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북-미 협상 관전법(임춘웅 2002.10.01)

지역내일 2002-10-01
북-미 협상 관전법
임춘웅 객원논설위원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단장으로한 미국의 대북한 협상팀이 3일 평양에 들어간다. 불과 3일 동안의 짧은 일정이고 실무 협상단이어서 당장 무슨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이번 북·미 협상은 국제사회의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미협상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 회담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북·미협상이 아무런 진전도 없이 결렬되고 만다면 최근 북한이 보여온 일련의 파격적인 ‘개선조치들’이 첫발부터 뒤뚱거리게 될 것이고 나아가 이 지역에 또다른 군사적 긴장이 초래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일인 것이다. 반대로 북·미협상이 원만하게 진전되면 동북아의 냉전구조가 구각을 벗는 하나의 전기가 될 것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수도
흔히들 북·미 관계에서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고 말한다. 북한이 세계가 우려하는 대량살상무기(WMD), 그중에도 핵과 미사일의 개발 및 수출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에 흔쾌히 참여하면 모든 문제는 끝난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징후들을 보면 북한은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에서 미국에 양보할 태세가 돼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사일문제는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양보할 뜻을 밝혔고 핵문제도 94년 북-미 핵회담을 통해 기본 골격은 이미 잡혀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북-미 문제는 원만히 풀리는 것인가. 그러나 그렇게만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북한이 최근 취해온 일련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진의에 대해 아직도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북한이 정말로 변하려 하는 것인가를 알아보는 치열한 미국의 탐색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이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하는데는 북의 안보문제가 걸려있다. 북은 WMD를 포기하는 대가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체제안보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다. 미국은 북에 다자간 안보협력체제에 의한 안보우산이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이 안심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다음으로는 미국의 군사전략과 관련이 있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북한이 어떻게 필요한가 하는 문제다. 미국의 판단에 따라서는 북한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핵이나 미사일을 포기한다고 해도 재래식 무기, 인도적 문제를 계속해서 들고 나올 수 있다. 요즘 매일 달라지는 미국의 대 이라크 요구 조건들 같이 말이다.
북·미협상 결과를 이 시점에서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몇가지 단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다시 시작하게된 배경부터 살펴보자.
미국은 빌 클린턴 정부 말기 대북문제 해결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부시 정부가 들어서며 분위기가 일변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 부치며 대북 압력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대 이라크 전과 맞물리며 북한을 계속 몰아 세우기가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공은 이제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 넘어가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도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연결로까지 발전해 남북문제는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마저 적극적으로 나서 북·일 정상회담이란 결실을 보았다. 북한은 한걸음 더 나아가 ‘신의주 특구’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의 전환을 보이고 있다. ‘특구’는 내놓은 여러 조건의 파격성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중국특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라진 선봉에서의 경험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데 반해 중국은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신의주에 들어가기가 용이한 것이다.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뜻이다. 동해선의 연결은 러시아 철도와 이어져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이해도 커지게 된다.
미국이 계속해서 뒷전에 밀려있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제환경은 미국으로서는 매우 난처한 것이다. 동북아문제, 특히 한반도 문제에서까지 미국의 의중대로 돌아가 주지 않는 것이다. 십수 년 전과 비교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다. 북·미 문제에서 공은 이제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 넘어가 있는 셈이다.

임춘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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