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에 사는 이 모씨(37세). 그는 요즘 의정부에 있는 아파트의 분양권을 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004년 입주 예정인 이 아파트는 몇 달전까지만 해도 33평형이 1억원 가량에 매매돼 그런대로 싼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억6000만원까지 오른채 분양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씨는 몇 달전 이 아파트를 사려 했다. 하지만 가진 돈이 얼마되지 않고 은행에서 대출받기도 겁이나 포기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 왜 포기했는지’ 후회스러워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좀 무리해서라도 은행대출을 받아 분양권을 샀더라면 몇 달만에 6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벌었을텐데’ 하는 생각에서다.
그는 지금 시세(1억6000만원)라도 분양권을 구입할 생각이다. 그의 수중에 있는 돈은 약 4000만원. 가족들에게 2000만원 정도 빌리고 나중에 지불할 1억원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 빌릴 작정이다. 금리가 싼터라 1억원을 빌려도 한달에 60~70만원만 이자로 물면 된다는 계산이다.
◇은행대출 1억으로 아파트 분양권을=정부의 주택가격 안정대책 이후에도 이씨와 같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그 동안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너도나도 ‘부동산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이씨는 지금 무모한 게임을 하고 있다. 수중에 가진 돈도 없이 대출금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사서 값이 뛰기만 기다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씨의 생각대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주지 않으면 그는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이씨뿐 아니라 가족들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다행히(?) 이씨가 구입하려는 아파트의 값이 몇 달전처럼 몇천만원 정도 뛰어 되팔 수만 있다면 그는 앉은 자리에서 꽤많은 돈을 만질 수 있게 된다.
◇적정 가계부채는 얼마일까=이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값이 뛰다보니 ‘누구네 엄마는 분양권 하나 잘 잡아 몇 달만에 몇천만원을 벌었네’ ‘누구네 집은 은행대출 받아 사둔 집 값이 뛰어 떼돈을 벌었다’는 등 무수한 얘기를 듣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가계부채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 가계신용 붕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려 아파트를 사겠다는 이씨의 계획은 무모한 것일까. 보통 한 가계의 부채가 감당할 정도인지 아닌지 따지는 이론은 개인가처분소득을 가계부채로 나눈 비율로 표시한다.
개인가처분 소득이란 개인소득에서 개인의 세금과 세외부담, 즉 이자지급 등 비소비지출을 공제하고 여기에 이전소득(사회보장금 ·연금 등)을 보탠 것으로 ‘가처분소득=개인소비+개인저축’으로 나타낸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이나 일본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110~120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약 100 정도(2002년말 6월말 기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아직까지는 선진국에 비해 가계부채 규모가 크진 않지만 선진국 가계가 금융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소득에 비해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이씨 가족의 연간 소득은 약 5000만원. 가처분 소득은 약 4000만원대이다. 만일 이씨가 의정부에 있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하고 친척들에게 2000만원을 빌리면 가계부채/가처분소득 수치는 300에 근접하게 된다.
◇가계빚 급증=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가계빚(가계신용 잔액)은 397조5000억원으로 3월말보다 29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의 70%에 육박하는 수치다.
가구당 부채는 2720만원으로 석달새 200만원이나 늘었다. 이대로 가다간 가구당 부채가 연말쯤엔 30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가계빚이 증가하는 이유로 한은은 주택구입 비용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들은 대출의 55% 이상을 주택구입에 사용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경제는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유지돼 왔다. 또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자 너도나도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등에 뛰어들었다.
또 저금리가 전세가격을 끌어올리고 전세가격 상승이 다시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씨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이 부동산에서 돈을 벌어 빠져나올 시기인 지금에서야 부동산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이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빚을 내서라도 수익성을 좇아 부동산 구입에 나설까. 아니면 아파트 구입을 포기해야 할까. 선택의 기준은 향후 국내 경제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또 1억원이나 되는 금융부채를 감당하고도 생활이 가능한지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가계빚에 대한 진단에서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가계빚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연구원은 “가계빚이 이대로 늘어나면 금융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소비여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소비주도형 경기회복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경기가 침체로 반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가치가 떨어져 은행들의 대출 부실이 심해질 것”으로 추정했다. 즉 가계 및 금융기관의 부실화와 자산디플레라는 악순환 고리가 발생, 복합불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승 한은 총재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70.6%로 미국(75.3%)보다 아직 낮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소득수준과 능력 고려해야=돈은 수익이 좋은 곳으로 몰리게 돼 있다. 이 씨의 경우처럼 금융비용을 감당하고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무리를 해서라도 은행대출을 받는 게 맞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만으론 안된다. 소득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빚을 지고 가계를 꾸려 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돈을 빌릴 때는 가계의 소득수준과 능력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 연구원은 “금리가 낮기 때문에 가계의 이자부담은 앞으로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가 은행들이 대출금 회수에 들어가면 가계파산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연구원은 또 “현재 수준에서 돈을 더 빌리는 것은 위험하다”며 “앞으로 개인들은 가계 재무관리를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씨는 몇 달전 이 아파트를 사려 했다. 하지만 가진 돈이 얼마되지 않고 은행에서 대출받기도 겁이나 포기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 왜 포기했는지’ 후회스러워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좀 무리해서라도 은행대출을 받아 분양권을 샀더라면 몇 달만에 6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벌었을텐데’ 하는 생각에서다.
