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공격과 석유위기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부시 미행정부의 대 이라크 공격 결의는 확고부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문제는 오직 공격 시점이 언제냐 하는 것이다. 딕 체니 미부통령이 26일 사담 후세인이 “아주 빠른 시일에”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그를 되도록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제2 걸프전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면 국제유가는 당장 배럴당 35 내지 40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석유시장 분석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것은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으로 전쟁의 파장이 현재 이라크가 수출하고 있는 하루 약 1백만 배럴의 원유공급이 중단되는데 국한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파장이 세계석유공급의 10%를 담당하고 있는 사우디의 석유생산 및 송유시설로 확대될 경우에는 국제석유시장이 공황 상황에 빠지고 단기적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나 6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 반면 일부 낙관적인 시장 분석가들은 사우디의 석유설비가 외부 공격에 대비해 엄중한 방어시설을 갖추고 있고 실제로 공격을 받을지라도 신속히 피해를 복구할 수 있게 되어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초읽기 제2 걸프전, 석유시장 공황 우려
이러한 전망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물리적인 측면에서는 1970년대의 두 차례 오일쇼크처럼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우리는 대 이라크 전쟁이 10년전의 걸프전처럼 단기간에 종결될 경우 현재 국제석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이른바 “공포 프리미엄”이라는 상황이 해소됨으로써 국제유가가 배럴당 18 내지 25달러 수준으로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비록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과 장기간의 경제적 봉쇄로 피폐해진 한 독재국가간의 “현저한 비대칭적 전쟁”이라고 할지라도 그 진행과정과 결과에는 숱한 불확실성과 우연성이 개재되어 있다.
특히 미국이 쉽사리 전쟁에서 이기게 될지라도 현재의 상황에서 전체 중동정세와 미국-사우디 관계의 긴장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인해 아랍권의 신뢰성을 완전히 상실한 미국의 중동 영향력을 한층 더 제약하고 국제석유시장을 장기적인 불안정에 빠트릴 수 있다.
부시 행정부의 이른바 강경 보수파 인사들은 이런 상황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우둔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들은 10년 전의 걸프전과 아프간 전쟁에서 적극적인 동맹국으로 참여했던 유럽측의 광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단독의 이라크 공격을 불사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이것은 어째서인가.
우리는 모든 일을 합리적인 것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쟁은 결코 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어째서 대 이라크 전쟁에 그처럼 집착하는지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의 승패는 전쟁 그 자체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끝난 이후 이라크와 전체 중동 상황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정부, 에너지 취약구조 재점검 등 대책 서둘러야
부시 행정부는 이 점에 관해 어떤 확신과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프간 전쟁의 후속 진행과정을 고려하면 이라크 전쟁의 전후 과정을 낙관하는 것은 어떤 합리적인 근거에 입각한 판단이라기보다는 이른바 “악의 축”에 관한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함축하고 있는 일종의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석유시장의 관점에 국한시켜 볼 때 사담 후세인이라는 불안요인의 제거는 이라크를 걸프전 이전의 상태로 시장에 복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라크의 공식적인 석유매장량은 1120억 배럴로 사우디 다음의 세계 제2위 규모이며 걸프전 이전에는 하루 3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따라서 제2의 걸프전이 신속히 종결될 경우 그것은 거의 모든 에너지 수요를 수입에 의존하는 극심한 에너지 취약국인 우리나라와 다른 석유수입국들에게 장기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석유는 계속 고갈되고 있는 유한한 자원이며 장기적으로 고유가가 불가피하는 점도 역시 지극히 명백한 사실이다. 이라크 전쟁 위기를 계기로 우리의 에너지 취약구조를 재검점하고 장기적인 에너지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부시 미행정부의 대 이라크 공격 결의는 확고부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문제는 오직 공격 시점이 언제냐 하는 것이다. 딕 체니 미부통령이 26일 사담 후세인이 “아주 빠른 시일에”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그를 되도록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제2 걸프전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면 국제유가는 당장 배럴당 35 내지 40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석유시장 분석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것은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으로 전쟁의 파장이 현재 이라크가 수출하고 있는 하루 약 1백만 배럴의 원유공급이 중단되는데 국한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파장이 세계석유공급의 10%를 담당하고 있는 사우디의 석유생산 및 송유시설로 확대될 경우에는 국제석유시장이 공황 상황에 빠지고 단기적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나 6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 반면 일부 낙관적인 시장 분석가들은 사우디의 석유설비가 외부 공격에 대비해 엄중한 방어시설을 갖추고 있고 실제로 공격을 받을지라도 신속히 피해를 복구할 수 있게 되어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초읽기 제2 걸프전, 석유시장 공황 우려
이러한 전망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물리적인 측면에서는 1970년대의 두 차례 오일쇼크처럼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우리는 대 이라크 전쟁이 10년전의 걸프전처럼 단기간에 종결될 경우 현재 국제석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이른바 “공포 프리미엄”이라는 상황이 해소됨으로써 국제유가가 배럴당 18 내지 25달러 수준으로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비록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과 장기간의 경제적 봉쇄로 피폐해진 한 독재국가간의 “현저한 비대칭적 전쟁”이라고 할지라도 그 진행과정과 결과에는 숱한 불확실성과 우연성이 개재되어 있다.
특히 미국이 쉽사리 전쟁에서 이기게 될지라도 현재의 상황에서 전체 중동정세와 미국-사우디 관계의 긴장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인해 아랍권의 신뢰성을 완전히 상실한 미국의 중동 영향력을 한층 더 제약하고 국제석유시장을 장기적인 불안정에 빠트릴 수 있다.
부시 행정부의 이른바 강경 보수파 인사들은 이런 상황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우둔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들은 10년 전의 걸프전과 아프간 전쟁에서 적극적인 동맹국으로 참여했던 유럽측의 광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단독의 이라크 공격을 불사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이것은 어째서인가.
우리는 모든 일을 합리적인 것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쟁은 결코 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어째서 대 이라크 전쟁에 그처럼 집착하는지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의 승패는 전쟁 그 자체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끝난 이후 이라크와 전체 중동 상황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정부, 에너지 취약구조 재점검 등 대책 서둘러야
부시 행정부는 이 점에 관해 어떤 확신과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프간 전쟁의 후속 진행과정을 고려하면 이라크 전쟁의 전후 과정을 낙관하는 것은 어떤 합리적인 근거에 입각한 판단이라기보다는 이른바 “악의 축”에 관한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함축하고 있는 일종의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석유시장의 관점에 국한시켜 볼 때 사담 후세인이라는 불안요인의 제거는 이라크를 걸프전 이전의 상태로 시장에 복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라크의 공식적인 석유매장량은 1120억 배럴로 사우디 다음의 세계 제2위 규모이며 걸프전 이전에는 하루 3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따라서 제2의 걸프전이 신속히 종결될 경우 그것은 거의 모든 에너지 수요를 수입에 의존하는 극심한 에너지 취약국인 우리나라와 다른 석유수입국들에게 장기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석유는 계속 고갈되고 있는 유한한 자원이며 장기적으로 고유가가 불가피하는 점도 역시 지극히 명백한 사실이다. 이라크 전쟁 위기를 계기로 우리의 에너지 취약구조를 재검점하고 장기적인 에너지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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