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시스템 확신할 수 없다”

파생상품 부실, 눈덩이처럼 커질 위험도 있어

지역내일 2002-10-04 (수정 2002-10-07 오후 2:18:36)
지난 9월 25일 그린스펀은 한 연설에서 지금의 미국 금융시장은 경기부진에서 나오는 여러 어려움들을 잘 흡수하고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별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 위험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경고도 했다. 지금의 어려움은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므로 아직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튼튼하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비판도 많다. 지금 미국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외부의 충격에 오래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린스펀 “위험분산 지금까진 성공”
그린스펀은 이렇게 말했다.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에는 언제나 위험이 같이 따라다닐 수 밖에 없는데, 동시에 이 위험은 잘 관리해야 한다. 위험을 관리한다는 것은 위험분산을 말한다.
미국은 위험을 잘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체계가 위기에 대응하고, 손실을 흡수하는 힘이 강해진 것은 새로운 금융 기법들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CDOs(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다. 은행이 기업이나 개인에게 돈을 빌려준 뒤 이 대출채권을 그냥 자신의 장부에 자산으로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쪼개거나 아니면 새로운 채권으로 만들어서 다시 다른 금융기관이나 투자기관에게 팔아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출받은 기업이나 개인이 부도가 나더라도 그 손실은 1차 대출금융기관이 아니라 이 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새로운 채권(CDOs)을 산 투자자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이중 MBSs(mortgage-backed securities)는 금융기관들이 개인에게 대출해준 주택대출을 다시 다른 금융기관, 주로 GSEs라고 불리는 기관들에게 넘겨버린다. GSEs는 이 대출채권들을 모아서 이것을 기초로 다시 새로운 채권을 만들어서 다른 투자가에게 판다.
또 한가지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은 CDS(credit default swaps)다. 이것은 금융기관이 기업에 대출한 뒤에 그 기업이 부도가 나서 대출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위험을 막기위해 다른 금융기관(보험회사)에 보험을 드는 것이다. 보험회사는 대출금융기관에게서 보험료를 받는 대신에 만약 그 회사가 부도가 나면 금융기관은 대출원금을 대신 갚아줘야 한다.
그린스펀은 지금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새로운 금융상품을 통해서 장기 성장이후에 오는 부실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안심을 시키면서 동시에 개별 행위 주체들이 스스로 위험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다
아직 미국의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계속 경기가 부진하고, 이미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기업과 개인이 계속 부도를 내면 어떻게 될까. 예상보다 많은 기업 부도가 나서 부도보험상품을 판 투자가들이 갚아주어야 할 대출원금(=부채)이 투자가들의 자산을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
CDOs와 같은 ABS(asset-based securities)는 기본적으로 경제시스템에 새로이 통화를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시장 규모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MBSs는 중앙은행의 관리 범위를 벗어나서 통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MBSs를 통한 주택대출 증가, 주택가격 상승, 주택경기의 상승, 이를 통한 민간 소비의 증가가 없었더라면 미국의 경기 하락은 더 심했을 것이다. 앞으로 주택가격이 내려가거나 금리가 올라가서 주택 버블이 터지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10년전과 다르다
지금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과거 10년 전과 크게 다른 점은 두 가지다.
과거에는 대출업무를 주로 하는 은행과 인수업무를 주로 하는 투자금융기관으로 업무가 구분되었으나 지금은 한 금융기관이 두 업무를 같이 하고 있다. 대출업무보다는 인수업무가 더 큰 장사이므로 자연히 대출을 쉽게 해 줘 대출규모를 크게 늘렸다.
또 과거에는 대출한 후 그 채권을 그냥 자신의 장부에 갖고 있었으나 이제는 대출채권의 일부분을 또 다른 금융기관에게 팔아버린다. 이렇게 하여 작은 돈으로도 되풀이 해서 대출을 해 줄 수 있게 되었으며 대출채권을 다른 기관에게 넘길 것이므로 심각하게 기업의 신용을 관리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지금 미국의 금융기관은 대출위험을 미리 넘겨 버리는 시스템을 만들어 낸 후 처음으로 이 시스템이 외부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 대우증권 하상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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