그는 지금 시세(1억6000만원)라도 분양권을 구입할 생각이다. 그의 수중에 있는 돈은 약 4000만원. 가족들에게 2000만원 정도 빌리고 나중에 지불할 1억원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 빌릴 작정이다. 금리가 싼터라 1억원을 빌려도 한달에 60~70만원만 이자로 물면 된다는 계산이다.
◇은행대출 1억으로 아파트 분양권을=정부의 주택가격 안정대책 이후에도 이씨와 같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그 동안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너도나도 ‘부동산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이씨는 지금 무모한 게임을 하고 있다. 수중에 가진 돈도 없이 대출금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사서 값이 뛰기만 기다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씨의 생각대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주지 않으면 그는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이씨뿐 아니라 가족들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다행히(?) 이씨가 구입하려는 아파트의 값이 몇 달전처럼 몇천만원 정도 뛰어 되팔 수만 있다면 그는 앉은 자리에서 꽤많은 돈을 만질 수 있게 된다.
◇적정 가계부채는 얼마일까=이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값이 뛰다보니 ‘누구네 엄마는 분양권 하나 잘 잡아 몇 달만에 몇천만원을 벌었네’ ‘누구네 집은 은행대출 받아 사둔 집 값이 뛰어 떼돈을 벌었다’는 등 무수한 얘기를 듣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가계부채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 가계신용 붕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려 아파트를 사겠다는 이씨의 계획은 무모한 것일까. 보통 한 가계의 부채가 감당할 정도인지 아닌지 따지는 이론은 개인가처분소득을 가계부채로 나눈 비율로 표시한다.
개인가처분 소득이란 개인소득에서 개인의 세금과 세외부담, 즉 이자지급 등 비소비지출을 공제하고 여기에 이전소득(사회보장금 ·연금 등)을 보탠 것으로 ‘가처분소득=개인소비+개인저축’으로 나타낸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이나 일본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110~120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약 100 정도(2002년말 6월말 기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아직까지는 선진국에 비해 가계부채 규모가 크진 않지만 선진국 가계가 금융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소득에 비해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이씨 가족의 연간 소득은 약 5000만원. 가처분 소득은 약 4000만원대이다. 만일 이씨가 의정부에 있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하고 친척들에게 2000만원을 빌리면 가계부채/가처분소득 수치는 300에 근접하게 된다.
◇가계빚 급증=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가계빚(가계신용 잔액)은 397조5000억원으로 3월말보다 29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의 70%에 육박하는 수치다.
가구당 부채는 2720만원으로 석달새 200만원이나 늘었다. 이대로 가다간 가구당 부채가 연말쯤엔 30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가계빚이 증가하는 이유로 한은은 주택구입 비용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들은 대출의 55% 이상을 주택구입에 사용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경제는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유지돼 왔다. 또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자 너도나도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등에 뛰어들었다.
또 저금리가 전세가격을 끌어올리고 전세가격 상승이 다시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씨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이 부동산에서 돈을 벌어 빠져나올 시기인 지금에서야 부동산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이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빚을 내서라도 수익성을 좇아 부동산 구입에 나설까. 아니면 아파트 구입을 포기해야 할까. 선택의 기준은 향후 국내 경제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또 1억원이나 되는 금융부채를 감당하고도 생활이 가능한지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가계빚에 대한 진단에서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가계빚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연구원은 “가계빚이 이대로 늘어나면 금융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소비여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소비주도형 경기회복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경기가 침체로 반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가치가 떨어져 은행들의 대출 부실이 심해질 것”으로 추정했다. 즉 가계 및 금융기관의 부실화와 자산디플레라는 악순환 고리가 발생, 복합불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승 한은 총재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70.6%로 미국(75.3%)보다 아직 낮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소득수준과 능력 고려해야=돈은 수익이 좋은 곳으로 몰리게 돼 있다. 이 씨의 경우처럼 금융비용을 감당하고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무리를 해서라도 은행대출을 받는 게 맞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만으론 안된다. 소득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빚을 지고 가계를 꾸려 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돈을 빌릴 때는 가계의 소득수준과 능력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 연구원은 “금리가 낮기 때문에 가계의 이자부담은 앞으로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가 은행들이 대출금 회수에 들어가면 가계파산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연구원은 또 “현재 수준에서 돈을 더 빌리는 것은 위험하다”며 “앞으로 개인들은 가계 재무관리를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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