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PD 비리와 실종된 직업윤리(김옥조 2002.07.24)

지역내일 2002-07-24
PD 비리와 실종된 직업윤리
김옥조 한림대학교 객원교수 언론정보학부

30여년 전 일이다. 방송 프로듀서로 있는 친구가 스튜어디스들과 야유회를 가 다른 직종의 입사 동기생들로부터 부러움을 산 적이 있다. 스튜어디스는 당시 여성들의 가장 잘 나가는 직종이어서 이들과의 야유회는 주위의 충분한 시샘거리였다.
그로부터 30여년 후. 프로듀서들이 연예 기획사로부터 외제 승용차와 주식을 상납 받았다고 한다. 방송-연예계가 확 뒤집혀졌다. 30여년이란 세월에 방송 종사자의 낭만은 심한 물신주의로 얼룩져버렸다. 그렇게 조사 받고 잡혀가도 끊임없는 걸 보면 그들의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왜 이런 일들이 이처럼 끊이지 않을까?
첫째는 우리 사회 전체의 낮은 도덕성에 이유가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 발표로 한국의 부패지수는 조사대상 91국 중 42위.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아시아 4룡(싱가포르 4위, 홍콩 14위, 대만 27위) 중 최하위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을 비롯한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35명이 부모와 자식의 재산공개를 거부했다. 이들은 대통령 아들들의 거액 축재만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하고 원망할지 모른다.
모든 것은 이들 지배층들의 부도덕 때문인데 아들 재산이고 뭐고 감출 게 별로 없는 민초들에게 42위는 억울하다. 그러나 PD도 기획사도 영락없이 세계 42위 부패국의 아들딸들임엔 어떡하랴.

방송3사 독과점이 부패 비리 자초
둘째는 방송의 심한 독과점이다. KBS, MBC, SBS 3사의 지상파 시장의 매출점유율은 약 90%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방송 3사의 창구를 통하지 않고는 시청자의 안방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방송을 통해 벌어먹겠다고 작심한 사람이라면 방송 3사에 부나방처럼 온몸을 던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D 비리 등 한국 방송의 모든 부조리·비리는 이 같은 독과점 현상의 투영이다. 바로 그 뒤에는 저질 정치가 있다. 그것이 문제의 어려움이다.
셋째는 방송위원회의 무능이다. 한국의 방송위는 세계 최강의 방송 규제기구이다. 방송을 죽였다 살렸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방송이 이 지경에 이르기 전에 무슨 수라도 썼어야 했다. 방송 출연이 돈에 의해 좌우되고 그것이 사직당국에 의해 입증되고 대중음악이 댄스 음악으로 기형화된 지 오랜데도 방송위가 팔을 걷고 나섰다는 얘기가 없다. 그 뒤에도 저질 정치가 있다. 방송위원회의 나눠먹기식 구성이 그것이다.
넷째는 전문직업 윤리의 부재이다. PD들은 그들의 윤리강령에서 스스로를 전문인으로 자처하며 “시청자들의 문화적 향수를 풍요롭게 할 책임이 있다.” “역사의식에 입각하여 … 오염과 비리의 개연성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 투철한 직업윤리와 도덕적 청렴의무를 실천한다”고 자못 비장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강령 따로 행동 따로 였다.
다섯째는 방송사의 몰염치다. 직원들이 이 정도로 타락할 때까지 상사들이 몰랐다면 조직부실이나 자격미달 아니면 둘 다이다. 방송은 소유자나 종사자의 것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방송의 자유를 시청자에 대한 봉사의 자유라고 일컫고 미국에서는 최고의 권리는 시청자에게 있는 것이지 방송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례는 밝히고 있다.
그동안 시청자가 듣고 싶은 노래가 아니라 돈 많이 준 가수들의 노래를 대신 들려준 이들의 행태야말로 시청자의 권리를 마구 짓밟은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지적에 아무 조치가 없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책임이 있다.
잘못된 보도로 사장까지 책임을 지는 선진 외국언론의 사례는 들어본 지도 없는지 묻고 싶다. 그 뒤에도 이들을 뽑고 감독하는 방송위가 있고 그 뒤에는 이들을 뽑은 정치권이 있다.

돈보다 소중한 전문직업 윤리 살려야
여섯째는 정부의 무관심이다. 댄스곡이 TV 화면을 독점함으로써 가요 시장이 기형화되고 가요공연무대가 질식상태에 빠졌으며 중장년층이 객석에서 추방되는 사태가 오래 전에 야기되었는데도 주무 부처는 이렇다 할 개선 노력이 없었다. 극장 갈 때마다 입장료에 부과한 문예진흥기금이란 이런 데 쓰는 것이 아닌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지만 그 중 하나라도 제대로 했으면 문제가 이처럼 심각하게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왜 연예계에만 유독 자주 문제가 터지나. 공통점은 돈이다. 방송은 시청률을 쫓고 연예계는 인기를 쫓는다. 시청률과 인기는 모두 돈벌이라는 데서 서로 만난다. 방송의 공공성·공적 책임은 돈벌이의 장식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돈보다 더 귀한 가치가 있다는 전문직업윤리가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옥조 한림대학교 객원교수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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