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동반자’ 중국을 다시 본다

최근 5년새 인적교류 20배확대 … 양국 교역규모 세계3위

지역내일 2002-08-23 (수정 2002-08-26 오후 4:43:17)
한국과 중국은 24일로 수교 10주년을 맞는다.
한때 중공(中共)이라고 불리던 나라. 그래서 멀게만 느껴졌던 국경을 맞댄 이웃나라. 그 나라가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이면서 거대한 용틀임을 시작했고, 우리와 악수를 했다. 시장경제가 중국의 사고에 유연성을 불어넣은 탓인지 중국은 일부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면서도 철저한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중국은 색깔이 달라졌다. 사회주의이면서 사회주의가 아닌 나라. 시장경제를 하면서도, 사회주의를 하는 나라. 매우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위협적인 경제대국으로 탈바꿈,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교 10주년을 맞아 양국의 정치, 경제, 문화, 인적교류의 진전사항 및 문제점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인적 - 문화 교류
차인표, 김희선, 송혜교, HOT, 안재욱, 이정현...
이들의 이름만 듣고도 열광하는 중국 팬들을 찾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다. 공연표를 사기 위해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의 ‘원정’까지 불사한다.
90년대 후반부터 양국 모두를 놀라게 하며 몰아치고 있는 소위 ‘한류(韓流)’ 바람이 불고 있다.
93년 MBC ‘여명의 눈동자’ ‘질투’ 등의 중국 첫 수출을 시작으로, 97년 ‘사랑이 뭐길래’에 이어 ‘별은 내 가슴에’ ‘가을동화’ 등이 중국의 국경을 넘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이루어지는 활발한 문화교류의 단면을 느낄 수 있다. 드라마는 한국인의 삶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낸다. 중국은 드라마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의 삶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문화교류가 심리적으로 양국 국민들을 가깝게 했다.
한-중 관계는 지난 10년 동안 이러한 문화교류를 비롯해 여러 면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뤄왔다.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인적교류. 양국 수도인 서울 및 북경 시민들이 1시간40분이면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을 만큼 물리적인 거리도 가까워졌다.
96년 8만 8000명이었던 상호 인적교류는 2001년 기준 177만 9000명이라는 놀라운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5년만에 약 20배가 확대된 것이다. 그 중 130여만명이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다. 대(對)중국 여행제한 해제(94. 4월) 및 양국간 직항로 개설(94. 12월)이 양국의 인적 교류를 양적으로 폭발시켰다.
7월 현재 중국에 유학중인 외국인 학생들 6만여명 중 25%가 한국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히 숫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만큼 양국간 교류가 활발하다는 현실을 반영하며 그 내용은 외교, 경제교류 및 협력, 여행, 연수 등 매우 다양하다.

◇한반도 평화정착 동반자
중국은 경제 군사 영토 등 분야에서 저력을 갖고 있다. 이제 경제분야에서도 아시아의 맹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 나라의 힘은 국제관계에서는 '입김'의 강도와 비례한다. 저력의 중국의 정책이나 태도는 한반도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입장은 ‘한반도 안정, 남북대화, 자주평화통일 실현’이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요약된다. 리빈 주한 중국대사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 ‘당사국인 남북의 역할이 중요하며 주변국도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과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한반도 평화정책에 있어 무시못할 영향력을 갖고 있다. 중국은 비단 경제 뿐만 정치 및 외교 분야에서도 아시아의 맹주로서 미국을 견제하면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하는, 자신의 ‘몫’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록 한국전쟁 등 과거에는 남한과 ‘맞은편’에 섰던 중국이지만, 현재는 ‘동반자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92년 수교를 전후해 북한과의 특별한 관계를 의식해 한국에 북정남경(北政南經)의 ‘정경분리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중국 사회의 변화로 인해 98년 이후 ‘동반자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양국은 정상간 접촉 12회, 한-중 지도자간 회담 21회, 외교장관회담 44회 등 많은 교류와 만남이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외견상 남북한과 등거리 외교를 펼치며 경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중국의 실리주의 외교정책과 맥이 닿아있다.

