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사우디의 대미 자본철수 파장(권화섭 2002.08.22)

지역내일 2002-08-22
사우디의 대미 자본철수 파장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부시 미대통령의 대 이라크 전쟁계획이 세계석유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사우디아라비아를 궁지에 몰아넣으면서 국제석유가격이 배럴당 30달러까지 치솟고 사우디 투자자들이 미국으로부터 자본철수를 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아직 대 이라크 공격계획을 결정한 바 없다고 말하지만 벌써 그 전쟁의 파고가 국제석유시장과 금융시장에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와 금융시장의 동시적인 불안정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970년대의 두 차례 오일쇼크 당시에는 유가폭등으로 인해 석유소비국에서 산유국들로 대대적인 국제자본이전이 일어났으나 그 돈은 곧 석유달러 형태로 선진국, 특히 미국으로 환류되어 세계경제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 이라크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미국에서 석유달러가 대거 유출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고 그 결과 미국경제가 더블 딥(이중침체)을 넘어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고 세계경제에 제3의 오일쇼크 파장을 몰고올 수 있다.

유가급등과 국제금융 혼란 병발 위기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계획과 미-사우디 관계긴장에 자극받아 최근 몇 달 사이 사우디 투자자들이 미국으로부터 최소한 2000억 달러의 자본을 인출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사우디가 미국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있는 자본은 총 6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분석가들은 현재로서 대형 사우디 투자자들이 자본철수에 나서지 않고 있고 이들의 집단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의 9·11 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사우디 금융기관과 자선단체들을 테러자금 지원 혐의로 워싱턴 법원에 제기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의 경과에 따라 사우디 투자자들의 태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우디 왕족 3인도 피고인에 포함되어 있는 이 소송에서 만약 미국 법원이 사우디의 테러지원 혐의를 인정할 경우 미국의 중동정책은 심각한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이 소송에 앞서 딕 체니 미부통령과 국방부 주변에서는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난 다음에는 사우디 차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또한 랜드연구소의 한 분석가는 이달 미국방부 국방정책위원회 브리핑에서 사우디를 중동의 “악의 핵심(kernel of evil)이며 미국의 적”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사우디 측의 우려를 자극했다.
부시 행정부의 강경 보수파 인사들의 사우디 비난은 1991년의 걸프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사우디 측이 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며 사우디 기지의 사용을 거부하고 있는데 대한 반감의 결과이다. 심지어 그들은 이번 기회에 사우디의 비민주적이고 부패한 사우드 왕가와는 차라리 손을 끊는 것이 좋다는 자세다. 사우디 측은 미국 보수파 인사들의 이러한 강경 자세를 미국이 단순히 알 카에다와 테러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아랍과 회교 자체에 반대하며 미국의 궁극적 목적이 사우디 유전을 점령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미국과 사우디의 이러한 관계악화는 역설적으로 9·11 테러공격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 노렸던 바로 그 목적과 일치한다. 빈 라덴은 미국과 회교권을 대결상태로 몰아가고자 했다. 그는 미군을 사우디의 성지로부터 축출하고자 했다. 지금 상황은 바로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 일방주의, 단선적 세계화 성찰해야
부시 행정부는 사우디를 비롯한 대다수 아랍국들과 유럽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면 단독으로 대 이라크 전쟁을 감행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미국은 분명 그렇게 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과 그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국제석유시장과 금융시장의 파장을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국제유가 급등과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은 세계경제를 심각한 혼란에 빠트리고 곧바로 우리경제의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나 사우디와의 관계악화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문제다. 단지 그에 따른 심각한 경제적 파급영향을 견뎌내야 할 뿐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분명히 깨우치고 국내적으로 그에 대한 대응자세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부시 행정부의 대 이라크 단독 전쟁수행 의지는 초강대국 미국의 적나라한 일방주의의 표출이며 미국적 신자유주의 사상에 입각한 세계화 논리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유럽은 그러한 미국의 독선을 거부하며 국제공동체 이념에 입각한 다변적 국제질서를 강조한다. 우리나라 역시 반미(反美)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비미(批美)와 단선적인 세계화에 대한 반성의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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