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곳이 바로 중랑천 주변이다. 동대문구, 중랑구, 도봉구, 노원구 등의 중랑천을 끼고 있는 저지대는 국지적인 폭우에도 하천 수위가 급상승해 큰비만 오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중랑천을 중심으로 한강이북지역의 수해 예상지역 중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지역에 대한 수방상태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서울 동대문구 신이문역 근처에 있는 신이문빗물펌프장. 벽과 문에는 무언가 지운 흔적이 선명하다. 지난해 7월 중순 집중호우 이후 침수피해를 당했던 이문동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아직 남아있는 듯 했다. 수동식인 이곳 펌프장을 관리하는 인원은 고작 두명. 이들은 이곳 외에 간이펌프장 세곳과 건설중인 신이문 2펌프장까지 맡아 관리해야 한다. 지난해 여름 이들은 수해 때문에 두달간 교대도 없이 밤새도록 펌프장을 지켜야 했다.
“동대문구에 간이펌프장 19개와 빗물펌프장 9개 등 모두 28개의 펌프장이 있으나 관리하는 인원은 고작 13명입니다.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거나 정년퇴직으로 자리가 비어도 좀체로 사람이 충원되지 않습니다. 펌프장은 계속 만들면서 사람보충은 안해 죽을맛입니다.”
지난해 물난리를 겪으며 가장 욕을 많이 먹은 곳이 바로 주변 배수펌프장이다. 수재민들은 일제히 이곳으로 몰려가 “제때 가동이 안됐다”, “정작 필요할 때 왜 가동이 안되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펌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당시 밤잠을 못자가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중랑천 일대는 서울시내 다른 어떤 곳보다 물난리가 발생하기 쉬운 지형이다. 상류는 암반지형으로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기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중랑천을 따라 만들어진 동부간선도로는 하천폭을 줄여놓았다. 토사도 비교적 많이 유입된다. 더욱이 주변 논밭은 아파트촌으로 변했고 도로는 포장돼 큰 비가 내리면 중랑천의 수위가 순식간에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 일대는 수방대책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지역이다.
중랑천변을 비롯, 지난해 수해를 입었던 한강 이북지역 다른곳 대부분도 수방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해위험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피해불구 수해위험 여전히 높아 = 동대문구 이문1∼3동, 휘경 1·2동 일대는 지난해 9250세대가 침수피해를 입는 등 지난해 여름 물난리를 겪었던 곳이다. 동대문구는 지난해 배수펌프장의 용량부족으로 수해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보고 282억원을 투입, 휘경배수펌프장을 증설했으며 신이문2배수펌프장을 새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올해 우기에는 휘경펌프장만 가동이 가능한 상태다. 관계자에 따르면 구는 애초 신이문2 배수펌프장도 우기때는 일부 임시가동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예산부족과 부지 보상작업 차질 등의 이유로 공기가 늦어져 구의 이같은 계획은 사실상 실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문동 일대의 주택가. 동대문구의 한 관계공무원은 “지난해 폭우때는 펌프장에 빗물이 채 도달하기 전에 주택가 침수가 있었다”면서 “이문동 일대 일반주택 지하의 하수도관의 용량이 폭우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교체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동대문구 일대는 정릉천, 성북천, 전농천 등 3개 하천이 흐르는데다 평지가 대부분인 저지대여서 경사가 완만, 유속이 느려 침수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412세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던 신설동 91-92 일대 성북천(안암천) 주변은 빗물펌프장이 없어 성북천의 범람으로 인한 침수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름 9856세대가 침수됐던 중랑구 면목 2·5동, 상봉2동, 중화 1∼3동 일대는 올해 우기를 대비해 중화펌프장 유입 관로 개선, 관로 침사지 정비, 망우산 저류조 설치 등의 수방작업을 완료한 상태. 그러나 지난해 문제시됐던 동사무소 기능전환에 따른 유사시 지역주민과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 등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300세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던 노원구 공릉 1·3동 중랑천 뚝방길 주변과 350세대가 침수됐던 월계4동 중랑천 일대에 대한 수방대책으로 노원구는 중랑천 준설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러나 이곳은 또다시 토사가 퇴적, 호우시 범람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랑천일대 이외의 다른 상습 수해지역도 아직 폭우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해 산사태로 인한 재산피해가 있었던 성북구 종암1동 54번지 일대는 현재 구에서 석축을 설치해 놓은 상태이나 하수관 용량이 부족해 