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환’ 면죄부 청문회인가
김영호 시사평론가
나라가 소연하다. 권력형 비리사건이 밑도 끝도 없이 터지더니 민주당이 선거마다 참패했다. 순풍에 돛을 올렸던 그 당의 대통령 후보가 민심의 역풍을 맞아 좌초위기에 놓였다. 이런 판에 총리감의 자질까지 따지느라 나라가 더 소란스럽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시 그 권한을 대행한다. 대통령이 돌발적 사태나 건강상의 이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의 역할을 대행한다는 뜻이다. 그 까닭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국민의 신임을 얻도록 한다.
바로 이 헌법정신을 군사정권이 무시하고 총리서리라는 딱지를 만들어 냈다. 국회동의를 거치지 않은 채 국무총리로 행세했던 것이다. 헌법파괴(Verfassungsvernichitung)를 통해 집권한 군사정권이니 헌법 따위가 안중에 없었을 것이다. 야당시절 총리서리의 모순성을 질타했던 DJ가 그것을 연거푸 두 번씩이나 써먹어 국민들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국무총리는 국무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발탁의 첫째 조건은 예측성이다. 국민들이 수긍할 만한 인물이라야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제도 이전의 문제로서 국민적 합의다. 그런데 여성 대학총장을 기용했다가 그 의외성이 오히려 부정직성-부적임성을 부각시켜 결국 그를 낙마시키고 말았다. 이번에는 족벌신문사 50세 사위사장이라는 의외성에 국민들은 더욱 의아해 한다. 그의 경력은 창업주의 외동사위로서 신문사 경영을 맡았던 것이 전부이다. 국정을 수행할 자질과 능력도 미지수이지만 국민의 아픔과 슬픔을 달랠 인물인지도 모르겠다.
여성총리가 발탁되자 언론은 후끈 달아올라 검증작업에 나섰다. 이번에는 언론사 사주가 그 자리에 오르자 꿀먹은 벙어리 시늉을 한다. 언론계에는 동업자 봐주기라는 뿌리 깊은 관행이 있다. 비리를 서로 눈감아주는 침묵의 카르텔 말이다. 이번에도 그런 공범의식이 발동했는지 알 수 없다.
변명 유도·답변 회피, 이런 청문회 왜 하나
시민단체가 인준을 반대하자 눈치나 보던 한나라당에서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언론은 마지못해 받아쓰는 모습이다. 눈에 띄는 발굴기사도 없고 지난번 보였던 매운맛은 온 데 간 데 없다. 여성차별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남을 만하다.
국회 인사청문회라고 다를 게 없다. 첫날을 보니 언론보도를 확인하는 수준에 겉돌았다. 볼썽사납게 해명성 발언을 유도하거나 변명할 기회나 주면 회피성 답변이나 늘어놓았다. 청문회를 면죄부나 주는 변명회로 아는 모양이다. 축재과정의 투명성을 밝히려면 은닉-누락-축소재산을 캐고 상속-증여의 적법성을 따져야 하는데 그런 다부진 노력은 보기 어려웠다. 언론사 사주이니까 취재과정에 취득한 정보를 가지고 부동산-주식에 투자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개발예정지에 투자했는지 농지법을 위반했는지 타인명의로 땅을 샀는지 추궁해야 한다. 그 땅값을 부추기려는 기사는 없었는지도 가려내야 한다.
주식투자와 관련한 정보를 취득할 지위에 있는 언론인은 주식투자를 자제해야 한다. 이것은 법을 떠난 언론윤리의 문제다. 그 동안 내부자에 준하여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장대환 지명자는 상당한 주식소유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방대한 주식정보를 접할 수 있는 경제신문사 사주라는 점이 철저한 검증을 요구한다. 어떤 주식을 얼마나 보유했고 액면가가 아닌 시세로는 얼마인지 밝히는 작업이 중요하다.
또 차명으로 분산한 유가증권-예금계좌는 없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그런데 왠지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국가정책을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국무총리는 주가변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일본은 장관의 주식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DJ정권 탄생에는 IMF 사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제를 잘 안다는 DJ가 경제파탄에서 나라를 구해 달라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었다. 재벌기업의 과다한 채무경영과 무모한 사업확장이 IMF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래서 DJ는 재벌개혁이란 기치를 들고 나왔고 국민의 박수도 받았다. 그런데 장씨의 기업관은 친재벌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은 DJ의 가치관과 상치된다. 정책의 일관성-지속성과 배치되는 이 문제도 규명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DJ의 재벌정책을 공격해 왔다. 그 일은 민주당의 몫이나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투기·탈세 연루 총리, 국정 챙길 수 없다
DJ는 언론탄압이라고 공격하는 족벌언론사와 마찰을 빚으며 세무조사를 강행했다. 장씨의 신문사도 탈세한 사실이 드러나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그의 연관성에 대한 규명은 중요하다. 탈세규모에 차이가 있지만 다른 족벌언론 사주는 구속되었다는 점에서 단단히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탈세사실에 연루된 국무총리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역설하고 성실납세를 당부한다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세무조사는 언론개혁이라고 목청 높였던 민주당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몰아쳤던 한나라당은 애써 외면했다.
