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투기 잡을 장기대책을
이승구 경제평론가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정부는 4일 부동산투기 억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수도권의 투기과열지구내 아파트 재산세의 중과세, 아파트 청약제한 부활, 양도세제 강화로 투기 수요를 잠재우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골자다. 방향은 옳은 것으로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대책일 뿐 부동산투기의 뿌리를 뽑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오히려 이번 대책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 하여 장기적으로는 자칫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부동산투기 대책은 이제 투기억제만을 겨냥한 시각에서 벗어나 국토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1백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 10~20년은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오래 전부터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책을 써 왔지만 수도권 비대현상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심화돼 왔다. 4700만 인구의 절반이 넘는 2500만이 서울 인천 경기도에 살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투기억제의 해결은 근본적으로 수도권집중억제책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인 수도권 분산정책을 추진해야만 망국적인 부동산투기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국토가 균형을 이루어 발전해야 함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고 또한 모르는 사람도 없다. 알면서 실천을 못한 게 수도권 집중완화책 이고 보면 아파트투기를 비롯한 난개발 공해문제 등 오늘날 우리가 겪는 고통은 자업자득으로 받아 들일 수밖에 없다.
중과세·청약제한은 단기대책, 투기 못잡아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까닭은 일자리가 수도권 특히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예를 보자. 우리나라 500대 기업 중 본사를 서울 이외의 지역에 두고 있는 곳은 포항의 포스코, 부산의 한진중공업, 르노삼성자동차 등 3곳뿐이다. 그나마 이들도 형식상 본사사무실을 공장이 있는 곳에 유지할 뿐이고 실제 본사 업무는 모두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모든 대기업의 본사는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사정은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한때 지방금융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부산과 대구에 전국은행을 2곳 설립했으나 그나마 외환위기로 문을 닫았다.
이와 같이 일자리가 모두 서울에 모여 있으니 사람이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이다. 교육문제가 수도권 집중의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따지고 보면 부수적 영향일 뿐이고 몸통은 어디까지나 일자리에 있다. 이 같은 예는 OECD국가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일본은 도요타자동차가 나고야에 있는 것을 비롯 대기업들은 도쿄, 오사카에 본사 2원 조직을 두고 있으며 미국은 많은 대기업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미국경제의 중심은 동부 지역이고 뉴욕이 경제의 핵에 위치하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정치의 중심은 워싱턴 특별 구역이다. 우리네의 상식으로 생각한다면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당연히 뉴욕이나 워싱턴 특별구역에 본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보잉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항공기제작에서 세계 제일의 기업들이다. 그들의 본거지는 미국동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서북부 시애틀에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이처럼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딱한 사정을 현대그룹에서 살펴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보자. 지금은 계열분리가 됐지만 편의상 종전의 기준을 적용하면 자동차 조선 등 현대의 주력업종은 모두 울산에 공장이 있다. 몇 개의 회사가 몇 개의 공장을 울산에 두고 있는지 제대로 알기 어려울 만큼이지만 울산에 본사가 있는 회사는 한 곳도 없고 모두 본사는 서울에 있다.
공공기관·대기업 본사, 지방으로 옮겨야
만일 현대그룹의 주력 기업들의 본사가 공장이 위치한 울산에 모두 모여있다면 울산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동남권의 경제력이 어떤 모습일까. 인근 부산과 합치면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권을 형성하지 않았을까. 본사는 서울에, 생산현장은 지방에 떨어져 있는 거의 모든 우리나라 대기업의 구조가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가속화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결론은 대기업의 본사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수도권이 안고 있는 부동산투기 등 수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물론 이 같은 발상은 탁상공론이며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간 기업들이 수도권을 떠날 이유가 없다. 영업환경 등 서울을 대체할 어떤 곳도 우리나라에는 없다. 정부가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한다고 들을 기업들도 아니다.
