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1> 한강의 두 발원지, 우통수와 검용소

지역내일 2002-08-18
<한강-1> 한강의 두 발원지, 우통수와 검용소

오대산 우통수를 한강의 ‘역사적 발원지’로

오대산 서대(西臺) 밑에 솟아나는 샘물이 있는데, 곧 한수(漢水·한강)의 근원이다. 물 빛깔과 맛이 다른 물보다 뛰어나고 물을 삼가함도 또한 그러하니 우통수(于筒水)라 한다. 이는 서쪽으로 수백리를 흘러 한강이 되어 바다로 들어간다. 한강은 비록 여러곳에서 흐르는 물이 모인 것이나 우통물이 복판 줄기가 되어 빛깔과 맛이 변하지 않는 것이 중국에 양자강이 있는 것과 같으니 한강이라는 명칭도 이 때문이라 …

고려말에서 조선 초의 문신 권 근은 오대산 우통수를 이렇게 기록했다.
우통수가 한강 발원지로 기록된 문헌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조선세종실록(朝鮮世宗實錄)》이며 그후 조선 말기까지 나온 각종 지리서들도 한강의 발원지로 한결같이 오대산 우통수를 꼽고 있다.

삼국유사에도 기록된 오대산 우통수 000
한강의 발원지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일연의 《삼국유사》에도 우통수가 거론되고 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오대(五臺)신앙을 정착시킨 신라의 보천태자는 우통수 물을 매일 길어 문수보살에게 차(茶)를 공양했다고 한다.
강원대 환경학과 전상호 교수의 실측에 따르면 우통수는 오대산 서대(西臺) 수정암 동쪽 60m 지점, 동경 128도 33분 32초, 북위 37도 46분 33초에 위치한다.
옛 지리서들은 모두 함천(檻泉·솟아나는 샘)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물이 다듬어진 우물벽 틈으로 나오기 때문에 물이 솟아나는 샘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 물의 흐름은 관찰되지 않고, 수위는 물이 흐르도록 된 출수구에서 약 15~20cm 아래에 위치한다.
예전에 이 출수구로 물이 흘렀다면 지금까지 약 1000년에 걸쳐 우통수 주위의 수위가 15~20cm 정도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전상호 교수의 분석이다.
우통수는 이웃한 강릉 한송정 샘터와 함께 삼국시대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샘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우통수가 오대산 서대 옆,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높은 산 위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우통수 물을 아주 특별하게 여겼다. 우통수 물은 무겁기 때문에 다른 물과 섞이지 않고 한강 제일 깊은 곳으로 흐른다고 믿었고, 강 한가운데로 흐르는 물을 ‘한중수(漢中水)’ 또는 ‘강심수(江心水)’라 해서 다른 물보다 세 배의 값을 쳐서 받았다.
《신증 동국여지승람》 저술에 참여했던 이 행 (李行) 등은 속리산 삼타수, 충주 달래강 물과 함께 우통수 물을 조선 제일의 명수로 꼽았다.

1918년 나온 《조선지지》에서 발원지 수정 000
한강의 발원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온 것은 1918년에 발간된 《조선지지(朝鮮地誌)》가 한강의 발원지를 삼척군 하장면이라고 기록하면서부터이다.
그 이후 1970년대까지 발간된 각종 문헌에는 우통수, 대덕산, 오대산, 삼척군, 태백산맥, 정선군, 하장면 등으로 기록되어 혼란을 일으켜 왔다. 이런 기록들은 고문헌류나 조선지지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1981년 하천연구가 이형석씨는 조선총독부의 근세한국 1/50000 지형도(1918) 도상계측을 근거로 “한강의 최상류 하천은 태백시의 창죽천이고 발원지는 창죽천의 집수역인 금대산 북쪽계곡”이라고 제안했다.
1986년에는 태백의 향토사학자 김강산(태백문화원 사무국장)씨가 금대산 북쪽의 ‘검용소’를 한강의 발원지로, 1987년에는 그 상류의 ‘제당굼샘’을 발원샘으로 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논란은 2000년 5월 건설교통부가 《한국하천일람》에서 한강의 발원지를 ‘태백시 금대산 북쪽기슭’으로 발표함으로서 중단되었다.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 북사면에 있는 검용소는 기온 30℃가 넘는 7월에도 9℃를 유지하는 용출수가 하루 5000여톤 가량 솟아나는 용천(湧泉)이다.
위치는 동경 128도 55분 37초, 37도 13분 26초, 고도 954m이며 지하수맥과 연결된 석회암 동굴의 입구가 계곡 바닥에 노출되어 있어 창죽천까지 물길이 이어지고 주변 경관도 뛰어나 한강 발원지로서의 품격을 두루 갖추고 있다.

