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환율쇼크에 대비해야

지역내일 2002-06-06

원화 절상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한국축구가 폴란드를 이겨서 기분이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국제외환시장에서 우리 원화는 그렇게 낙관만 할 수준이 아니다. 2개월만에 약 7% 정도가 절상됐다. 수출하는 사람들로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산업현장에서는 환율 하락에 따른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이대로 원화가 더 절상되면 그야말로 ‘환율쇼크’ 때문에 사망선고를 받는 기업들이 늘 것 같다.
산업자원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평균 원화 대 달러 환율이 1천200원이 된다고 가정할 경우 수출은 11억 달러 줄고, 무역수지는 26억 달러 악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산자부는 산업연구원 분석을 인용, “원화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수출액은 0.11% 줄고 수입액은 0.15%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올 평균 원화환율이 1천270∼1천200원이 될 경우 무역수지는 6억∼26억5천만달러가 악화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수출액은 2억6천만∼11억6천만달러 감소하고 수입은 3억4천만∼14억9천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추정했다.
외신들도 한국의 원화절상과 외환보유고의 문제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전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인 1조2천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이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환율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이 1조7천억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3분의 2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원화의 고평가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한국경제에서 경상수지의 적자문제와 불경기가 한꺼번에 닥친 것은 크게 보아 세 번 있었다. 1984-5년이 그랬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의 4년 동안이 그 두 번째이고 세 번째로는 1996년 이후 IMF 위기로 들어간 1997년까지의 2년이다.
이 세 번의 ‘심각한 불경기+경상수지 적자심화’ 동반현상의 이면에는 똑같은 공통원인이 작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떨어졌거나 엔화의 대미 달러환율이 올랐거나, 그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났던 것이다. 특히 IMF 직전인 96년 원화는 770원대로 고평가 돼있었다. 게다가 YS 정부는 OECD가입을 서두르느라고 금융기관의 각종 외자거래, 특히 무분별한 외자의 도입을 자유화시켜주다 보니 너무 많은 양의 단기성 달러가 우리나라의 고금리를 노리고 들어오거나 또는 종금사들이 앞장서 들여왔다. 이에 따라 한편으로는 달러가 흔해져 원화 환율이 더 내려가게 됐다.
원화 고평가에 따른 경제의 위기 사례는 70년대에도 있었다. 70년대 중반 이후 정부는 두자리 숫자의 인플레가 계속 진행 중인데도 달러 환율을 안정화시킨다는 명목 아래 4백80원대에 묶어두었다. 고평가된 원화 때문에 전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고 거기에 제2차 석유파동이 닥치자 한국경제는 무너져 내렸다.
이번의 원화 절상 속도에도 과거와 같은 ‘불길함’이 느껴지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현상들이 동시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7년의 위기 직전 한국경제는 고임금, 고평가된 원화,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복합적 비용요인을 가지고 있었다. 97년 위기 직전에는 YS의 인위적 원화절상과 급격한 자유화라는 요인이 가세했다. DJ정부는 민영화 =개혁이라는 도식 아래 많은 국내기업들을 해외에 매각했고 그 결과 달러가 너무 많이 국내에 들어왔다.
정부는 최근 외환보유고가 세계 5위 수준이고 상반기 성장률이 5%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는 등 IMF위기를 사실상 극복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불안요인’이 너무 많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강해졌다고 하지만 최근 또다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임금도 올랐다. 여기에 그 동안 기업들이 나름대로 덕을 봤던 저금리도 이제는 끝날 조짐이 보인다. 이처럼 악재가 서서히 주변조건을 형성해가고 있는 외중에 가장 전방위적인 파급력을 미치는 환율문제 즉 원화가치가 그것도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한다는 우려할만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지금의 환율변수를 좀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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