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민심’이 거부한 총리인준(신명식 2002.08.01)

지역내일 2002-08-01
‘민심’이 거부한 총리인준
신명식 편집위원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총리가 무산됐다. 장 상 총리지명자는 21일만에 낙마했다. 당분간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임기말 누수현상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지위향상에 시금석이 될 수 있었는데 좋은 기회를 놓친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래서야 차기 총리감이 있겠냐는 걱정도 나온다. “국회의원 너희들은 얼마나 깨끗하냐”는 감정 섞인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총리인준 부결이 8·8재보선이나 대선에 미칠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 같다. 민주당 안에서도 책임소재를 놓고 파워게임이 벌어질 조짐이다.
한나라당은 “정실에 따른 깜짝쇼 같은 파행인사가 빚어낸 결과이자 첫 인사청문회 도입에 따른 정확한 민의의 반영”이라고 논평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정치공세가 국정혼란과 표류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요 시민단체들은 “도덕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남긴 인사에 대한 인준부결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 지명자, ‘모르쇠 답변’에 대한 준엄한 심판
김대중 대통령은 장 상씨를 총리로 지명하며 부정부패로 얼룩진 국정을 높은 도덕성으로 추슬러 줄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국회인준이 쉬울 것이라는 점도 있었을 것이다.
청문회 직전 언론을 통해 장남의 국적, 부동산투기의혹, 건강보험혜택 편법 시비 등이 잇따라 터질 때도 국회 인준은 무난할 것으로 보았다. 지나친 정치공세로 여성총리에게 너무 흠집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장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면 인준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막상 청문회가 열리자 상황은 달라졌다. 장 지명자는 “몰랐다, 다른 사람이 했다, 행정착오다”로 일관했다. 단지 장남 국적포기 같이 명확한 사실에 대해서만 “송구스럽다”고 했다.
특히 위장전입 시비는 장 지명자의 낙마에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장 지명자의 억지주장이 거듭될수록 국민들은 깜짝 놀랐다. 분양아파트의 실거주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수법은 당시 아파트를 분양 받아 본 사람들은 다 아는 것이다. 양도차익을 얼마나 얻었냐는 그 다음 문제다. 그런데도 장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손으로 해를 가리려 했다. 청문회를 거치며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전적으로 장 지명자의 잘못이다. 남의 탓으로 돌릴 일이 전혀 아니다.
장 지명자는 위장전입 시비에 대해 “위법이냐 아니냐를 따지기에 앞서 정상참작이 우선”이라고 주장해 ‘법의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수많은 노점상들이 도로교통법으로 처벌을 받고, 단속반에 이리저리 쫓겨다닌다. 장 지명자 논리대로 하면 이들은 ‘먹기 살기 위해’ 도로교통법을 위반했으므로 원천적으로 무죄다. 장 지명자의 법의식은 신학자로서 존경받을 만 하지만, 총리로서는 낙제감이다.
청와대는 장 지명자가 정쟁에 희생당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여론동향에 민감한 국회의원 다수가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후임총리 도덕성 흠집없는 인물 발탁해야
사실상 차기 총리의 임기는 4개월 남짓이다. 12월 19일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차기 총리의 역할은 의미가 없다. 12월 20일부터는 차기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을 주도하게 된다. IMF 위기 속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DJ도 당선자 자격으로 국정을 주도했다. 따라서 차기대통령에게 총리지명권을 주는 문제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만 4개월 총리가 갖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는 않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국정을 수습해야 한다. 편파·편중인사 탓에 불만이 가득찬 공직사회도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차기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런 역할은 높은 도덕성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다음 청문회에서 또 다시 도덕성 시비가 붙어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 이미 도덕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인물을 지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도덕성의 이중잣대를 가진 사람이 총리가 되겠다고 나서면 안 된다. 다음 청문회는 도덕성에서 존경받는 총리 지명자를 앉혀놓고 그의 국정수행 포부를 차분히 들어보는 그런 자리가 되어야 한다.
신명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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