배수로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북구 석관1동은 현재 석관동·장위펌프장 공사가 끝난 상태이나 일부 건물의 경우 신축공사를 하면서 하수관·하수구를 형식적으로 설치하거나 낮은 지반을 성토하지 않은 채 지어지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지난해 침수피해를 입었던 용산구 한강로2가 신용산 지하차도 일대는 하수관 확장공사를 마쳤음에도 침수 방지공사가 완벽히 끝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붕괴피해가 있었던 성북구 정릉동 산5번지는 펜스설치가 끝났지만 일부 미포장도로의 포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광진구 중곡동·군자동 일대 저지대는 수방장비 용량을 늘리고 하수관 개선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랑천 폭 확장 등 근본적 대책 절실”=노원구 공릉동 수해대책위원회는 지난해 중랑천 범람으로 인한 침수에 대해 천변이 도시화되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매년 중랑천 범람이 계속되는 이유는 논과 밭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로가 포장되면서 폭우시 급속도로 빗물이 하천에 유입되는데도 천 폭을 넓히지는 않고 오히려 강변에 동부간선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랑구 중화2동에 살고있는 한 주민은 “중랑천은 장마철 빗물 유입량이 너무 많아 하천폭을 키우지 않고 현재의 상태로 관리하면 주변 저지대 주민들의 침수피해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동부간선도로를 고가화, 하천폭을 넓히고 하고 하천바닥 모래를 수시로 퍼내는 등 근본적 대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우시 유관기관의 협조체제와 주민홍보 등에 대한 문제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피해를 입었던 중랑구 중화1동의 한 주민은 “지난해 배수펌프장 늑장가동 논란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담당구청 등의 폭우에 대한 대처활동이 미흡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중랑천을 끼고 있는 한 구청 치수과 담당직원은 “통반장 교육과 주민 홍보부족으로 적절한 대응에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건축허가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성북구청 치수과 직원은 “최근 일부 건축주들이 주차장 용도의 지하를 준공검사후 주거용으로 개발하고 건축비 절감을 위해 하수관·하수구를 형식적으로 설치하고 있어 지하층 침수가 빈번하다”며 “수해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하·반지하를 주거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랑구의회 한 의원은 “동사무소 기능전환에 따라 토목 하수 건축 등의 업무가 구청으로 이관되면서 동사무소는 민원서류만 발급하는 기관으로 전락, 지역사정에 밝은 수방대책 전문가가 없는 실정”이라며 “지역 실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수립한 수방대책은 탁상공론일 수 밖에 없으므로 청소 토목 하수업무는 동사무소로 환원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 장유진 김성배 기자 ujinny@naeil.com
중랑천을 중심으로 한강이북지역의 수해 예상지역 중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지역에 대한 수방상태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서울 동대문구 신이문역 근처에 있는 신이문빗물펌프장. 벽과 문에는 무언가 지운 흔적이 선명하다. 지난해 7월 중순 집중호우 이후 침수피해를 당했던 이문동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아직 남아있는 듯 했다. 수동식인 이곳 펌프장을 관리하는 인원은 고작 두명. 이들은 이곳 외에 간이펌프장 세곳과 건설중인 신이문 2펌프장까지 맡아 관리해야 한다. 지난해 여름 이들은 수해 때문에 두달간 교대도 없이 밤새도록 펌프장을 지켜야 했다.
“동대문구에 간이펌프장 19개와 빗물펌프장 9개 등 모두 28개의 펌프장이 있으나 관리하는 인원은 고작 13명입니다.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거나 정년퇴직으로 자리가 비어도 좀체로 사람이 충원되지 않습니다. 펌프장은 계속 만들면서 사람보충은 안해 죽을맛입니다.”
지난해 물난리를 겪으며 가장 욕을 많이 먹은 곳이 바로 주변 배수펌프장이다. 수재민들은 일제히 이곳으로 몰려가 “제때 가동이 안됐다”, “정작 필요할 때 왜 가동이 안되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펌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당시 밤잠을 못자가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중랑천 일대는 서울시내 다른 어떤 곳보다 물난리가 발생하기 쉬운 지형이다. 상류는 암반지형으로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기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중랑천을 따라 만들어진 동부간선도로는 하천폭을 줄여놓았다. 토사도 비교적 많이 유입된다. 더욱이 주변 논밭은 아파트촌으로 변했고 도로는 포장돼 큰 비가 내리면 중랑천의 수위가 순식간에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 일대는 수방대책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지역이다.
