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100만 시대의 서울역 지하도 노숙 현장 >실직-쪽방-노숙-동사

지역내일 2000-11-16 (수정 2000-11-16 오전 11:58:29)
새벽 공기가 빙점이하로 떨어진 16일 새벽 1시 서울역 지하보도. 어제와 다름없이 하룻밤을 때워야 하는 노
숙인들의 을씨년스런 풍경이 여기 저기 눈에 띄었다. 지하보도 입구부터 차곡차곡 자리를 메운 이들은 찬 시
멘트 바닥에 누워 있거나 벽에 기대어 웅크리고 있다.
어떤 이는 입고 있는 옷 그대로인 채, 어떤 이는 겨우 신문지 몇장으로 추위를 가렸을 뿐 파고드는 냉기에도
잠을 청한다.
98년 겨울부터 이곳을 숙식처로 삼아온 최 모(38)씨는 “젊은 나이에 노숙자 생활을 한다는 게 무엇보다
부끄럽지만 몸이 불편해 이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노숙인 생활 2년만에 영양부족으로 시력이 약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노숙생활을 해온 사람들은 최씨처럼 한 두가지 질병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한편에선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과자부스러기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들의 얼굴에도 상처가 아
물지 않는지 형편없이 상해 있었다.
오랜 노숙생활로 입성이 꾀죄죄한 사람들 속에서 간간이 말쑥한 차림의 중년남자들도 보인다. 한켠 구석지
를 차지하고 있던 김 모(54)씨는 자신은 노숙자가 아니라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며 부인하다 어렵게 말을 꺼
냈다. “경기도 파주에서 건설인부로 일했지만 일거리가 없고 노임도 받지 못해 서울역에 나왔다. 가족들 볼
낯이 없어 거리로 나섰지만 막상 갈 데가 없어 역 근처 쪽방에서 하루 5000원∼7000원에 생활을 해왔다.
최근 이마저 돈이 떨어져 아예 길거리로 내려앉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노숙생활이 오래됐다는 박 모(59)씨는 낮동안에는 전철을 타고 왔다갔다 하며 소일한다고 했다. 체력이 약
해 힘든 일은 못하지만 가끔씩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벌기도 하는 박씨는 겨울철이 되면 일자리 찾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한다.
실업자 100만 시대. 직장과 가정에서 밀려난 노숙인들이 거리로 쏟아지고 있다. 서울역, 영등포역, 지하철
시청, 종로3가, 을지로역엔 밤마다 어김없이 노숙인들이 몰려든다. 한끼 식사를 때우기 위해, 잠자리를 해결
하려고 모여드는 이들은 최근 대우사태와 건설업체들의 잇단 도산으로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역 급식소에 따르면 이곳에서 식사 하는 사람들의 수가 평상시 200여명선에서 최근 240∼250명선으
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40대들이 주요 단골이다. 자원봉사자 김모(45)씨는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노숙
인들이 더 늘어난 것 같다”면서 “경기도 안좋은데 노숙인들이 늘어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등포의 ‘자유의 집’은 2년전 문을 연 응급구호시설로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12명이 생활하는 방
이 70개 있다. 정원은 840명 정도이나 이미 정원을 넘겨 현재 865명이 생활하고 있다. 11월 들어서는 하
루 30여명이 들어오고 20여명이 나간다. 하루에 10여명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 관계자는 “노숙자 쉼방에 들어오면 한데 잠을 면할 수있으나 지하철역사 등에 방치된 채 추운 겨울을 보
내야하는 거리 노숙자들이 500여명을 넘어설 것”이라 추정했다.
서울시 조사자료에 따르면 노숙자 쉼터에 입소하는 이들 가운데 실직자가 전체의 70%정도 차지 했으며 가
족해체(24%), 공공근로(21%), 부채(18%) 가정불화(15%)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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