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가 만난 사람 ① 강원용 목사

“북한은 미국이 새로 만든 절대악”

지역내일 2002-08-13 (수정 2002-08-16 오후 4:12:17)
- 지난 3일에 2002년 만해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재작년에는 일본 니와노 평화상을 받으신 걸로 압니다. 평화상과 인연이 깊으신 것 같습니다.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는 인류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평화문제입니다.
저는 인류역사에서 22세기가 과연 존재할 것이냐 하는 의문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 생각만 하면 아찔하지요. 우리가 숨쉬는 지금의 21세기란 것이 지구 생명의 종말을 고하는 그런 때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겠죠. 하나는 전쟁입니다.
지난 연말에 새로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미국 의회에 보고됐어요. 지하시설을 파괴시키는 핵무기로 이를 사용할 대상으로 꼽히는 나라가 이란 이라크 북한이라고 합니다. 이런 핵무기를 쓴다면 한국에서 보통 과거에 쓰던 재래무기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수백만 명이 죽을 터이지만, 생존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핵무기는 이와 다릅니다. 지난 시절 남태평양에서 핵실험을 할 때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이주시키고 실험을 했습니다. 그 후 몇십년 간 실험을 중단한 후 당시 사람들이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했어요. 그런데 이때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었어요. 그런 무기에 의해 전쟁이 난다면 인류의 다음 역사를 쓸 수 없는 시대가 되지 않겠습니까. 21세기에 전쟁이 나게 되면, 그 전쟁은 지구종말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다음으로는 생태계의 문제예요. 서울에서도 장마가 끝난 다음에 장마철에 온 비보다 두 배이상의 비가 내렸죠.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환경파괴, 생태계 파괴가 그대로 계속되면 지구의 생명체는 생존을 지속할 터전을 잃게 되는 거죠.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평화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는 문제가 인류의 존망과 직접 관련되는 최대 이슈가 될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각 종교나 각 단체에서 평화를 크게 문제로 삼고 있어요. 그래서 역시 불교에서도 그런 의미에서 평화상을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수상소감에서 한반도 전쟁 위험성을 강조하셨습니다. 9.11테러 이후 부시의 정책에서 북한이 테러국으로 지명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저는 크게 달라졌다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쟁이 일어날 원인이 어디 있냐 하면, 미국이란 나라를 바로 보아야 합니다. 지금 큰 전쟁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 뿌리를 보면 기독교와 회교와의 전쟁입니다. 회교 가운데에도 빈 라덴 같은 원리주의자들과 기독교로 말하자면 근본주의자, 그게 문젠데 미국이라는 나라의 기독교는 근본주의적인 것이에요. 뿌리가 아주 고집스런 근본주의죠.
조지 워싱턴 대통령 때부터 보면 미국사람들의 사고에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있어서 절대선 아니면 절대악이 있을 뿐입니다.
20세기 후반 미국에게는 공산주의가 절대악이었어요. 공산주의의 두목격인 소련, 이것이 절대악이고, 미국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절대선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이게 무너졌단 말이에요.
이게 무너지니까 절대선을 주장하는 사람은 새로운 대상, 즉 새로운 절대악을 만들어야 했어요. 지금은 절대악을 모슬렘 나라 쪽에다 둔단 말이지요.
힘의 미국이 절대악으로 규정지어버리면 그것을 기필코 없애버리려 들겠지요. 이런 속에서 ‘악의 축’이란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악의 축이란 말은 그런 의미로 들어야 돼요. 여기에 북한을 집어넣었거든요. 이건 보통 무서운 얘기가 아니죠.
지금 미국의 제일 고민은 기독교와 모슬렘과의 1400년간 내려온 전쟁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기독교와 모슬렘과의 전쟁이다, 이런 말을 듣기 싫어하지요.
미국이 월남전 때 백인과 황인의 인종전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베트남인과 같은 황인종인 한국군 파병을 원했잖습니까. 그렇듯이 종교전쟁도 아니고, 아랍과 미국의 전쟁도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면 아랍도 아니고 모슬렘도 아닌 나라를 하나 끌어넣어야 하겠지요. 제일 써먹기 좋은 게 북한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대화 제의를 한 이유가 어디 있는 거 같습니까. 경제개혁을 위해 남쪽과 대화의 물꼬를 트려 했다면 좋은 일이지요.
그러나 다른 가능성, 즉 북쪽에서 보기에 지금 대통령선거가 당장 있는데 이회창씨가 대통령이 되면 대화조차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거지요. 그렇게 되면 북한의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진단 말이에요. 김대중 정부때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요.
내 추측인데, 한나라당이 새 정권이 되면 상당히 다루기 힘들겠다는 적개심이 있으니까 이걸 좀 불리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는 없겠나 하는 것도 있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북미간 대화도 처음 만나자마자 미국이 미사일부터 핵무기, 재래식무기까지 다 꺼내면 북한이 받지 않을 테니까 깨지는 겁니다. 아직까지 남북간 북미간에 근본적인 틀이 호전됐다고 보기에는 좀 빠릅니다.