중랑천변을 비롯, 지난해 수해를 입었던 한강 이북지역 다른곳 대부분도 수방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해위험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피해불구 수해위험 여전히 높아 = 동대문구 이문1∼3동, 휘경 1·2동 일대는 지난해 9250세대가 침수피해를 입는 등 지난해 여름 물난리를 겪었던 곳이다. 동대문구는 지난해 배수펌프장의 용량부족으로 수해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보고 282억원을 투입, 휘경배수펌프장을 증설했으며 신이문2배수펌프장을 새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올해 우기에는 휘경펌프장만 가동이 가능한 상태다. 관계자에 따르면 구는 애초 신이문2 배수펌프장도 우기때는 일부 임시가동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예산부족과 부지 보상작업 차질 등의 이유로 공기가 늦어져 구의 이같은 계획은 사실상 실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문동 일대의 주택가. 동대문구의 한 관계공무원은 “지난해 폭우때는 펌프장에 빗물이 채 도달하기 전에 주택가 침수가 있었다”면서 “이문동 일대 일반주택 지하의 하수도관의 용량이 폭우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교체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동대문구 일대는 정릉천, 성북천, 전농천 등 3개 하천이 흐르는데다 평지가 대부분인 저지대여서 경사가 완만, 유속이 느려 침수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412세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던 신설동 91-92 일대 성북천(안암천) 주변은 빗물펌프장이 없어 성북천의 범람으로 인한 침수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름 9856세대가 침수됐던 중랑구 면목 2·5동, 상봉2동, 중화 1∼3동 일대는 올해 우기를 대비해 중화펌프장 유입 관로 개선, 관로 침사지 정비, 망우산 저류조 설치 등의 수방작업을 완료한 상태. 그러나 지난해 문제시됐던 동사무소 기능전환에 따른 유사시 지역주민과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 등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300세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던 노원구 공릉 1·3동 중랑천 뚝방길 주변과 350세대가 침수됐던 월계4동 중랑천 일대에 대한 수방대책으로 노원구는 중랑천 준설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러나 이곳은 또다시 토사가 퇴적, 호우시 범람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랑천일대 이외의 다른 상습 수해지역도 아직 폭우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해 산사태로 인한 재산피해가 있었던 성북구 종암1동 54번지 일대는 현재 구에서 석축을 설치해 놓은 상태이나 하수관 용량이 부족해 배수로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북구 석관1동은 현재 석관동·장위펌프장 공사가 끝난 상태이나 일부 건물의 경우 신축공사를 하면서 하수관·하수구를 형식적으로 설치하거나 낮은 지반을 성토하지 않은 채 지어지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지난해 침수피해를 입었던 용산구 한강로2가 신용산 지하차도 일대는 하수관 확장공사를 마쳤음에도 침수 방지공사가 완벽히 끝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붕괴피해가 있었던 성북구 정릉동 산5번지는 펜스설치가 끝났지만 일부 미포장도로의 포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광진구 중곡동·군자동 일대 저지대는 수방장비 용량을 늘리고 하수관 개선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랑천 폭 확장 등 근본적 대책 절실”=노원구 공릉동 수해대책위원회는 지난해 중랑천 범람으로 인한 침수에 대해 천변이 도시화되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매년 중랑천 범람이 계속되는 이유는 논과 밭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로가 포장되면서 폭우시 급속도로 빗물이 하천에 유입되는데도 천 폭을 넓히지는 않고 오히려 강변에 동부간선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랑구 중화2동에 살고있는 한 주민은 “중랑천은 장마철 빗물 유입량이 너무 많아 하천폭을 키우지 않고 현재의 상태로 관리하면 주변 저지대 주민들의 침수피해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동부간선도로를 고가화, 하천폭을 넓히고 하고 하천바닥 모래를 수시로 퍼내는 등 근본적 대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우시 유관기관의 협조체제와 주민홍보 등에 대한 문제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피해를 입었던 중랑구 중화1동의 한 주민은 “지난해 배수펌프장 늑장가동 논란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담당구청 등의 폭우에 대한 대처활동이 미흡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중랑천을 끼고 있는 한 구청 치수과 담당직원은 “통반장 교육과 주민 홍보부족으로 적절한 대응에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건축허가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성북구청 치수과 직원은 “최근 일부 건축주들이 주차장 용도의 지하를 준공검사후 주거용으로 개발하고 건축비 절감을 위해 하수관·하수구를 형식적으로 설치하고 있어 지하층 침수가 빈번하다”며 “수해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하·반지하를 주거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랑구의회 한 의원은 “동사무소 기능전환에 따라 토목 하수 건축 등의 업무가 구청으로 이관되면서 동사무소는 민원서류만 발급하는 기관으로 전락, 지역사정에 밝은 수방대책 전문가가 없는 실정”이라며 “지역 실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수립한 수방대책은 탁상공론일 수 밖에 없으므로 청소 토목 하수업무는 동사무소로 환원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 장유진 김성배 기자 ujinny@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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