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장 상 청문회’
이두석 주필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법적으로 보장된 이유는 국정수행능력과 도덕성을 국민의 대표가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이를 근거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공직 지명자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 동의안을 표결로 인준하는 법적 절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장 상 청문회’는 어떤가. 변죽만 울리는 질의와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된 허술하고 맥빠진 청문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인사 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는 자못 높았던 게 사실이다.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법 제정 후 첫 청문회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상 지명자의 자질과 함께 아들 국적문제와 의료보험 혜택, 부동산 투기의혹, 친일청산에 대한 역사인식 등 도덕성에 대한 온갖 의혹을 검증하기에는 국회청문특위의 준비나 노력이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겉치레 질의, 모르쇠 답변에 의혹 검증 미흡
우선 문제는 장 총리 지명 후 제기된 적지 않은 의혹이 이번 청문회를 통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아들의 미국 국적과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 장남이 한국국적을 포기한 후에도 최근까지 주민등록을 보유한 것에 대해 장 지명자는 ‘동사무소 직원의 실수’로 해명해 왔다. 하지만 어제 청문회에서 제시된 관계증빙 자료는 이런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더욱이 새로 불거진 장 지명자 부부의 아파트 위장전입 의혹이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 상 지명자가 1980년대 서울 강남과 목동 등 대표적인 아파트가격상승지역에 3차례나 위장 전입한 사실이 있다는 새로운 투기의혹이 제기됐으나 시어머니가 재산을 관리해 “잘 모르겠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런 모르쇠 답변에 이렇다할 추가 추궁이 없었고 일부 의원은 노골적으로 감싸기까지 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이 같은 인사 청문회의 문제점을 개선키 위해 미국의 청문회제도를 살펴보고 본받을 필요가 있다. 20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이 나라의 인사청문회는 공직 내정자의 이데올로기와 윤리규범이 공직수행에 적합한지를 검증해 인준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문회를 거쳐 모두 12명의 장관 내정자가 인준 거부됐으며 28명의 대법관 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이러니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인사는 고위공직에 오를 엄두조차 못 낸다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청문회에 가기 전에 언론을 통한 검증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위법이나 탈세가 드러나면 청문회를 거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거나 내정자가 아예 중도 포기하기 때문이다. 부시정부 들어 린다 차베츠 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빌 글린턴 정부에서는 조 베어드, 킴바 우드 법무장관 내정자가 위법이 드러나 청문회 문턱에 기 보기도 전에 중도 하차했다는 것이다.
장관 내정자 12명 탈락시킨 미 청문회제 배워야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위법내용이 사소하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불법 이민자를 가정부나 보모로 고용했고 피고용인에 대한 사회 보장세를 내지 않았다는 정도다. 그런데 이 정도의 잘못으로 왜 장관자리에 오르지 못하는지 그 이유가 너무나 간단 명료하다. 법을 집행하는 장관이 법을 위반했다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일종의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국적포기 후 건강보험 혜택이 위법이 아니라고 버티는 이나라 지도층의 도덕불감증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는 이번 ‘장상 청문회’를 계기로 인사청문회 정착을 위한 제도와 운영을 개선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더 효율적으로 청문회를 진행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우선 미국이 개발한 사전 검증절차와 명예와 인격을 고려한 진행요령, 그리고 국정수행능력 평가를 위한 불문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
이와 함께 청문회 대상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중앙선관위원의 지명자뿐만 아니라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 권력실세들도 청문회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미국이 왜 차관보와 대사, 군장성까지 500여 명을 청문회 대상으로 정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국정운영의 성패를 예측할 수 있은 중요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이두석 주필
이두석 주필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법적으로 보장된 이유는 국정수행능력과 도덕성을 국민의 대표가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이를 근거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공직 지명자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 동의안을 표결로 인준하는 법적 절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장 상 청문회’는 어떤가. 변죽만 울리는 질의와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된 허술하고 맥빠진 청문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인사 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는 자못 높았던 게 사실이다.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법 제정 후 첫 청문회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상 지명자의 자질과 함께 아들 국적문제와 의료보험 혜택, 부동산 투기의혹, 친일청산에 대한 역사인식 등 도덕성에 대한 온갖 의혹을 검증하기에는 국회청문특위의 준비나 노력이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겉치레 질의, 모르쇠 답변에 의혹 검증 미흡
우선 문제는 장 총리 지명 후 제기된 적지 않은 의혹이 이번 청문회를 통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아들의 미국 국적과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 장남이 한국국적을 포기한 후에도 최근까지 주민등록을 보유한 것에 대해 장 지명자는 ‘동사무소 직원의 실수’로 해명해 왔다. 하지만 어제 청문회에서 제시된 관계증빙 자료는 이런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더욱이 새로 불거진 장 지명자 부부의 아파트 위장전입 의혹이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 상 지명자가 1980년대 서울 강남과 목동 등 대표적인 아파트가격상승지역에 3차례나 위장 전입한 사실이 있다는 새로운 투기의혹이 제기됐으나 시어머니가 재산을 관리해 “잘 모르겠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런 모르쇠 답변에 이렇다할 추가 추궁이 없었고 일부 의원은 노골적으로 감싸기까지 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이 같은 인사 청문회의 문제점을 개선키 위해 미국의 청문회제도를 살펴보고 본받을 필요가 있다. 20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이 나라의 인사청문회는 공직 내정자의 이데올로기와 윤리규범이 공직수행에 적합한지를 검증해 인준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문회를 거쳐 모두 12명의 장관 내정자가 인준 거부됐으며 28명의 대법관 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이러니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인사는 고위공직에 오를 엄두조차 못 낸다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청문회에 가기 전에 언론을 통한 검증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위법이나 탈세가 드러나면 청문회를 거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거나 내정자가 아예 중도 포기하기 때문이다. 부시정부 들어 린다 차베츠 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빌 글린턴 정부에서는 조 베어드, 킴바 우드 법무장관 내정자가 위법이 드러나 청문회 문턱에 기 보기도 전에 중도 하차했다는 것이다.
장관 내정자 12명 탈락시킨 미 청문회제 배워야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위법내용이 사소하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불법 이민자를 가정부나 보모로 고용했고 피고용인에 대한 사회 보장세를 내지 않았다는 정도다. 그런데 이 정도의 잘못으로 왜 장관자리에 오르지 못하는지 그 이유가 너무나 간단 명료하다. 법을 집행하는 장관이 법을 위반했다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일종의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국적포기 후 건강보험 혜택이 위법이 아니라고 버티는 이나라 지도층의 도덕불감증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는 이번 ‘장상 청문회’를 계기로 인사청문회 정착을 위한 제도와 운영을 개선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더 효율적으로 청문회를 진행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우선 미국이 개발한 사전 검증절차와 명예와 인격을 고려한 진행요령, 그리고 국정수행능력 평가를 위한 불문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
이와 함께 청문회 대상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중앙선관위원의 지명자뿐만 아니라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 권력실세들도 청문회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미국이 왜 차관보와 대사, 군장성까지 500여 명을 청문회 대상으로 정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국정운영의 성패를 예측할 수 있은 중요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이두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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