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 로터리. 그곳엔 김대중 대통령의 실세로 불리는 동교동계의 사무실이 있
었다. 동교동계는 지금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의 지도부를 구성한 주체세력들이다. 87년 대
선 직전이었다.
이 사무실은 꽤 큰 빌딩 13층에 있었고, 1층에는 죽 전문 식당이 있었다. 호박죽 단팥죽 잣죽
깨죽 쌀죽 전복죽 굴죽 소라죽 …. 죽종류로서 없는 게 없는 죽집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동교동계의 보스였다. 그는 알려진 그대로 독재정권의 온갖 박해를 받
으면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대장정에 조금도 굴함이 없었다. 때문에 주변에는 그와 함께 목
숨 바칠 각오를 한 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소위 가신그룹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어느날
가신들이 '선생님'에게 제안을 했다.
"매일 아침 1층 죽집에서 죽을 드시며 회의를 주재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건강도 지키고,
분위기도 부드럽고 해서 좋을 듯 합니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죽모임
이렇게 해서 생긴 것이 유명한 동교동계의 '죽모임'이다. 이들은 매일 아침 일찍 당사로 나와
죽모임을 가졌다. 죽모임에는 출입기자들이 배제되었다. 그러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중요
한 얘기들이 많이 오갔을 터였다. 그들은 일부 민주인사들의 대선후보 단일화 노력에도 불
구, DJ를 후보로 옹립해야만 된다고 믿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죽모임은 소리소문 없이 없
어졌다.
뜻있는 사람들이 지도자 옆으로 몰리고, 정강 정책을 만들어 정당을 만들고, 동지가 적으로
적이 동지가 되는 정치판의 현실은 모두가 저마다 정권을 잡아보겠다는 야망 때문이다. 동교
동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당시 일부신문에 "동교동계가 죽모임 이후 죽을 쑤고 있
다"는 가십기사가 나가자 죽모임을 없앴다는 후문이다. 죽을 쑤는데 어떻게 정권을 잡는단
말인가?
죽모임을 없애버린 탓인지는 몰라도 꼭 10년 후 DJ는 정권을 잡고야 말았다. 50여년 걸려 야
당이 여당되는 진정한 정권교체라는 의미까지 역사에 남기며-. 그리고 힘차게 출발했다. 얼
마나 힘들게, 얼마나 오랜 세월 끝에 잡은 정권이었던가. '준비된 대통령'은 초기에 국정을
잘 수행해나갔다. IMF를 극복했고,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으며,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세계적 인물이 된 '인간 김대중'으로선 여한이 없을 법도하다. 이제 여기에서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마음 비우고 경제위기 극복에 전력을
그런데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분이 시끄럽고 엉망진창이라
더 이상 문제제기하기도 싫다. 김 대통령과 그의 국정동반자들이 마치 13여년 전 죽모임을
갖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죽을 쑬 수 있을까?
IMF 때처럼 '나라가 총체적 위기'인데 국민은 김 대통령에게 내정을 챙기라고 주문한다. 그럼
에도 그는 노벨평화상 수상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세계 일류의 문명국가 대열에 들어가는 긍지를 얻었다.'중동평화와 인도-파키스탄 관계의
중재에 나서라'고 주문하는 사람도 있다"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국민들과 거리가 멀다.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대통령의 귀가 막혀 있
음을 뜻한다. 바른 말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다는 뜻이다. 둘째, 대통령이 엄청난 고집을 부
리거나 욕심을 가졌을 수도 있다. 셋째, 측근인사들의 관리능력이 대통령의 탁월한 정치력
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웬만한데 하드웨어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대통령학'을 연구하는 미국학자들은 역대 훌륭한 미국 대통령으로 로널드 레이건을 꼽는
다. 레이건은 한마디로 '대세의 정치'를 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
자면 김용갑 의원의 '노동당 제2중대' 발언이 있을 경우 벌떼처럼 일어나 요란을 피우지 않는
다는 것이다. 현재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야당의 문제제기가 없으면 오히려 여당 내에서 문
제를 제기토록 했다는 것이다. 레이건 역시 의회에서 정치상대를 국민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한평생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대통령이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인가?
한 가지 뿐이다. 정권초기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를 회복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다. 정권 재창출 등에 대하여 마음 비우고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 경제위기 극
복만을 위해 일해야한다.
