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갖고싶어? 그러면 나라가 망해
임재경 언론인
개인을 두고 말하자면 식탐과 험색이 만병의 근원인 것처럼 국가를 두고 말하자면 상층부 인사들의 과욕이 자고로 나라를 망치는 시초였다.
상층부의 과욕은 두말할 나위 없이 권세와 재물을 탐하는 것인데 그 중 한가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권세와 재물, 거기다가 명예까지 곁들이고 싶어하는 것이 지금 우리사회의 숨김없는 현실이다.
지난주에 나온 한 시사주간지(<한겨레 21=""> 8월 29일자)는 대통령 후보자의 하나로 꼽히는 재벌의 아들 정몽준을 커버스토리로 삼았는데 그 표제는 “세상을 다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표제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과 노태우는 초법적인 권력을 휘두르는데 만족하지 않고 각기 수천억원씩의 뇌물을 받아 챙겼던 죄로 퇴임후 쇠고랑을 찼으니 그들은 세상을 다 가졌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디 그뿐인가. 전직 대통령 김영삼과 현직 대통령의 아들들이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아버지의 대통령 재임중 수감되었으니 세상을 다 가질 뻔하다 만 것이다.
상층부의 자제할 줄 모르는 욕심의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 병역 특혜시비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한나라당 이회창후보의 경우를 보자. 60만의 상비군을 유지하는 우리나라의 형편에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건 아니건 간에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것은 최소한의 국민의무를 회피하는 파렴치 행위다. 거기다 아들 둘 다 체중 미달이 병역면제사유였다는 점은 이씨 가문의 명예에 관한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이 나라가 과연 근대적 행정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권세·재물 모두 갖는 과욕이 패가망신 불러
상층부가 내 자식만은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거들랑 상비군을 10만명 정도로 줄여 지원병제도를 실시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지 모르겠다.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병역을 회피하는 층일수록 무슨 심보인지 남북화해에는 한사코 부정적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전쟁불사를 외치기도 한다.
전쟁이 나면 어느 쪽이 더 많이 흘리던 간에 전쟁 당사자 쌍방이 피를 흘리게 마련인데 내 자식 피 안보는 데 자족하지 않고 아랫것들일랑은 피를 흘려야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역사상 한 사회가 쇠퇴하거나 정변이 일어나는 과정에는 안팎의 여러 가지 원인이 얽히고설키게 마련이지만 대저 군역(軍役)과 조세의 부패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공통된 일면이다. 후기 조선조의 경우가 그 전형적 예다.
현재 진행 중인 병역시비는 결론이 어떤 방향으로 나건 간에 이제까지의 불합리한 병무행정에 일대 쇄신이 가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조세부패는 장대환 총리지명자의 청문회를 계기로 하여 새로운 차원에서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으리라 믿는다.
지난번의 장상 청문회에서도 그랬지만 사회지도층에 있다는 사람들이 세금내는 것을 마치 못난이들의 바보짓으로 여기고 있는 듯한 행태가 장대환 청문회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이를테면 처가에서 받은 부동산에 대한 증여세, 부인 명의의 부동산 임대료 신고누락 등 각종 조세를 수년간 포탈한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 상층부의 인사들은 챙길 것은 아귀처럼 챙기되 국법에 따라 당연히 내야할 세금은 두둑한 배짱으로 내지 않고 살아온 것이다. 신문사 경영자가 조선조의 양반계급과 같은 특권신분이란 뜻밖에 되지 않는다.
더 기막히는 대목은 1982년 제주도 중문단지 인근에 임야를 매입한 경위에 대하여 묻자 장씨는 “좋은 곳에 땅을 사야 노후에 잘 살지 않겠나. 대한민국 국민은 어디든지 가서 땅을 소유할 수 있다고 본다.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변한 부분이다. 지금 장씨의 나이가 50세라면 1982년은 그가 서른 살인데 보통 젊은이 같으면 “노후”는커녕 늙을 “노”(老)자 조차도 상상하기 힘든 연령이다.
투기·탈세 연루 ‘장대환’, 총리직 사퇴해야
이재(理財)에 그만큼 눈이 일찍 떴던 모양인데, 1982년이면 국내 정치상황은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킨 다음 해이고 김대중 현대통령이 내란 음모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수형 생활에 들어갔을 때가 아닌가. 그 시기에 노후설계를 하였고 제주도에 임야를 매입한 것은 한국 상층의 과욕이 어떤 것인가를 알알이 떠올리게 한다. 그런 면에서 언론사 최고 경영자의 재산을 공개토록하자는 젊은 기자들의 주장은 확실히 근거가 제시된 셈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른 나이에 벌써 노후 설계에 바빴던 장대환씨를 어떤 인연과 선별기준으로 국무총리직을 맡기려 하였는가. 더구나 장상 지명자가 탈세,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등의 이유 때문에 국회에서 인준이 부결된 판에 말이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이 글을 인쇄에 넘기는 것은 불행하게도 장대환 총리서리의 국회동의안의 표결이 있기 직전이다. 열의 하나 장씨가 국회의 동의를 받는 경우라도 우리나라 상층부의 과욕을 자제하는 보기로써 그 스스로 국무총리직을 사퇴하기 바란다.
