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서예동아리 ‘어르신 회원들’

나이 들수록, 더 아름다운 삶

지역내일 2002-08-29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이 나이에 뭘 해” “늙어서 못해”라며 자신의 달라진 모습에 회의를 느낀다. 그러나 동두천 서예동아리 회원들은 젊은이들이 본받을 만한 ‘어르신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서예동아리 박영환(70) 선생은 서예 동아리 회원들에게 자상하고 꼼꼼하기로 유명하다. 선생은 99년 생연2동사무소에 주민자치센터가 생기면서 서예 초대 교사로 발탁된 후 결석 한번 한 적 없다.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다니며 인사하는 모습도 정겹다.
박영환 선생은 한때 사진 찍기를 좋아해 대회에서 세번이나 입선한 경력자이기도 하다. 80년에는 동두천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싸이클을 타고 왕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후 취미로 붓을 잡은 것이 어느덧 10년. 그동안 수많은 수상과 입선을 했다. 그러나 박영환 선생이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는 일은 중국 연변대학 서예 교류 전에 반야심경을 출품한 일이다. 선생이 써내려간 반야심경은 안진경체로 빨간 바탕에 금색 글씨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서예 동아리 회원전을 열었을 때도 남다른 기쁨이 있었다”는 선생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선생은 “올해도 회원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기 저 아줌마도 연습하고 있는 거예요”라며 특유의 웃음을 전해 준다.
심부름꾼을 자청한 권정희 총무는 “회원들이 얼마쯤 하다가 그만하고 하는 게 제일 속상해요. 열심히들 하면 좋을텐데”라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권 총무는 “칭찬 받기 위해 한다”며 겸손한 대답을 하지만, 어르신들을 섬기는 모습이 언제나 한결같다.
권 총무는 “어르신들에게 배울 점이 너무 많아요. 성의껏 체본도 써주며 가르치시는 선생님께 보답하는 뜻에서 더욱 열심히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른들의 생활의 지혜와 연륜에서 묻어나는 생활하는 모습을 배우고, 동아리 분위기도 좋아 글씨 쓰는 재미도 점점 들어간다”고 자랑했다. 요즘은 혜서의 해학적인 면에 매료돼 혜서를 배울 계획이라고 한다.
권 총무의 서예솜씨는 1년여간 배운 실력치고는 누구나 부러워 할 정도다. “연말 회원전에 최고의 작품을 출품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는 당당한 모습이 아름답다.
공주로 불리는 임영희씨는 패기 발랄한 40대 주부다. 2녀1남의 학부모로서 교육에 관심이 많다. 남편의 적극적 도움으로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일주일에 두 세번은 남편을 위해 반찬이며 빨래며 두 집 살림을 하지만, 아이들 학업을 위해 하는 일이기에 감사하며 활기차게 살고 있다. 또 서예동아리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 모두에게 활력소를 전해준다.
9월이면 임영희씨가 서예에 입문한지 2년이 된다. 임영희씨는 “그래도 아직은 너무 부족해요. 아직도 멀었어요”라며 “초등학교 6학년 막내 아들은 컴퓨터 프로게임머가 되는 것이 꿈이래요. 뭐든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아가면 좋은 거죠”라며 아이들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났다.
회원들은 이윤진(73) 할아버지를 보면서 “대단하신 분이야”라는 말을 되뇌인다. 이윤진 할아버지는 늘 걸어다니지만 연습에 절대 늦지 않고 결석도 안하는 성실함으로 모두에게 귀감이 됐다. 서예 동아리 창립자 중 한명으로 불편한 다리로 선 상태에서 유유히 글씨를 쓰는 진지한 모습을 지키고 있다. 혜서를 지금껏 써와 지금은 실력이 수준급. 나이 때문에 붓 놀림이 그리 부드럽진 못하지만 힘과 부드러움의 조화로 붓을 움직인다.
“몇년 전 척추수술 후 5년 간 병상에 누워 소원을 한가지씩 이루다 보니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이야기는 주변인들에게 ‘인간승리’가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한다.
이윤진 할아버지는 “그렇게 5년 간 누워있으면서 일어나 앉기만 해도 소원이 없겠다. 앉게된 후에는 일어서서 화장실이라도 내 맘대로 다녔으면 소원이 없겠다. 이렇게 하나씩 소원을 이룬게 신기하고, 이렇게 멀리까지 걸어다니며 컴퓨터도 배우고, 서예도 배우고 너무너무 좋다”고 말했다. “너무 좋아. 너무 좋아” 하는 모습에 웃음이 환하게 번져온다. 할아버지의 말씀에 주변인들은 “부모가 건강하면 자식이 행복하겠구나, 또 자식이 건강하면 부모가 행복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윤진 할아버지는 “얼마 전 심장결맥증으로 다시 수술하고도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다닐 수 있는 것은 서예가 주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인생은 70부터”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린다. “서예동아리는 분위기도 좋아서 이곳에만 오면 활력을 찾아요. 마음의 수양을 위해서도 서예가 좋아요"라며 동아리 자랑도 잊지 않는다.
이순창(68)씨는 교장선생님으로 불린다.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앙동사무소 컴퓨터 선생으로 가르치는 즐거움을 계속 누리고 있다. 11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배드맨턴을 친 덕에 건강도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서예동아리 회원으로 2년간 활동한 이순창씨의 왕희지체를 쓰는 붓 놀림은 거리낌없는 필체를 보여준다. 얼마전 ‘대한민국 현대 미술대전’에서는 박영환 선생과 함께 입선했다.
이순창씨는 귀가 잘 들리지 않지만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새순이 나온 나무를 전에 나온 밑 둥을 잘라 황토흙 덩어리에 꽂아두면 새순이 자라며 뿌리가 생기는 것이 신기하다”며 “생명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어 취미 생활로 권장할 만하다”고 말한다.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도 찍으며 노년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이정숙(56)씨는 일명 어우동으로 불린다. 그 이미지가 어우동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흥동에서 이곳까지 나오는 이유는 어른들에게 배울 점이 많고 분위기도 좋아서라고 한다. 이정숙씨는 “집에서 교육장소까지 나오는 버스 운행간격이 길어 힘든점도 있지만, 운동도 하고 신뢰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숙씨는 어릴때 한글서예를 써서, 다시 한글을 배우려고 왔다가 선생님들의 필체에 반해 예서를 배우고 있다. 또 시민회관 여성 합창단원으로도 활약 중이다.
미스코리아가 별명인 김종금(60)씨는 일본에서 거주하다가 11년 만에 귀국했다. 상냥한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아 회원들이 이런 별명을 붙여줬다. 친정 어머니를 돌보느라 분주하지만 서예동아리에서 4개월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가끔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로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서예동아리 영원한 다크호스 형용철(68)회원. 만년 청년으로 풍류를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무래도 제게는 기질이 있나봐요. 제 큰형님은 김재시에서 명필가고 여동생도 붓으로 난을 치는 사람이니 말입니다”라고 말한다. 낚시와 등산 악기 다루기도 수준급이다. “서예를 하니까 벗도 사귀고 무엇보다 마음의 수양이 돼서 좋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운 사람들. 서예동아리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젊은이들도 본받을 만한 활기찬 노년을 즐기고 있었다.
백숙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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