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엄마들의 교육열. 유아들에게까지 열풍이 분지도 이미 오래다. 하지만 이 엄청난 교육열을 제대로 ‘검증’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서너 개의 학원을 뛰게 하는 ‘극성 엄마’들의 속내가 실은 ‘남들이 보내니까 어쩔 수 없이’ 혹은 ‘귀찮고 바빠’ 자녀의 교육을 외부에 위탁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대판 맹모’는 실제 ‘학원 코디네이터’일뿐 진정한 교육엄마는 아니라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5∼6개 과외를 시키며 학원비만 대는 부모보다는 학원 하나라도 어머니가 꼼꼼히 챙기거나 직접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교육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막연한 기대에 과외 숫자만 늘어= 정선경(34·서울 송파구)씨의 큰딸 나운(7·가명)이는 오후 3시30분이면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오면 피아노·바이올린·한자·과학실험교실·미술·수학학원 등에 매일 또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과외공부를 하러 가야한다. 나운이의 공식 일과가 끝나는 시각은 보통 오후 8시30분.
경제적인 부담도 대단하지만 정씨는 이 학원들을 고르고 아이의 일과를 관리하느라 녹초가 되다시피 했다. 겉만 보면 맹렬 교육엄마다. 그러나 놀라운 건 이렇게 과외를 시키면서도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씨가 과외를 계속 고집하는 이유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조금이라도 다른 아이보다 앞서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자녀교육을 학교와 과외교육에 맡기느라 정작 부모가 아이를 지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대치동의 영어전문학원 강사인 이 모씨는 “엄마들의 태반이 ‘소문난’학원에 아이를 넣는데 까지만 극성일 뿐 ‘그 이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이 중심 원칙’ 지켜야= 이런 현실에서 아직 소수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극성 엄마’들이 생겨나고 있다. ‘진짜’ 극성엄마들의 공통점은 학원을 보내건 보내지 않건 선택의 1순위는 아이를 중심으로 검토를 한다는 것.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는 “가정교육이 소멸하고 입시교육이 유아기까지 점령해 버린 현실은 교육열을 가장한 부모의 횡포이자 어린이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최근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은 부모라는 사실을 깨닫고 1년 과정의 부모교육이나 워크숍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모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면서 변화를 설명했다.
이희경(43·서울 양천구)씨는 아이의 단계와 성향을 잘 생각한 후 결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씨는 큰 아이를 학원에 보낸 지 보름만에 그만 두게 한 적이 있다.
이씨는 우선 벌레를 좋아하고 역사와 과학에 관심있는 아이를 위해 좋은 책을 함께 고르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씨는 조만간 학원을 다시 보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 확신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학원을 보내도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지 파악한 다음에 보내고, 맡긴 다음엔 무관심이 아니라 학습진도와 주위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는지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원을 보내도 알고 보내야= 유영옥(34·성남시 분당구)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 색다른 경험을 해야 어른이 되어서 인생이 풍요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유씨는 두 딸과 함께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기획, 매달 자녀와 상의해 덕수궁 가족음악축제·월악 민속놀이학교·서울불꽃축제 등을 다녀왔다.
그러나 여기에도 위험은 있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38) 교수는 내 아이를 잘 알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건 부모가 직접 가르치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직접 가르치겠다고 욕심을 부리다 자칫 아이의 자율성을 차단해 자녀관계마저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다른 집착이 시작되는 거다. 열성적인 부모들이 경계해야 할 점이다.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를 고민하다 이민을 가거나 유학을 보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는 부모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신 교수의 진단은 동아리를 만들어 다른 학부모와 머리를 맞대 집단적인 힘으로 발전시키라는 것.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전문가를 초청하면 되기 때문이다.
/ 손정미·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서너 개의 학원을 뛰게 하는 ‘극성 엄마’들의 속내가 실은 ‘남들이 보내니까 어쩔 수 없이’ 혹은 ‘귀찮고 바빠’ 자녀의 교육을 외부에 위탁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대판 맹모’는 실제 ‘학원 코디네이터’일뿐 진정한 교육엄마는 아니라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5∼6개 과외를 시키며 학원비만 대는 부모보다는 학원 하나라도 어머니가 꼼꼼히 챙기거나 직접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교육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막연한 기대에 과외 숫자만 늘어= 정선경(34·서울 송파구)씨의 큰딸 나운(7·가명)이는 오후 3시30분이면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오면 피아노·바이올린·한자·과학실험교실·미술·수학학원 등에 매일 또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과외공부를 하러 가야한다. 나운이의 공식 일과가 끝나는 시각은 보통 오후 8시30분.
경제적인 부담도 대단하지만 정씨는 이 학원들을 고르고 아이의 일과를 관리하느라 녹초가 되다시피 했다. 겉만 보면 맹렬 교육엄마다. 그러나 놀라운 건 이렇게 과외를 시키면서도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씨가 과외를 계속 고집하는 이유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조금이라도 다른 아이보다 앞서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자녀교육을 학교와 과외교육에 맡기느라 정작 부모가 아이를 지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대치동의 영어전문학원 강사인 이 모씨는 “엄마들의 태반이 ‘소문난’학원에 아이를 넣는데 까지만 극성일 뿐 ‘그 이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이 중심 원칙’ 지켜야= 이런 현실에서 아직 소수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극성 엄마’들이 생겨나고 있다. ‘진짜’ 극성엄마들의 공통점은 학원을 보내건 보내지 않건 선택의 1순위는 아이를 중심으로 검토를 한다는 것.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는 “가정교육이 소멸하고 입시교육이 유아기까지 점령해 버린 현실은 교육열을 가장한 부모의 횡포이자 어린이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최근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은 부모라는 사실을 깨닫고 1년 과정의 부모교육이나 워크숍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모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면서 변화를 설명했다.
이희경(43·서울 양천구)씨는 아이의 단계와 성향을 잘 생각한 후 결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씨는 큰 아이를 학원에 보낸 지 보름만에 그만 두게 한 적이 있다.
이씨는 우선 벌레를 좋아하고 역사와 과학에 관심있는 아이를 위해 좋은 책을 함께 고르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씨는 조만간 학원을 다시 보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 확신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학원을 보내도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지 파악한 다음에 보내고, 맡긴 다음엔 무관심이 아니라 학습진도와 주위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는지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원을 보내도 알고 보내야= 유영옥(34·성남시 분당구)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 색다른 경험을 해야 어른이 되어서 인생이 풍요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유씨는 두 딸과 함께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기획, 매달 자녀와 상의해 덕수궁 가족음악축제·월악 민속놀이학교·서울불꽃축제 등을 다녀왔다.
그러나 여기에도 위험은 있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38) 교수는 내 아이를 잘 알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건 부모가 직접 가르치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직접 가르치겠다고 욕심을 부리다 자칫 아이의 자율성을 차단해 자녀관계마저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다른 집착이 시작되는 거다. 열성적인 부모들이 경계해야 할 점이다.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를 고민하다 이민을 가거나 유학을 보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는 부모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신 교수의 진단은 동아리를 만들어 다른 학부모와 머리를 맞대 집단적인 힘으로 발전시키라는 것.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전문가를 초청하면 되기 때문이다.
/ 손정미·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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