임재경 언론인한겨레>
임재경 언론인
개인을 두고 말하자면 식탐과 험색이 만병의 근원인 것처럼 국가를 두고 말하자면 상층부 인사들의 과욕이 자고로 나라를 망치는 시초였다.
상층부의 과욕은 두말할 나위 없이 권세와 재물을 탐하는 것인데 그 중 한가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권세와 재물, 거기다가 명예까지 곁들이고 싶어하는 것이 지금 우리사회의 숨김없는 현실이다.
지난주에 나온 한 시사주간지(<한겨레 21=""> 8월 29일자)는 대통령 후보자의 하나로 꼽히는 재벌의 아들 정몽준을 커버스토리로 삼았는데 그 표제는 “세상을 다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표제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과 노태우는 초법적인 권력을 휘두르는데 만족하지 않고 각기 수천억원씩의 뇌물을 받아 챙겼던 죄로 퇴임후 쇠고랑을 찼으니 그들은 세상을 다 가졌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디 그뿐인가. 전직 대통령 김영삼과 현직 대통령의 아들들이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아버지의 대통령 재임중 수감되었으니 세상을 다 가질 뻔하다 만 것이다.
상층부의 자제할 줄 모르는 욕심의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 병역 특혜시비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한나라당 이회창후보의 경우를 보자. 60만의 상비군을 유지하는 우리나라의 형편에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건 아니건 간에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것은 최소한의 국민의무를 회피하는 파렴치 행위다. 거기다 아들 둘 다 체중 미달이 병역면제사유였다는 점은 이씨 가문의 명예에 관한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이 나라가 과연 근대적 행정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권세·재물 모두 갖는 과욕이 패가망신 불러
상층부가 내 자식만은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거들랑 상비군을 10만명 정도로 줄여 지원병제도를 실시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지 모르겠다.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병역을 회피하는 층일수록 무슨 심보인지 남북화해에는 한사코 부정적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전쟁불사를 외치기도 한다.
전쟁이 나면 어느 쪽이 더 많이 흘리던 간에 전쟁 당사자 쌍방이 피를 흘리게 마련인데 내 자식 피 안보는 데 자족하지 않고 아랫것들일랑은 피를 흘려야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역사상 한 사회가 쇠퇴하거나 정변이 일어나는 과정에는 안팎의 여러 가지 원인이 얽히고설키게 마련이지만 대저 군역(軍役)과 조세의 부패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공통된 일면이다. 후기 조선조의 경우가 그 전형적 예다.
현재 진행 중인 병역시비는 결론이 어떤 방향으로 나건 간에 이제까지의 불합리한 병무행정에 일대 쇄신이 가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조세부패는 장대환 총리지명자의 청문회를 계기로 하여 새로운 차원에서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으리라 믿는다.
지난번의 장상 청문회에서도 그랬지만 사회지도층에 있다는 사람들이 세금내는 것을 마치 못난이들의 바보짓으로 여기고 있는 듯한 행태가 장대환 청문회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이를테면 처가에서 받은 부동산에 대한 증여세, 부인 명의의 부동산 임대료 신고누락 등 각종 조세를 수년간 포탈한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 상층부의 인사들은 챙길 것은 아귀처럼 챙기되 국법에 따라 당연히 내야할 세금은 두둑한 배짱으로 내지 않고 살아온 것이다. 신문사 경영자가 조선조의 양반계급과 같은 특권신분이란 뜻밖에 되지 않는다.
더 기막히는 대목은 1982년 제주도 중문단지 인근에 임야를 매입한 경위에 대하여 묻자 장씨는 “좋은 곳에 땅을 사야 노후에 잘 살지 않겠나. 대한민국 국민은 어디든지 가서 땅을 소유할 수 있다고 본다.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변한 부분이다. 지금 장씨의 나이가 50세라면 1982년은 그가 서른 살인데 보통 젊은이 같으면 “노후”는커녕 늙을 “노”(老)자 조차도 상상하기 힘든 연령이다.
투기·탈세 연루 ‘장대환’, 총리직 사퇴해야
이재(理財)에 그만큼 눈이 일찍 떴던 모양인데, 1982년이면 국내 정치상황은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킨 다음 해이고 김대중 현대통령이 내란 음모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수형 생활에 들어갔을 때가 아닌가. 그 시기에 노후설계를 하였고 제주도에 임야를 매입한 것은 한국 상층의 과욕이 어떤 것인가를 알알이 떠올리게 한다. 그런 면에서 언론사 최고 경영자의 재산을 공개토록하자는 젊은 기자들의 주장은 확실히 근거가 제시된 셈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른 나이에 벌써 노후 설계에 바빴던 장대환씨를 어떤 인연과 선별기준으로 국무총리직을 맡기려 하였는가. 더구나 장상 지명자가 탈세,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등의 이유 때문에 국회에서 인준이 부결된 판에 말이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이 글을 인쇄에 넘기는 것은 불행하게도 장대환 총리서리의 국회동의안의 표결이 있기 직전이다. 열의 하나 장씨가 국회의 동의를 받는 경우라도 우리나라 상층부의 과욕을 자제하는 보기로써 그 스스로 국무총리직을 사퇴하기 바란다.
임재경 언론인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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