었다. 동교동계는 지금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의 지도부를 구성한 주체세력들이다. 87년 대
선 직전이었다.
이 사무실은 꽤 큰 빌딩 13층에 있었고, 1층에는 죽 전문 식당이 있었다. 호박죽 단팥죽 잣죽
깨죽 쌀죽 전복죽 굴죽 소라죽 …. 죽종류로서 없는 게 없는 죽집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동교동계의 보스였다. 그는 알려진 그대로 독재정권의 온갖 박해를 받
으면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대장정에 조금도 굴함이 없었다. 때문에 주변에는 그와 함께 목
숨 바칠 각오를 한 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소위 가신그룹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어느날
가신들이 '선생님'에게 제안을 했다.
"매일 아침 1층 죽집에서 죽을 드시며 회의를 주재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건강도 지키고,
분위기도 부드럽고 해서 좋을 듯 합니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죽모임
이렇게 해서 생긴 것이 유명한 동교동계의 '죽모임'이다. 이들은 매일 아침 일찍 당사로 나와
죽모임을 가졌다. 죽모임에는 출입기자들이 배제되었다. 그러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중요
한 얘기들이 많이 오갔을 터였다. 그들은 일부 민주인사들의 대선후보 단일화 노력에도 불
구, DJ를 후보로 옹립해야만 된다고 믿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죽모임은 소리소문 없이 없
어졌다.
뜻있는 사람들이 지도자 옆으로 몰리고, 정강 정책을 만들어 정당을 만들고, 동지가 적으로
적이 동지가 되는 정치판의 현실은 모두가 저마다 정권을 잡아보겠다는 야망 때문이다. 동교
동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당시 일부신문에 "동교동계가 죽모임 이후 죽을 쑤고 있
다"는 가십기사가 나가자 죽모임을 없앴다는 후문이다. 죽을 쑤는데 어떻게 정권을 잡는단
말인가?
죽모임을 없애버린 탓인지는 몰라도 꼭 10년 후 DJ는 정권을 잡고야 말았다. 50여년 걸려 야
당이 여당되는 진정한 정권교체라는 의미까지 역사에 남기며-. 그리고 힘차게 출발했다. 얼
마나 힘들게, 얼마나 오랜 세월 끝에 잡은 정권이었던가. '준비된 대통령'은 초기에 국정을
잘 수행해나갔다. IMF를 극복했고,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으며,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세계적 인물이 된 '인간 김대중'으로선 여한이 없을 법도하다. 이제 여기에서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마음 비우고 경제위기 극복에 전력을
그런데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분이 시끄럽고 엉망진창이라
더 이상 문제제기하기도 싫다. 김 대통령과 그의 국정동반자들이 마치 13여년 전 죽모임을
갖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죽을 쑬 수 있을까?
IMF 때처럼 '나라가 총체적 위기'인데 국민은 김 대통령에게 내정을 챙기라고 주문한다. 그럼
에도 그는 노벨평화상 수상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세계 일류의 문명국가 대열에 들어가는 긍지를 얻었다.'중동평화와 인도-파키스탄 관계의
중재에 나서라'고 주문하는 사람도 있다"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국민들과 거리가 멀다.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대통령의 귀가 막혀 있
음을 뜻한다. 바른 말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다는 뜻이다. 둘째, 대통령이 엄청난 고집을 부
리거나 욕심을 가졌을 수도 있다. 셋째, 측근인사들의 관리능력이 대통령의 탁월한 정치력
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웬만한데 하드웨어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대통령학'을 연구하는 미국학자들은 역대 훌륭한 미국 대통령으로 로널드 레이건을 꼽는
다. 레이건은 한마디로 '대세의 정치'를 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
자면 김용갑 의원의 '노동당 제2중대' 발언이 있을 경우 벌떼처럼 일어나 요란을 피우지 않는
다는 것이다. 현재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야당의 문제제기가 없으면 오히려 여당 내에서 문
제를 제기토록 했다는 것이다. 레이건 역시 의회에서 정치상대를 국민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한평생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대통령이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인가?
한 가지 뿐이다. 정권초기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를 회복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다. 정권 재창출 등에 대하여 마음 비우고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 경제위기 극
복만을 위해 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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