◇경제협력
“대부분의 중국 청소년들은 한국 휴대폰을 갖고 싶어하죠.”
중국내 휴대폰 보급 상황을 지켜본 S회사 한 간부의 자랑이다.
수교 10년간 중국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 상품은 단연 휴대폰과 초코파이. 중국인의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무려 1억8000만명에 다다른다.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미국 모토로라, 핀란드 노키아 등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비싼 한국산 휴대폰은 최고 80만원을 넘는 수준이다. 아직은 비교적 구매력이 높은 한국에서도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그런데도 중국 학생들은 이런 고가의 휴대폰을 갖기 위해 부모들을 조르기가 일쑤라고 그곳 판매관리자들은 전한다.
초코파이는 러시아에서도 그렇듯 중국에서도 인기상품이다. 1993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이래 연간 1억 여개가 팔려나간다고 한다.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양국은 교역에서 수교 이후 10년간 연평균 약 29%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01년 양국간 무역액은 314.9억 달러로 92년 대비 약 5배가 증가했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한국의 제3위 교역상대국이다. 한국도 홍콩을 제외하면 중국의 제3위 교역상대국이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흑자시장으로 그 규모는 2001년 기준 131억 달러(홍콩 포함)에 이른다. 우리는 주로 석유화학, 유류제품, 전자부품 등을 수출하고 의류, 석탄, 반도체 등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열렬한 사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삼성 이건희, LG 구본무, SK 손길승 회장 등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시장의 무한한 에너지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경제교류가 많을수록 통상 부문에서의 문제도 적지 않다. 중국과 한국은 각각 16건과 6건의 상대국 일부 제품에 대해 수입을 규제하는 등 갈등 요소가 있다. 지금까지는 시장경제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눈을 감아준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중국이 WTO에 가입한 만큼 서서히 무역장벽을 걷어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제 중국은 동반자이면서도 경제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 점차 우리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미 그 징후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중저가 제품시장에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선진기술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서 한국을 따돌리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위해 심각한 몸부림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분명히 '기회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무서운 '경계의 대상'임에도 분명하다.

◇ 껄끄러운 매듭 즐비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의 활발한 교류를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인 관계나 힘의 역학관계 등으로 인해 여러 분야에서 양국간에 풀어야 할 문제점이 많다. 마늘 파동, 탈북자 처리 문제, 외교마찰 등 교류와 접촉이 많은만큼 갈등과 문제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5월 베이징 한국 영사관에 대한 중국 공안의 진입 및 외교관 폭행 사건 등은 양국간 언제든지 외교적 마찰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앞으로 예상치 못한 많은 난관들이 있을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대중국 ‘저자세 외교’도 문제다. 입으로는 동반자 관계를 외치고 있지만 구체적 사안으로 들어가면 중국측 입장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중국은 ‘정치적 망명자’로, 한국은 ‘종교 지도자’로 보고 있는 달라이 라마 방한 문제도 그 대표적인 예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측의 강력한 반발로 아직 방한을 못하고 있다.
또한 100억 달러의 교역량을 가진 대만과 제대로 된 관계를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미묘한 흐름이 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해법을 회피할 수는 없다. 대만항공사 여객기가 다른 주요 도시에는 취항하지만, 한국에는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한-중 혹은 한-대만 관계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전망
한반도와 중국은 좋든 싫든 끈질긴 운명의 끄나풀을 갖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가깝다는 사실부터 상호교류의 수준, 한반도의 특수성 및 역사, 아시아라는 같은 블록 등 많은 요인과 변수들은 한국에 있어 중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말해준다.
양국은 지난 10년 동안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다. 앞으로 더욱 심도있게 풀어내야 하는 문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적 유대 및 교류를 위한 구조적 네트워크 형성과 신뢰구축, 책임 이행을 위한 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동북아에서의 우리의 위상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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