결국 수도권은 더욱 비대해질 수밖에 없고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해결은커녕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승구 경제평론가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승구 경제평론가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정부는 4일 부동산투기 억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수도권의 투기과열지구내 아파트 재산세의 중과세, 아파트 청약제한 부활, 양도세제 강화로 투기 수요를 잠재우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골자다. 방향은 옳은 것으로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대책일 뿐 부동산투기의 뿌리를 뽑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오히려 이번 대책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 하여 장기적으로는 자칫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부동산투기 대책은 이제 투기억제만을 겨냥한 시각에서 벗어나 국토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1백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 10~20년은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오래 전부터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책을 써 왔지만 수도권 비대현상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심화돼 왔다. 4700만 인구의 절반이 넘는 2500만이 서울 인천 경기도에 살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투기억제의 해결은 근본적으로 수도권집중억제책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인 수도권 분산정책을 추진해야만 망국적인 부동산투기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국토가 균형을 이루어 발전해야 함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고 또한 모르는 사람도 없다. 알면서 실천을 못한 게 수도권 집중완화책 이고 보면 아파트투기를 비롯한 난개발 공해문제 등 오늘날 우리가 겪는 고통은 자업자득으로 받아 들일 수밖에 없다.
중과세·청약제한은 단기대책, 투기 못잡아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까닭은 일자리가 수도권 특히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예를 보자. 우리나라 500대 기업 중 본사를 서울 이외의 지역에 두고 있는 곳은 포항의 포스코, 부산의 한진중공업, 르노삼성자동차 등 3곳뿐이다. 그나마 이들도 형식상 본사사무실을 공장이 있는 곳에 유지할 뿐이고 실제 본사 업무는 모두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모든 대기업의 본사는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사정은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한때 지방금융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부산과 대구에 전국은행을 2곳 설립했으나 그나마 외환위기로 문을 닫았다.
이와 같이 일자리가 모두 서울에 모여 있으니 사람이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이다. 교육문제가 수도권 집중의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따지고 보면 부수적 영향일 뿐이고 몸통은 어디까지나 일자리에 있다. 이 같은 예는 OECD국가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일본은 도요타자동차가 나고야에 있는 것을 비롯 대기업들은 도쿄, 오사카에 본사 2원 조직을 두고 있으며 미국은 많은 대기업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미국경제의 중심은 동부 지역이고 뉴욕이 경제의 핵에 위치하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정치의 중심은 워싱턴 특별 구역이다. 우리네의 상식으로 생각한다면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당연히 뉴욕이나 워싱턴 특별구역에 본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보잉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항공기제작에서 세계 제일의 기업들이다. 그들의 본거지는 미국동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서북부 시애틀에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이처럼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딱한 사정을 현대그룹에서 살펴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보자. 지금은 계열분리가 됐지만 편의상 종전의 기준을 적용하면 자동차 조선 등 현대의 주력업종은 모두 울산에 공장이 있다. 몇 개의 회사가 몇 개의 공장을 울산에 두고 있는지 제대로 알기 어려울 만큼이지만 울산에 본사가 있는 회사는 한 곳도 없고 모두 본사는 서울에 있다.
공공기관·대기업 본사, 지방으로 옮겨야
만일 현대그룹의 주력 기업들의 본사가 공장이 위치한 울산에 모두 모여있다면 울산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동남권의 경제력이 어떤 모습일까. 인근 부산과 합치면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권을 형성하지 않았을까. 본사는 서울에, 생산현장은 지방에 떨어져 있는 거의 모든 우리나라 대기업의 구조가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가속화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결론은 대기업의 본사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수도권이 안고 있는 부동산투기 등 수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물론 이 같은 발상은 탁상공론이며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간 기업들이 수도권을 떠날 이유가 없다. 영업환경 등 서울을 대체할 어떤 곳도 우리나라에는 없다. 정부가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한다고 들을 기업들도 아니다.
결국 수도권은 더욱 비대해질 수밖에 없고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해결은커녕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승구 경제평론가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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