- 지난번 평화포럼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책권고안''을 내셨습니다. 발표이유가 전쟁방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거리시위 등 지금 반미운동이 많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미국의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있어도 반미에는 찬성할 수 없어요. 이는 극히 현실적인 겁니다.
반미는 파워발란스, 즉 힘의 균형으로 바라보십시오. 독일이라고 하는 나라는 거의 유럽의 중심국가인데 미군이 독일에 있지 않습니까. 미군이 독일에 주둔하고 있어야 유럽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 정치가들이 해야 할 한 가지가 (김대중 대통령 이회창 총재에게도 이런 얘기했는데) 미국의 부시를 만나면 “우리가 모든 면에서 당신들을 필요로 하고 우리도 협력하겠다. 단 한 가지 한반도에 폭탄 떨어뜨리고 전쟁을 하는 것은 남쪽이고 북쪽이고 할것없이, 여당이고 야당이고 할것없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전체가 반대한다는 점을 알아라”고 얘기해야 해요.
이런 점에서 이건 여야가 문제 아닙니다. 민족의 공멸이냐 아니냐의 문제예요. 부시에게 “당신이 북을 때리는 것은 북만 때리는 게 아니다. 북의 군사력을 가지고 남과 전쟁을 할 수도 있고 … 이렇게 되면 공멸한다”고 말해야죠.

- 김대중정부가 햇볕정책을 제일 자랑하고 싶은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제대로 했다고 보시는지요.
저는요, 햇볕정책이라는 것을 칭찬해본 일도 없고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바로 봐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어디 있냐하면 2000년 6월15일에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불쑥 나타나고 거기에 김정일이가 탁 나옴으로써 일이 비롯된 거 아니잖아요. 박정희 대통령 때 7.4남북공동성명, 그 이후에 또 남북합의서 등 여러 차례 있고, 심지어 김영삼 대통령 때 김일성을 만나기로 날짜까지 정했다가 김일성이 사망하는 바람에 못 만난 것 아닙니까.
이런 역사의 연속선상에서 김대중씨가 (김정일) 만난 거지, 김대중씨가 이런 일 전혀 없는데서 불쑥 한 거 아니란 말이에요. 이것을 첫째로 우리가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거고, 그러니까 그것을 전제로 볼 땐 잘한 일이다 그 말입니다. 그리고 사실 전세계가 햇볕정책을 지지하는데 내가 반대한다는 것도 우습잖아요.

- 이회창 후보가 한반도 평화정책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셨는데, 이 후보의 통일관이나 대북관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잘 모르겠어요. 그분이 우리 평화포럼의 한 국제회의 만찬에 나와서 연설했는데 그때 연설은 실제 햇볕정책도 지지하고 남북간에는 대결해서는 안 된다 등 그런 말을 했어요. 그러니까 서로가 평화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얘기를 한 거죠. 이건 내가 보기에도 이론적으로 좀 어려운 말인데, 대북정책은 평화적으로 하되 어쨌든 원칙은 분명히 해야 한다. 그 원칙이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하고, 인권이란 말을 쓰더군요.
그런데 나는 이회창 총재께서 좀 분명한 것 몇 가지만 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자유민주주의로 통일한다, 인권보장부터 하고 한다는 얘기는 너무 빠른 거 같아요.
저로서는 사실 아직 이 총재의 통일관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 세계적으로 훌륭한 정치가를 꼽으라면 누구의 얘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내가 좋아하는 정치가 가운데 독일 전대통령 (리하두 폰) 바이체커가 있어요. 저랑 친한 사이입니다. 전 그 사람을 아주 훌륭한 정치가라 봅니다.
바이체커는 독일 패전 40주년 기념대회를 여야의원, 장관 등 모두 모인 가운데 기념 강연을 하면서 두 종류의 정치를 말했어요. 하나는 스테이츠맨, 진짜 정치가죠. 진짜 정치가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다음으로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 생각하고, 그 다음에 나의 당과 나에게 어떤 영향이 있나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또 하나는 폴리티션, 정략가는 먼저 이번 선거에 어찌 이길까만 생각하고 다음 세대나 민족의 영향은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 사람들로는 나라가 안 된다 하는 것이 이 사람이 한 얘기인데, 이 사람은 그걸 그대로 실현했어요. 그랬기 때문에 독일이 통일된 거죠.

- 김대중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압니다. 따끔한 말도 많이 하셨는데, 임기 얼마 안 남은 상태에서 솔직하게 평가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남북문제는 한번 잘못해 놓으면 고칠 길이 없어요. 제발 남북문제만 바로 해달라고 얘기했어요.
나는 김 대통령을 우리가 평가하는 데 너무 인색하다고 생각합니다.
IMF때라 당선되자마자 취임도 하기 전에 노력해 이만큼 만들어놓은 것은 공로이지요. 남북관계 이만큼 만들어 놓은 것도 공로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잘못한 게 여러 가지 있어요. 지도자는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한번 뱉은 말은 반드시 책임질 줄 알아야 하는데, 김대중대통령처럼 말 많이 바꾼 정치가도 아마 없을 겁니다. 92년 떨어지고 정계은퇴 공식발표하고 영국에 갔다 와서 다시 정치하면서 이유도 한마디 설명 없었잖아요. 지난 대선땐 공약으로 2년후엔 내각제 한다 해놓고 안 지켰지요. 사람이 한번 뱉은 말은 보증수표처럼 믿을 수 있어야 하는데 위조지폐처럼 나오니까 못 믿겠어요.
둘째는 인사정책을 잘못 한다는 겁니다. 인사는 내 추측으론 너무 자신 만만한 것같아 문제예요. 심부름꾼이나 필요하지 참모는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 것 같아요. 권력은 나눠주면 그만큼 늘어나는데 혼자 다 가졌어요. 인사정책을 잘못하고 있어요.
물론 인사하는데 김종필씨와 나눠가져야 했어요. 총리는 대통령의 방탄조끼와 같은 존재인데 모두 그쪽이 맡으니 방탄조끼가 없었지요. 힘이 모자라 생긴 불행한 일이지요. 이런 몇가지가 정치적으로 실패한 근본원인이라 생각합니다.

- 대통령과 독대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할 말 없습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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