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청문회를 청문한다(안병찬 2002.08.01)

지역내일 2002-08-01
청문회를 청문한다
안병찬 경원대학교 행정대학원장

결국 장 상 총리서리를 검증한 인사청문회는 ‘깜짝쇼’로 막을 내렸다. 장 상 서리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여당도 놀라고 야당도 놀란 꼴이다. 한나라당은 동의안 부결을 주도한 뒤에 내놓은 대변인 성명에서 ‘깜짝쇼’라는 말을 강세어로 썼다.
최초의 여성 총리를 기대했으나 대통령이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정실에 따른 깜짝쇼 인사를 한 탓에 이런 귀결이 났다는 말이다. 깜짝쇼 인사로 시작해서 깜짝쇼 부결로 끝을 본 장 상 청문회는 한국정치의 극적 요소를 십분 담고있다.
나는 이번 청문회에서 흐름을 바꾼 발군의 공격수는 심재철 의원이라고 본다. 그는 첨예한 질문의 창으로 장 상 국무총리 서리의 의표를 찔렀다. 첫날 인사청문 특위 의원 12인 가운데 8번 째 질문자로 나선 심재철 의원이 들추어 낸 ''위장전입 의혹'' 자료는 가장 질문다운 질문으로 여겨졌다. 상세한 도표를 준비한 그가 위장전입 의혹을 추궁하자 장 상 서리 답변은 역시 모르쇠였다.
“이번에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잠원동과 반포동에 주민등록이 갔던 것을 비로소 알게 됐으나 3년 전까지 시모가 재산관리를 총지휘했기 때문에 그 과정은 잘 모른다. 잠원동 신반포아파트는 아마 대현동 전세 아파트의 부도로 어디든 가야 할 상황이라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는 것이 요지였다. 이틀 째 청문회의 질의에서 심재철 의원은 다시 장 서리의 외환관리법 위반 의혹과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하고 추궁했다.
이날 질의자인 심재철 의원과 검증 대상자인 장 상 서리 사이에 일어난 첨예한 대립은 이번 청문회의 절정이라고 봐야한다. 심 의원이 이런 위장전입 방법은 ‘복부인의 고전적 수법’이라고 추궁하자 장 상 서리는 격정과 흥분을 들어내며 “여기는 법정이 아니다” “여기서 선거운동 하지 마라”고 반격했다.
이때 민주당 소속 정대철 위원장은 피의자가 아니므로 용어선택과 분위기를 공정하게 해달라고 장 서리를 응원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은 짚고 넘어 가야할 대목이다. 심 의원과의 대결은 장 상 서리가 실점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깜짝쇼’로 끝난 ‘장 상 청문회’
나는 이번 청문회에서 심재철 의원이 특종을 했다고 본다. 그는 기자 출신답게 ‘현장취재’를 통해 이번 자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보좌관 4명을 전원 투입하여 총리실에서 답변자료가 넘어오기 이전에 이미 장 상 서리의 거주지 전출입 과정을 파악해놓았다고 밝혔다.
심재철 의원은 질문하는 방식에서도 다른 특위의원들과 확연히 차별화 하는데 성공했다. 국회의원들의 고질인 정견발표식 장광설은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인 단문단답으로 청문을 진행한 것이다. 나는 심 의원의 방식이 청문회를 통틀어서 일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시 청문회의 본질은 철저한 자질 검증을 우선하는데 있다. 과거를 숨기다가 자진 사퇴한 외국 청문회의 예를 말하지 않더라도 인사 청문회가 기능을 다하자면 일차적으로 사실 자료에 근거한 검증을 우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입법청문회, 조사청문회, 감독청문회 등 일반 청문회뿐만 아니라 인사청문회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할 기준이다.
장 상 청문회가 끝난 뒤에 나온 평가는 중구난방이다. 한 언론인은 지나친 평균주의적 ''편견''을 비판했다. 장 상 총리지명자 부부가 육십이 넘게 평생 교수로서 재직하면서 십 몇 억의 재산은 모을 수 있었을 것인데, “아니 교수가 어떻게 그런 돈이…”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데 문제가 있다고 했다.
강남 아파트의 위장 전입 문제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는 한국 청문회가 이렇게 재산문제 위주로 치닫는데는 우리 사회의 지나친 평등주의적 풍토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반문하면서, 결국 인물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는 먼저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서 과거보다 비전을 검증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정치학 교수는 총리 인준 청문회가 미흡했다고 비판한다. 새로운 내용이 몇 가지 나온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간 논란이 되어 온 쟁점들을 반복해서 다뤘기 때문에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아직까지 한국 청문회 문화는 진실을 밝히고 시시비비를 가려 공직 후보자의 자질을 확인하는 본연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너무나 정치적이고 당파적인 것이어서 회의감마저 든다고 했다. 제도와 운영상의 문제점을 말한 사람도 있다. 시간이 부족하여 사전 조사가 미흡했고 특정한 사안에 치우쳐 검증을 하는 등 여러 가지 허점이 드러나 보완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전검증 강화, 기간연장 등 법 보완해야
장 상 청문회를 통해 들어 난 문제점은 의혹을 추궁하고 국정능력을 검증하는 두 줄기의 청문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점이다. 또 인사 지명 이전에 내부검증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독립적인 인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사전 검증을 하는 방안이나 대통령 비서실이 책임지고 면밀한 사전조사를 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2년 전에 개정된 인사청문회법에도 보완할 데가 있다. 준비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규정했다. 총리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뒤 15일 안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하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너무 촉박하다. 또 인사청문회 기간을 사흘로 한정한 것도 제한점이다. 장 상 청문회처럼 난이도가 높은 사안을 다루는 청문회일수록 여유 있는 시간표가 필요하다.



안병찬 경원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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