빈부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50대 이상은 사회에서 유리되어 버렸다. 아파트 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어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그런데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의 돈과 땅 이야기를 놓고 벌이는 입씨름이 시끄럽기만 하다. 성층권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를 듣자니 서민들은 서글프기만 하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김영호 시사평론가
나라가 소연하다. 권력형 비리사건이 밑도 끝도 없이 터지더니 민주당이 선거마다 참패했다. 순풍에 돛을 올렸던 그 당의 대통령 후보가 민심의 역풍을 맞아 좌초위기에 놓였다. 이런 판에 총리감의 자질까지 따지느라 나라가 더 소란스럽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시 그 권한을 대행한다. 대통령이 돌발적 사태나 건강상의 이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의 역할을 대행한다는 뜻이다. 그 까닭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국민의 신임을 얻도록 한다.
바로 이 헌법정신을 군사정권이 무시하고 총리서리라는 딱지를 만들어 냈다. 국회동의를 거치지 않은 채 국무총리로 행세했던 것이다. 헌법파괴(Verfassungsvernichitung)를 통해 집권한 군사정권이니 헌법 따위가 안중에 없었을 것이다. 야당시절 총리서리의 모순성을 질타했던 DJ가 그것을 연거푸 두 번씩이나 써먹어 국민들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국무총리는 국무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발탁의 첫째 조건은 예측성이다. 국민들이 수긍할 만한 인물이라야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제도 이전의 문제로서 국민적 합의다. 그런데 여성 대학총장을 기용했다가 그 의외성이 오히려 부정직성-부적임성을 부각시켜 결국 그를 낙마시키고 말았다. 이번에는 족벌신문사 50세 사위사장이라는 의외성에 국민들은 더욱 의아해 한다. 그의 경력은 창업주의 외동사위로서 신문사 경영을 맡았던 것이 전부이다. 국정을 수행할 자질과 능력도 미지수이지만 국민의 아픔과 슬픔을 달랠 인물인지도 모르겠다.
여성총리가 발탁되자 언론은 후끈 달아올라 검증작업에 나섰다. 이번에는 언론사 사주가 그 자리에 오르자 꿀먹은 벙어리 시늉을 한다. 언론계에는 동업자 봐주기라는 뿌리 깊은 관행이 있다. 비리를 서로 눈감아주는 침묵의 카르텔 말이다. 이번에도 그런 공범의식이 발동했는지 알 수 없다.
변명 유도·답변 회피, 이런 청문회 왜 하나
시민단체가 인준을 반대하자 눈치나 보던 한나라당에서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언론은 마지못해 받아쓰는 모습이다. 눈에 띄는 발굴기사도 없고 지난번 보였던 매운맛은 온 데 간 데 없다. 여성차별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남을 만하다.
국회 인사청문회라고 다를 게 없다. 첫날을 보니 언론보도를 확인하는 수준에 겉돌았다. 볼썽사납게 해명성 발언을 유도하거나 변명할 기회나 주면 회피성 답변이나 늘어놓았다. 청문회를 면죄부나 주는 변명회로 아는 모양이다. 축재과정의 투명성을 밝히려면 은닉-누락-축소재산을 캐고 상속-증여의 적법성을 따져야 하는데 그런 다부진 노력은 보기 어려웠다. 언론사 사주이니까 취재과정에 취득한 정보를 가지고 부동산-주식에 투자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개발예정지에 투자했는지 농지법을 위반했는지 타인명의로 땅을 샀는지 추궁해야 한다. 그 땅값을 부추기려는 기사는 없었는지도 가려내야 한다.
주식투자와 관련한 정보를 취득할 지위에 있는 언론인은 주식투자를 자제해야 한다. 이것은 법을 떠난 언론윤리의 문제다. 그 동안 내부자에 준하여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장대환 지명자는 상당한 주식소유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방대한 주식정보를 접할 수 있는 경제신문사 사주라는 점이 철저한 검증을 요구한다. 어떤 주식을 얼마나 보유했고 액면가가 아닌 시세로는 얼마인지 밝히는 작업이 중요하다.
또 차명으로 분산한 유가증권-예금계좌는 없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그런데 왠지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국가정책을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국무총리는 주가변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일본은 장관의 주식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DJ정권 탄생에는 IMF 사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제를 잘 안다는 DJ가 경제파탄에서 나라를 구해 달라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었다. 재벌기업의 과다한 채무경영과 무모한 사업확장이 IMF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래서 DJ는 재벌개혁이란 기치를 들고 나왔고 국민의 박수도 받았다. 그런데 장씨의 기업관은 친재벌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은 DJ의 가치관과 상치된다. 정책의 일관성-지속성과 배치되는 이 문제도 규명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DJ의 재벌정책을 공격해 왔다. 그 일은 민주당의 몫이나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투기·탈세 연루 총리, 국정 챙길 수 없다
DJ는 언론탄압이라고 공격하는 족벌언론사와 마찰을 빚으며 세무조사를 강행했다. 장씨의 신문사도 탈세한 사실이 드러나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그의 연관성에 대한 규명은 중요하다. 탈세규모에 차이가 있지만 다른 족벌언론 사주는 구속되었다는 점에서 단단히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탈세사실에 연루된 국무총리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역설하고 성실납세를 당부한다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세무조사는 언론개혁이라고 목청 높였던 민주당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몰아쳤던 한나라당은 애써 외면했다.
빈부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50대 이상은 사회에서 유리되어 버렸다. 아파트 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어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그런데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의 돈과 땅 이야기를 놓고 벌이는 입씨름이 시끄럽기만 하다. 성층권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를 듣자니 서민들은 서글프기만 하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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