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양천구 상습 침수지역 가다

“차라리 서울을 떠나고 싶다”

지역내일 2002-08-07 (수정 2002-08-08 오후 1:51:25)
6일 오후 2시경 양천구 신월1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살고 있는 김 모씨는 비가 한창 쏟아지고 있는데도 안방의 장판을 걷어내고 물을 쓸어내고 있었다.
김씨는 대부분의 가구들을 밖에 버렸고 가전제품들은 집 한쪽 구석에 쌓아 놓았다.
김씨는 지난 4일 내린 집중호우로 지난해 수해 때와 똑같이 집안의 3분의 2가 침수를 당했다. 물이 외부에서 역류해 들어온 것이다.
지난해 살림살이 대부분이 못 쓰게 된 김씨는 구청으로부터 ‘몇 십년만에 한번 발생한 호우이니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도배를 새로 하고 장판을 깔았다. 빗물에 못쓰게된 가전제품을 버리고 다시 장만했다.
하지만 올해 또 수해를 당하고 보니 이제는 자포자기 심정이다. 김씨는 “지난해 빚을 내서 살림살이를 다시 장만했는데 이럴 줄은 몰랐다. 차라리 은행이 집을 차압하고 빨리 다른 곳으로 이사했으면 좋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국가에서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침수가옥들을 매입할 것을 주장했다.
지난해 수해를 당한 후 구청에 가서 하소연도 하고 건의도 했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김씨는 한탄한다.
인근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유 모씨는 이사온 지 3개월만에 피해를 당했다. 상습침수지역인 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가족 중에 환자가 있어 여관에 잠자리를 마련했지만 4만원이나 하는 여관비를 감당할 수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유씨는 “우리가 세금을 왜 내냐? 침수돼도 국가에서 해준 게 무엇이냐”며 “선거 때 한표를 부탁했던 구의원, 시의원들은 다녀갔다는 얘기만 들었지 주민들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비가 많이 오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에 침수가 될 정도라면 천재(天災)가 아니고 공무원들이 잘 못하는 것 아니냐”고 공무원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588버스 종점 인근 주택 지하에 살고 김씨 노부부는 밖에 내다버린 가재도구 중 쓸만한 것을 찾기 위해 물에 젖은 폐기물 더미를 뒤졌다. 다른 사람이 버린 물건 중에서 사용 가능한 냄비와 그릇 등을 발견하고는 주위를 둘러본 후 조용히 이를 챙겨 집으로 가져갔다.
자녀들과 떨어져 산지 10년이 넘었다는 이 노부부는 “며칠전에 산 음식이 모두 못 먹게 됐다”며 “구청에서 보조금을 받는 형편에 이번 달 생활이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 국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다는 김씨는 “비를 쏟아 부은 하늘도 무심하지만 수해민들을 나몰라라 하는 국가도 야속하다”며 하늘만 쳐다봤다.
계단 주위를 모래주머니로 막고 비닐을 덮는 등으로 다음 피해에 대비한 장 모씨는 개인적으로는 피해상황이 크지 않지만 1시간 가량의 집중호우에 수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기막혀 했다.
장씨는 “어떤 집은 양수기가 없어 다른 집에서 빌렸지만 빌리는 동안 비로 인한 전기합선으로 물이 차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구청에서 나눠 준 양수기는 다 어디갔냐”고 항변했다.
또한 “지난해 보다 적은 양의 비가 왔지만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피해라면 규모면에서는 더 큰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6일 현재 신월1동 침수가구는 943세대. 양천구 전체 침수가구 1928세대 중 약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1053가구가 침수된 것과 비교해 거의 차이가 없는 수치다.
양천구 전체에 침수된 곳이 지난해 6009가구였고 이번에 2346가구인 점을 비교해하면 다른 지역보다 신월1동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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