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었던 아버지를 되찾다
아들딸 껴안고 꿀맛 같은 늦잠·온 가족 여행에 부모님도 덩달아 반겨
생활비 늘고 가족간 대화법 새로운 걱정거리로
초등학교 3학년인 충희는 학기초에 일기장에 가족그림을 그려 넣었다가 담임선생님께 ‘선생님이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다. 엄마에게 종아리를 맞는 자기모습과 옆에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동생 모습을 그린 일기장이 화근이었다.
선생님은 “아빠는 어디 가셨니. 언제부터 세 명만 살게 됐느냐”는 등 질문공세를 받았다.
충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었고, 선생님의 전화를 받은 어머니께 꾸지람만 들었다. 이번에는 엄마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왜 아버지를 가족그림에서 뺐느냐’는 것.
다음날 충희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다음부터는 꼭 아빠 그림을 그려야겠다.”
공직사회에 주5일제 시범실시가 시작되면서 가족관계의 변화를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5일 근무를 가장 크게 반기는 이들은 아마도 잃었던 아버지를 되찾은 기분에 들떠있을 아이들일게다.
그러나 가족과의 부대낌이 늘면서 친밀한 관계 형성을 점치는 일반적인 예상 뒤편에는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이들에겐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늘어나고 부부간에 시무룩한 얼굴로 먼산만 쳐다보고, 순간의 말실수로 다툼만 늘어나는 주말이라면, 그야말로 안 왔으면 하는 금요일밤이 될 수도 있다.
아버지 빈자리 찾는 계기·대화법 몰라 ‘고문의 주말’
물론 다수의 가정에서 아버지와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은행에 근무하는 채병석씨는 요리학원에 다녀 볼 생각이다. 아내와 아이들과 가장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함께 만들어 먹고 함께 치우는 방법을 택했다.
공무원인 김대현씨는 매월 네째주는 가족여행을 떠나는 날로 정했다. 시골 부모님 댁도 좋고 처갓집도 좋고. 김씨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부모님도 좋아한다”면서 “가족들에게 잃었던 점수를 되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미혼인 김종택씨는 주말을 이용해 ‘투잡스 족(族)’에 동참하기로 했다. 매주 금요일 밤이면 진안 성수에서 생태농장을 만들고 있는 친구 집으로 향한다.
김씨는 “주말에 시골에 와서 친구도 돕고 가족들 먹거리도 내 손으로 기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연신 자랑을 늘어왔다.
반면 오정현씨는 매주 주말이면 집을 벗어날 궁리만 하고 있다. 최근 토요일을 격주로 쉬고 있는 나이 차가 많은 큰오빠의 잔소리에 마음이 편치 않다. 특히“하루에 한끼는 식구들이 모두 함께 먹는다”는 일방적인 훈시에 꼼짝없이 붙들려 있어야 한다고 푸념한다. 오씨는 “큰오빠 눈치보느라 나 뿐 아니라 조카들도 잔뜩 주눅이 들었다”고 말한다.
주부 허미숙씨는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가는 것은 좋지만 생활비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하루 세끼를 꼭 챙겨먹는 남편 식성 탓에 반찬 만들기도 쉽지 않다.
정진국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의 공부를 도와주다가 오히려 망신만 당했다. 정씨는 “아들녀석 숙제를 도와준다고 나섰다가 ‘아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며 핀잔만 들었다”며 “20분도 안돼서 엄마만 찾는 아들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모두 가족간의 대화와 친숙함을 대비하는 준비 없이 그냥 시간만 함께 해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낭패를 당한 경우다.
정진국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아버지학교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다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어 좋긴 한데 ‘말이 통하지 않는’답답한 주말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아들딸 껴안고 꿀맛 같은 늦잠·온 가족 여행에 부모님도 덩달아 반겨
생활비 늘고 가족간 대화법 새로운 걱정거리로
초등학교 3학년인 충희는 학기초에 일기장에 가족그림을 그려 넣었다가 담임선생님께 ‘선생님이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다. 엄마에게 종아리를 맞는 자기모습과 옆에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동생 모습을 그린 일기장이 화근이었다.
선생님은 “아빠는 어디 가셨니. 언제부터 세 명만 살게 됐느냐”는 등 질문공세를 받았다.
충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었고, 선생님의 전화를 받은 어머니께 꾸지람만 들었다. 이번에는 엄마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왜 아버지를 가족그림에서 뺐느냐’는 것.
다음날 충희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다음부터는 꼭 아빠 그림을 그려야겠다.”
공직사회에 주5일제 시범실시가 시작되면서 가족관계의 변화를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5일 근무를 가장 크게 반기는 이들은 아마도 잃었던 아버지를 되찾은 기분에 들떠있을 아이들일게다.
그러나 가족과의 부대낌이 늘면서 친밀한 관계 형성을 점치는 일반적인 예상 뒤편에는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이들에겐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늘어나고 부부간에 시무룩한 얼굴로 먼산만 쳐다보고, 순간의 말실수로 다툼만 늘어나는 주말이라면, 그야말로 안 왔으면 하는 금요일밤이 될 수도 있다.
아버지 빈자리 찾는 계기·대화법 몰라 ‘고문의 주말’
물론 다수의 가정에서 아버지와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은행에 근무하는 채병석씨는 요리학원에 다녀 볼 생각이다. 아내와 아이들과 가장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함께 만들어 먹고 함께 치우는 방법을 택했다.
공무원인 김대현씨는 매월 네째주는 가족여행을 떠나는 날로 정했다. 시골 부모님 댁도 좋고 처갓집도 좋고. 김씨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부모님도 좋아한다”면서 “가족들에게 잃었던 점수를 되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미혼인 김종택씨는 주말을 이용해 ‘투잡스 족(族)’에 동참하기로 했다. 매주 금요일 밤이면 진안 성수에서 생태농장을 만들고 있는 친구 집으로 향한다.
김씨는 “주말에 시골에 와서 친구도 돕고 가족들 먹거리도 내 손으로 기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연신 자랑을 늘어왔다.
반면 오정현씨는 매주 주말이면 집을 벗어날 궁리만 하고 있다. 최근 토요일을 격주로 쉬고 있는 나이 차가 많은 큰오빠의 잔소리에 마음이 편치 않다. 특히“하루에 한끼는 식구들이 모두 함께 먹는다”는 일방적인 훈시에 꼼짝없이 붙들려 있어야 한다고 푸념한다. 오씨는 “큰오빠 눈치보느라 나 뿐 아니라 조카들도 잔뜩 주눅이 들었다”고 말한다.
주부 허미숙씨는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가는 것은 좋지만 생활비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하루 세끼를 꼭 챙겨먹는 남편 식성 탓에 반찬 만들기도 쉽지 않다.
정진국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의 공부를 도와주다가 오히려 망신만 당했다. 정씨는 “아들녀석 숙제를 도와준다고 나섰다가 ‘아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며 핀잔만 들었다”며 “20분도 안돼서 엄마만 찾는 아들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모두 가족간의 대화와 친숙함을 대비하는 준비 없이 그냥 시간만 함께 해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낭패를 당한 경우다.
정진국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아버지학교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다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어 좋긴 한데 ‘말이 통하지 않는’답답한 주말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