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태풍이 휩쓸고간 영동지역

물! 먹을 물이 없다

지역내일 2002-09-04 (수정 2002-09-05 오후 4:44:21)
이틀에 걸쳐 1000mm의 비가 쏟아진 영동지역에 마실 물이 없어 50만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강릉시의 경우 홍제동 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던 관로가 남대천의 범람으로 사라져 상수도 공급이 전면 중단됐다. 동해·삼척·속초·양양·고성·태백·정선 등 영동지역도 마찬가지로 상수도 공급이 끊겨 11만2880가구, 46만여 주민들이 식수난에 고통을 받고 있다.
김명숙(여·42·강릉시 포남동)씨는 “다른 지역에 비해 침수가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물이 나오지 않아 사는 게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원도재해대책본부는 급수가 중단된 영동지역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1.8ℓ생수 5968박스를 업계의 도움을 받아 긴급 지원했다. 또 강릉시 급수 중단의 원인이었던 유실된 상수관로에 대해 긴급 복구에 들어갔다. 3일 현재 강릉시에는 1일 120톤의 식수공급이 가능한 이동식 정수차량 1대가 배치돼있으며 삼척과 양양에도 각각 2대, 1대의 급수차가 추가로 투입됐다.
하지만 강원도와 각계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공급가능한 식수는 강릉시민 상수도수요량인 1일 7만톤은 물론 상수도공급이 중단된 영동지역 46만여명의 수요량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특히 강원도재해대책본부 조차 “강원도내 상수도시설 중 27개소가 침수됐다. 3일 오전까지 9개 시설의 급수가 재개됐으며 18개 시설에 대한 복구도 진행중이다. 3∼4일 이내에 급수가 정상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혀 식수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물의 절대 부족현상은 피해복구를 지연시키고 있다.
제방이 붕괴돼 강릉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인 노암동과 장현동 일대 주민들은 1군사령부 소속 육군 11사단 장병들의 도움으로 청소와 복구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급수차에만 의존하기에는 물이 턱없이 부족해 발목 높이의 진흙을 치우지 못하고 있다.
노암동에서 제과점을 운영중인 박 모(35)씨는 “2일 오후부터 나와 진흙을 씻어내고 있다”며 “급수가 재개되더라도 못 쓰게 된 기계와 도구는 누가 보상해주느냐”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 강릉 연제호 기자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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