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한 병사의 억울한 죽음(최영희 2002.08.26)

지역내일 2002-08-26
한 병사의 억울한 죽음
최영희 부회장


비쩍 마른 한 청년의 군대 기피 진상규명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처참한 남녘의 수재민들이 통곡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대가 국회 담을 넘어도 왜 왔는지 관심이 없다.
‘진상규명’은 중요하다. 의도와 과정이 어찌됐든 그 순간 법망을 피해 불법이라는 딱지만 안 붙이면 그만이고 또 시효가 지났다고 범죄내용과 관계없이 당당하게 큰소리 치고 사는 사람들이 국민을 약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치 지도자 가족들의 군대 기피 진상규명 뿐 아니라 군복무중 억울하게 죽은 허원근 일병의 사망사건 진상규명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 일병 사건만이 아니라 군대 갔던 자식을 시신으로 맞이한 부모들의 진상규명 요구가 수두룩하다. 어머니들은 아들 따라 자살하기도 하고 정신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의문사 진상규명 협조는 군 신뢰회복 활동
문제는 과거시대의 억울한 죽음도 문제지만,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한 현재의 진상규명 과정이 더 문제다. 가족들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422일 동안 국회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해서 통과된 법에 의해 보장된 의문사 진상규명 활동이 군부대 담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가족들이 겪은 수모가 짐작이 간다. 진상규명위가 녹화사업 관련자료를 확인 요청했으나 부대 정문을 막아선 장교의 말은 가관이다. “대통령이 와도 못 보여주고, 대한민국이 거꾸러져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1992년에 모두 소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녹화사업 담당직원은 캐비닛 17개 분량의 5000명에 대한 존안자료를 인수했다고 한다. 만약 소각했다면 소각했다는 증거를 보여주면 될 것이다. 혹시 문 걸어 잠그고 지금 소각중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아마 9월16일로 끝나는 진상규명위의 법적 활동시한만 지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일 것이다.
한해 300~400명의 청년들이 군대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죽어간다. 그래도 ‘정상적’인 정신과 육체적 조건을 갖고 스무 살을 넘기면 당연히 군대를 가는 것이 이 나라의 청년들이다. 군대가 ‘과거’를 이렇게 감추려든다면 지금 군대로 가는 이 청년들이 혹시 겪을지 모르는 ‘현재의 사건’들은 다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것인가.
군대 의문사 진상규명은 단지 죽은 자에 대한 예의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군대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더 이상 가치관이 정상적이고 육체가 건강해서 군대로 가는 이 나라 젊은이들을 바보로 만들지 말라.
라면을 잘못 끓였다고 술취한 상관에게 총을 맞은 허 일병 사건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을 피가 거꾸로 솟게 만들었다. 더욱 더 기가 막힌 것은 현장 목격 사병 10여명을 알리바이 조작과 증거 조작을 위해 역할 분담시키는 특별교육까지 했다는 것이다. 2주간에 걸친 조사기간동안 머리카락을 뽑고 무릎에 곤봉을 끼워 짓밟은 가혹행위 후에 ‘외부발설 금지 각서’를 쓰게 했다고 한다. 이들은 ‘주검에 추가로 가격한 2발의 총성은 전 부대원을 공포로 떨게 해 조작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데, 얼마나 광기 어린 상황이었나. 이 젊은이들이 18년간 겪었던 정신적 고통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겠는가.

법 어기는 국가기관이 군복무 강요할 수 있나
원정출산, 살 빼기, 서류조작, 뇌물매수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을 군대 안 보내려는 능력 있는 부모와 부모 잘 만난 젊은이들을 합리화 시켜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군대 의문사 진상규명을 서둘러야 한다.
허 일병 사건은 세 차례에 걸친 상급 수사기관의 재조사가 있었다. 이들은 M16소총으로 처음에는 오른쪽 가슴에 쏘았다가 안 죽으니까 왼쪽 가슴에, 그래도 안 죽으니 머리에 다시 한 발을 쏘아 자살했다는 이 황당한 기록을 인정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추가 2발은 확인사살이라 추측하는데 군인 사병 목숨을 얼마나 하찮게 여겼는지 짐작이 가는데도 이 관계자들은 아직도 현역에 있다 한다. 이번 기회에 그들이 누구이며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밝혀야 한다.
국회는 제발 싸움좀 그만하고 특별법을 개정해 의문사 진상규명위의 활동시한을 연장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기관은 성실하게 진상규명위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 스스로 법을 어기면서 누구에게 군대 가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최영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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