지 않았던 자기 삶을 돌파하며 돌고 돌아 서른여덟 늦깎이로 간절히 원하던 업(業)에 다다른 이력 때문이다.



학창시절 겪은 외톨이의 서러움
강 교사는 가난한 집 둘째다. 똑똑하고 발랄한 큰 오빠와 막내 여동생에 가려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존재감 없던 내성적인 아이였다고,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전학을 자주 다니는 바람에 친구도 없는 외톨이였다. 고민거리, 하소연을 일기장에 쓰며 혼자서 삭혔다.
“어른이 되면 존재감 없고 기댈 곳 없는 나 같은 아이의 손잡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6학년 때부터 했어요.”
꿈은 또렷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고교에 입학한 후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영어는 성문기본 붙잡고 혼자서 씨름했어요. 주어가 3인칭 단수면 동사에 S가 붙는다는 걸 이해하는 데 한 달이 걸릴 만큼 무에서 유를 쌓아가는 시간이었죠. 문제는 수학이었어요. 30점 대 성적을 어떻게 끌어 올릴까 고민하다 시험범위를 통째로 외웠습니다. 운 좋게 100점을 맞았어요. 난생 처음 수업 시간에 ‘강재희가 누구니?’라며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러주더군요. 눈물 나게 기뻤지요. 공부의 허들을 자력으로 넘으니까 그 다음부터 자신감이 붙고 속도도 빨라지더군요.”
사범대학에 합격했지만 학비 감당이 막막했다. 가난한 부모에게 한 학기 등록금만 대주면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겠노라고 눈물로 호소해 겨우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연극 무대에 섰던 겁니다.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고 싶어 큰 용기를 냈는데 무대 위에서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했지요.”
하지만 학비와 생활비 벌며 학업을 이어가기는 녹록하지 않았다. 휴학과 복학이 반복됐고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이른 결혼은 오히려 족쇄가 되어 자퇴로 이어졌다.
“학비 때문에 대학을 그만 두고 펑펑 울었어요.” 하지만 20대 청춘인데 우울의 늪에만 빠져있을 수만 없었다. 과외교사로 돌파구를 찾았고 10년 후에는 기적처럼 대학에 재입학할 수 있었다. “30대 나이에 10살 아래 동급생들과 같은 강의실에서 필사적으로 공부했어요. 간절했거든요.” 졸업 후에는 입시학원 강사, 영어학습지 방문 교사, 독서지도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그리고 배명고 국어교사가 됐다. “2001년 3월19일 날짜까지 또렷이 기억해요. 배명고에서 첫 수업을 한 날입니다. 어릴 때부터 간절히 원했던 선생님이란 꿈이 서른여덟에 기적처럼 이뤄지더군요.”  
돌고 돌아서 목적지에 도달했는데 신기하게도 과거의 아프고 힘든 경험이 학생을 가르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실력입니다. 학생을 수업으로 휘어잡아야 하지요. 그 다음에는 아이들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아야 해요. ‘라떼는 말이야’라며 일방적으로 훈시하면 꼰대 소리만 들어요. 잘난 척 하면 안 되요. 선생(先生)의 뜻은 ‘먼저 산 사람’이잖아요. 내가 살아온 이야기부터 솔직하게 털어놓아요. 수학 30점 맞았던 창피한 경험, 가난한 ‘왕따’였던 학창시절, 그럼에도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과정까지 가감 없이 말해줘요. 공감대가 만들어지며 설득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요.”



Q. 청소년기 자녀와 소통을 힘들어하는 부모님이 많아요. 마음을 움직이는 ‘비결’이 있을까요?
아이들을 대할 때 1등부터 꼴등까지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어요. 1:1상담을 많이 해요. 인성이 중요하다는 말 많이 하지요. 태도, 가치관, 성실, 공부, 착함... 이 모든 게 인성에 포함딥니다. 어떤 아이라도 이 가운데 장점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요. 그 실마리를 가지고 폭풍 칭찬을 하며 다가갑니다. 부모님이 아이와 만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다보니 ‘결과’로만 아이를 다그치게 되요. 학부모 상담을 할 때 학교에서 관찰한 ‘아이의 과정’을 많이 들려줘요.
교육열 높은 엄마와 갈등이 곪아터져 가출까지 감행한 고3 학생이 있었어요. 학부모 상담 후 기숙사에 맡겨달라고 부탁했지요. 수학과 과학이 어느 정도 다져진 학생이라 ‘논술’ 전형으로 방향을 정했어요. 학생 지도에 애를 많이 먹었어요. 그래도 뭐라도 ‘꺼리’만 있으면 칭찬하며 다독였지요. 결국 논술 추가 합격으로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졸업식 때 아이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아서 정말 고마웠다며 손편지를 보내왔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자식을 가르치려고 하지 마세요.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꺼낸다’는 마음으로 다가가 보세요.

Q. 수년째 진행중인 배명고 방과후 융합수업 반응은 어떤가요?
주제를 정해 자료를 모으고 실험하며 나름의 결론을 도출해 내기까지 녹록하지 않아요. 하지만 논문 완성 후 PT 발표까지 마치면 훌쩍 자랍니다. 융합수업은 공간, 시간, 생태 같은 주제를 정해 국어, 역사, 수학 심화수업을 진행해요. 가령 공간이란 테마로 국어는 소설 ‘구보씨의 하루’를 역사는 광장이란 내용 수학은 좌표공간을 다룹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깊고 넓게 보는 훈련을 하는 거지요. 졸업생들이 후배에게 추천하는 학종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Q. 배명고 졸업생 멘토단이 입소문 났습니다. 재학생 멘토링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숙사 명정관 프로그램, 비전스쿨, 소논문쓰기 등 고교시절 다양한 활동을 하며 끈끈한 사제의 연을 맺은 졸업생 약 50여 명이 활동합니다. 재학생들에게 ‘선배 형 멘토’는 닮고 싶은 롤모델인 셈이지요. 국영수 탐구 등 과목별 공부법부터 다양한 비교과 활동에 대해 1:1 또는 1:2로 밀착 지도하죠. 자기소개서 쓰기, 면접 준비도 도움을 줍니다. 겨울방학 때는 줌 화상회의로 진행하는데 아침, 점심, 저녁 3타임이 운영될 만큼 호응이 큽니다. 고3들은 대학생이 되면 멘토로 활동하겠다는 꿈을 갖게 되고 실제로 실천에 옮기는 학생들이 꽤 되요. 의젓하게 후배들을 지도하는 제자들을 보면 뿌듯하죠.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