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첫 재가교도 총장 탄생 눈앞에

지역내일 2002-10-07
원광대학교 제9대 총장 후보로 김상수(의대), 정갑원(경제학부), 나용호(의대) 교수가 선출됐다.
원광대학교 교수협의회(회장 신미경)는 지난 1일 제9대 총장후보 선출을 위한 교수 투표를 실시, 재적 교원수의 10% 이상을 득표한 세 후보를 재단에 추천할 총장 후보로 확정했다.
전체 교수 581명 가운데 538명이 투표에 참여, 해외출장중인 34명을 제외하면 98%가 넘는 경이적인 투표율을 기록한 이날 선거에서 10명의 후보중 3명만이 추천 마지노선인 59표 이상을 얻었다. 김상수 교수는 159표로 최다득표를 얻었으며, 정갑원 교수 111표, 나용호 교수 92표 순이다.
원광대학교 직원 노동조합(지부장 김규완)도 교수협과는 별도로 같은날 총장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를 실시, 정갑원(91표), 김상수(50표), 나용호(30표) 교수를 후보로 확정했다.
한편 직원투표에서 37표를 얻은 양은용(교학대) 교수는 추천을 고사했다.
재단측은 이사회를 거쳐 이달중에 차기 총장을 지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립적 교수층의 지지 받아
이번 선거에서 최다득표를 한 김상수 교수는 정형외과 부문에서 국내 접합수술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84년 전남대에서 원광대로 스카웃되었으며, 당시 박길진 총장이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광주일고, 전남대를 졸업했으며, 현 의료원장을 맡고 있다. 겉모습은 부드러우면서도 내적으로 냉철함을 잃지 않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인물로 꼽힌다. 수도권 진입의 교두보로 평가받고 있는 군포병원 개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며, 초대 병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병원장 및 의료원장 재직시 원만한 노사관계를 이끄는 등 경영능력과 행정능력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갑원 교수는 남성고와 원광대,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줄곧 모교에 봉직해왔다. 교무처장, 대학원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원불교 교도회장을 지냈다. 지난 제8대 총장 선거 당시 교수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재단의 최종 임명과정에서 현 송천은 총장에게 밀려 4년동안 부총장으로 재임해 왔다. 논리가 정연하고 상황판단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용호 교수는 광주일고, 전남대 의대 출신으로 김상수 교수의 직계 후배이다. 대학병원장과 기획조정처장을 지내면서 상당한 경영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논리가 분명하고 선이 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본교 출신도 아니고 원불교와의 인연도 깊지 않은 김상수 교수가 1위로 당선돼 가장 큰 이변으로 기록됐다. 김 교수의 선전은 신선한 이미지에다 중립적 교수층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정갑원 교수는 지난 선거에 비해 득표수가 크게 줄어 후보자가 많았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상당수의 지지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나용호 교수 역시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해 차기를 바라볼 수 있게 됐으며, 비록 교수 투표에서 4위에 그쳤지만 직원 투표에서는 3위를 차지했던 양은용 교수도 좋은 이미지를 심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재가교도 시대의 개막'' 시각도
이번 원광대학교 총장 후보 선거는 몇가지 중요한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과거 출가교도(교무) 중심에서 재가교도 시대로의 변화이다. 그동안 원광대의 역대 총장들은 모두 원불교와 원광대의 생성과 성장을 함께 해왔던 인물들이고 대통을 이어온 인물들이었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장남이었던 초대 고 박길진 총장이나 박 총장의 뒤를 이은 김삼룡 총장, 그리고 정산 송규 종사의 장남인 송천은 총장은 모두 ''당연히'' 총장을 지냈어야 할 인물들로 꼽힌다. 그러나 더 이상 이들의 뒤를 이을만한 인물 부재속에 재가출신들의 득세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해석이다. 한편으로 교세가 늘어나고 대학이 커지면서 인적 자원이 풍부해졌고 따라서 이제는 교무출신이냐 재가교도냐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일로 해석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이번 총장 선거를 계기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능력보다는 인연에 우선해온 기존의 관행들에 대해 변화가 불가피하리라는 전망이다. 특히 혈연과 지연 등 원불교 핵심인사나 포교지를 중심으로 일가를 형성하고 있는 그룹들의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는 재가교도들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면서 인연보다는 대학의 경쟁력과 능력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관행이 급속히 뿌리내릴 것이라는 전망과 또다른 한편으로 이제는 문호를 개방해도 된다는 일정정도의 자신감이 자리를 잡게 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대학병원의 분리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경영적인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선거에서의 표와 관련된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의과대·한의대·치대의 전임강사 이상 교원수는 의대 130명을 포함, 모두 210여명에 이른다. 원광대학교의 전체 교원수가 58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메디컬은 항상 당선으로 향하는 중요한 표밭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인근의 전북대와 충남대도 의과대학 출신이 총장으로 당선된 바 있어 이같은 전망이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병원을 분리해도 교수 수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물론 소속 교수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괴문서 출현, 금품수수설도 나돌아
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도입된 총장 직선제는 이전의 임명제에 비하여 대학 구성원의 권익 및 대학의 자율성 신장과 행정의 투명성 확보 등 대학의 민주적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에 과열 선거운동에 따른 과다한 선거비용 지출과 연구 시간의 허비, 소모적 정쟁과 학연·지연에 따른 편가르기, 논공행상에 의한 보직 임명, 총장 지도력의 약화 등 그 폐단 또한 만만치 않았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원광대학교의 총장 선거에서도 ''원불교 정신이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교수일동'' 명의로 현 송천은 총장의 특정 후보 지원설과 일부 교수들의 외부인사 추천 움직임을 비난하는 괴문서가 나도는가 하면, 일부의 금품수수설도 떠돌고 있다.
이제 공은 법인으로 넘어갔다. 초대 박길진 총장이 대학의 설립에서부터 종합대학에 이르기까지 학문적 토양과 발전의 기초를 마련했다면, 그 뒤를 이은 김삼룡·송천은 총장은 원광대학의 비약적인 질적·양적 발전을 일궈냈다. 새 총장은 새로운 교육환경 속에서 경쟁력 있고 특성화된 대학의 모습을 일궈내야 한다.
새로운 시대, 원광대학교라는 거함을 이끌 선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문관 기자 mks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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