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 토털 현지화 활발= 이들 기업들은 그동안의 현지화 전략이 영업현지화나 생산시설 등을 해외로 옮기는 하드웨어적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아예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제품기획, 디자인·R&D(연구개발), 경영진 영입 등 소프트웨어적 방식을 포함한 토털 현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대 판매처인 미국 시장에서 디자인에서 생산까지 일괄수행하는 현지화 시스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한 첫 작업으로 3000만달러를 투입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부 어바인에 최첨단 자동차 연구소인 ‘현대·기아 캘리포니아 디자인 & 테크니컬 센터’를 열 계획이고, 지난 3월에는 앨라배마주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현지공장을 착공했다.
현대차는 또 판매경로 현지화를 위한 지역별 차별화를 인정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이어 유럽에 현지공장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등 선진시장에서는 현지 생산체제 구축에 나서는 한편, 개도국 시장에서는 현지업체와의 제휴나 합작, 반제품수출(CKD) 등을 통해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또 북미시장에 중·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유럽에는 소형차, 개도국에는 현지화한 보급형 세단 등 각 시장특성에 맞는 전략차종을 개발, 투입하고 있다.
◇국내기업 중국 현지화 추진 활발 = 최근 삼성·LG·SK 등 대기업들도 중국 등지에서의 현지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LG전자는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시장을 잡기위해서는 생산기지의 현지화를 넘어 연구개발 및 관리직 등 고급 인력의 현지화 등을 통해 철저히 중국 기업화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생활가전연구소도 재작년 중국인의 생활습관을 조사했다. 집 안에서 신발을 신고 지내는 생활에서부터 식사 행태와 설거지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습관에 대한 연구다. 중국에 맞는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을 개발하려면 필수적인 조사다.
LG전자는 또 ‘LG전자 중국사업 향후 전략’ 보고서를 통해 중국시장에서 연구개발(R&D)과 인재 현지화에 총력을 기울여 2005년까지 빅4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R&D 현지화를 위해 최근 정보통신, 디지털TV, 디지털가전 등 3개 분야의 연구소를 중국내에 설립했으며 인재 현지화를 위해 7개 지사장 중 3명을 중국인으로 교체한데 이어 올해안으로 지사장 전원을 현지인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LG화학도 미래 주력사업인 고성능 2차전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미국 콜로라도에 R&D 현지법인 ‘컴팩트파워(CPI)’사를 설립하고 현지화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톈진(天津)에 디자인센터를 설립, 중국인의 취향에 맞는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법인은 최근 통신분야 마케팅 전문가인 현지인을 임원급 대우로 특채하는 등 인력의 현지화에도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그룹차원에서 계열사의 중국 현지화를 돕기 위해중국 베이징(北京)에 중국 본사의 싱크탱크(두뇌집단) 역할을 할 ‘중국삼성경제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유통시장에 진출한 신세계 이마트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 때문이다.
삼성SDI의 선전 공장의 경우는 공업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우수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중국속의 SK’를 선언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SK는 중국 사업을 현지인 위주로 끌고 간다는 방침 아래 4월 SK차이나 대표에 중국인셰청(射澄)을 임명한데 이어 곧 신설될 SK텔레콤 차이나 대표에도 중국인을 채용할 계획이다.
◇외국계 기업도 현지화 노력= 국내 외국계 기업들도 국내 시장에서 안착하기 위해 현지화를 노력하고 있다.
영국 테스코와 한국 삼성과의 합작법인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본사의 과학적 운영기법에 한국적 감성을 조화시키는 독특한 ‘가치점(Value Store)’ 전략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2000년 6500억원, 2001년 1조5000억원, 2002년 2조6000억원(예상) 등 해마다 배가량 성장하
99년 출발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이런 노력의 결과 테스코그룹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혀 올해 발간된 테스코그룹의 ‘애뉴얼 리포트’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또 올 상반기에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의 테스코 경영진이 방문, 2박3일 동안 마케팅과 상품부문의 노하우를 배우고 돌아갔다.
특히 지난해 12월 서울에 처음으로 문을 연 홈플러스 영등포점은 개점 당일 21억4000만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올려 영국 본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날 영등포점의 매출은 전세계 1000여개 테스코 매장 중 하루 매출액 기준으로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홈플러스 대구점은 2000년 조사된 세계 유통매장 평당효율 순위에서 세계 유수 백화점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으며 도이체방크,모건스탠리 등 해외투자단에서 의해서도 ‘세계 최고의 점포’로 평가받았다.
위스키시장에서 진로발렌타인스는 한국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발렌타인 마스터스는 끊임없는 현지화작업을 바탕으로 지난 7월말 현재 34%대의 위스키시장 점유율을 기록 한국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 업체는 주력브랜드인 임페리얼과 발렌타인 위스키를 내세워 독특한 마케팅으로 2년만에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임페리얼은 매년 20%이상, 발렌타인은 200%가 넘는 성장세를 누렸다.
위스키 신화로 불리는 진로발렌타인스의 성공은 2000년 8월 취임한 데이비드 루카스 사장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제품 차별화에 따른 것이라고 이 회사는 자평한다.
우선 이 회사는 한국의 음주문화와 풍습 관례 등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한국의 공동체문화에 익숙지 않은 회사간부들은 직원과 함께 어울려 ‘막걸리 파티’를 여는 등 한국알기에 주력했다.
이런 노력은 곧 한국 소비자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고, 발렌타인 마스터스는 바로 한국인의 입맛만을 겨냥한 제품으로 한국에서만 생산 판매했다.
특히 프리미엄급과 슈퍼프리미엄급 등을 선호하는 한국시장의 특성을 꿰뚫어 본것도 주효했다.
특히 한국소비자에게 제품의 신뢰성을 얻기 위해 국내 최초로 가짜 위스키를 방지하는 장치를 붙인 임페리얼 키퍼를 출시, 대히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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