발원지는 물줄기 길이로 결정되지 않았다 000
재미있는 사실은 오대산 우통수 물(오대천)과 검용소 물(골지천→임계천→조양강)이 만나는 정선 북평의 합수지점을 기준으로 볼 때 곡선거리는 검용소가 길지만, 직선거리로는 우통수가 더 멀다는 점이다.
우리 선조들은 하천의 발원지를 따질 때 물줄기의 길고 짧음보다 물의 신비성이나 어떤 지역의 사회적·문화적 특성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동여지도를 보면 우통수 위에도 긴 물줄기가 표시돼 있고, 낙동강 발원지 황지 위에도 더 긴 물줄기가 나타난다.
전상호 교수는 “우통수는 고대사회의 설화를 간직하고 있는 점, 고려시대부터 기록이 보존된 점, 유물이 보존되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며 “우통수를 한강의 역사적 발원지의 하나로 설정해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캡션>

강원도 태백시에서 한강발원지 검용소를 가려면 태백시청이 있는 황지동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삼척 하장 방면으로 백두대간 피재(삼수령)를 넘어야 한다. 고개 꼭대기에는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발원지 ― 삼수령”이란 표지석이 서 있다.
이곳 피재는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백두산에서 금강산→설악산→오대산→두타산을 지나 이곳까지 내려온 백두대간은 피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매봉산→함백산→태백산→지리산으로 이어지고, 낙동정맥은 피재 남쪽의 구봉산을 지나 일월산→주왕산을 거쳐 부산 금정산으로 달려간다.

한강은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1418m)에서 발원, 서해로 흘러가는 길이 467.7km, 유역면적 2만 2994㎢에 이르는 우리나라 제1의 하천이다.
태백에서 발원한 한강은 정선→영월→충주→여주→양평→서울→김포를 지나 강화도 북쪽 비무장지대에서 서해로 들어간다. 이 긴 흐름을 이어가는 동안 한강은 수많은 지류들을 만난다.
우리 선조들은 한강의 본류를 남한강으로 보았다. 금강산 만폭동에서 시작되는 북한강은 임진강과 함께 한강 제1의 지류로 분류되었다.

이곳 오대산 일대는 북한강과 남한강, 동해로 흘러드는 연곡천의 분수령이기도 하다.
오대산 서쪽과 북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내린천이 되어 소양강으로 흘러들고, 동남쪽 물은 오대천과 송천을 이루어 남한강으로, 진고개 너머 동북쪽 물은 연곡천을 통해 동해로 들어간다.
한강 수계와 동해안 수계의 분수령은 황병산 - 노인봉 - 진고개 - 두로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주능선이다. 그렇다면 남한강과 북한강 수계의 분수령은 어디일까. 두 수계의 분수령은 오대산 - 계방산 - 운두령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인데, 이 줄기는 멀리 용문산을 지나 양평 두물머리까지 뻗어나간다.
백두대간 개념에서 이 산줄기는 이름이 없다. 굳이 이름하자면 ‘한중정맥’(북한강과 남한강의 분수령을 이루며 한강수계의 중심허리를 이루는 산줄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몇해 전 북한은 이 산줄기를 ‘계방산줄기’로 명명했다)

그러나 이곳 피재 일대는 최근 들어 각종 개발의 삽날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백두대간 매봉산(1303m) 일대에는 (엄청난) 면적의 고랭지 채소밭이 들어섰고, 한강 발원지 창죽동 동쪽 백두대간 능선 바로 밑에는 태백시 장묘사업소가 건설됐다.
피재에서 포장된 농로를 따라 매봉산 고랭지단지로 올라가면 20mm 광각렌즈로도 잡히지 않는 엄청난 규모의 경작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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