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권영길 후보, ‘한국의 룰라’ 될까요(주섭일 2002.10.11)

지역내일 2002-10-11
권영길 후보, ‘한국의 룰라’ 될까요
주섭일 본지 고문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46%의 지지율로 선두. 그 뒤를 한나라당 후보가 23%로 추격 중. 3위는 17.9%로 통합신당후보이며 4위에는 민주당 후보가 11.9%로 막판 뒤집기를 노린다.’ 한국 대선에서 이 시나리오는 무모한 환상이다. 좌파의 승리는 기적이라도 꿈꿀 수 없다. 보수세력의 정치독점구도가 한국정치의 기본딜레마이다.
권력잡기 위한 영원한 이전투구, 권력형 부패, 밥먹듯하는 거짓말, 빈부격차의 심화, 도처에 사회갈등의 폭발…. 보수정치의 딜레마를 풀려면 도덕성을 갖춘 청렴결백한 중도좌파 지도자의 등장이 필연적이지만 그날은 멀다. 이것이 우리의 참담한 정치현실이다. 바로 우리가 꿈도 꿀 수 없는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한 나라가 브라질이요, 주역은 노동자당 후보 룰라다.
“이제 조금도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1989년 대선에서는 그의 출마로 80만 기업주들이 해외탈출을 준비했었다.” 아마토 브라질 기업주연맹 전회장의 말은 룰라 노동자당 대통령 후보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말과 다름없다. 지금 룰라를 지원하는 진보기업주까지 나왔다고 한다. “세계가 변했고 그도(룰라) 변했다. 기업주도 변해야 한다”라고 아마토는 설명했다. 그래서 브라질 기업주연맹은 과거와는 달리 대선에서 룰라에 대한 공식입장표명을 유보했다. 기업주들이 룰라를 지지해도 무방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룰라는 1차 투표에서는 과반수획득에 실패해 27일 결선투표에 나가게 됐다. 브라질 유권자들은 1989년부터 3번이나 결선투표에서 급진좌파라는 이유로 그를 낙선시켰다. 룰라는 이제 기업주라는 최대의 적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벌써부터 ‘그의 좌파실험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룰라는 브라질을 변화시킬 수 있나?’라는 질문에 ‘어렵다’는 대답이 많다. ‘브라질은 파산직전에 있다. 그런데 그가 브라질 특권층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불평등을 완전히 감소시킬 수 없다’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진보의 적 기업주의 신뢰획득에 성공한 룰라
무엇보다도 국민총생산의 62%에 달하는 2600억 달러의 외채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자유주의를 추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룰라의 당선가능성이 커지자 레알화가 40%나 폭락하며 외국투자가 대거 빠져나간 것은 브라질 유권자에 대한 압력이다. 그러나 룰라는 12년 동안 변신을 거듭해 이제 순수한 좌파후보가 아니다. 그는 ‘80만 기업사장들까지 신뢰하는’ 실용주의 정치인으로 거듭나 승리의 조건을 만들었다.
극에 달한 보수정치의 부패상, 세계 1등의 외채와 빈부격차, 야만적 신자유주의에 방치된 빈민의 참상, 교육기회의 불평등 등에 브라질 국민은 지쳤다. 1억7000만 인구에 빈민이 무려 5400만이고 인구의 5%가 34%의 부를 갖는 부자들의 천국이 브라질이다. 또한 인구의 1%인 극소수 지배세력이 경작지의 53%를 차지한 토지소유 불균형의 극치를 보인다. 룰라의 노동자당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는 능력을 지방행정에서 입증했다.
현재 인구 5400만에 달하는 지방정부를 경영-관리하는 노동자당은 참여민주주의를 통한 사회민주주의 처방에 성공했다. 특히 룰라가 1989년부터 경영한 포르토 알레그레 시는 무학이 사라지고 사회복지망이 46%에서 85%로 증대되는 등 룰라방식의 성공모델로 평가된다. 특히 포르토 알레그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한 세계사회포럼(FSM)의 탄생지로 ‘또 하나의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구호가 실현되고 있는 곳으로도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룰라의 선거공약에서 사회주의나 국유화, 해체와 같은 과격한 용어를 찾을 수 없다. 내수시장 발전을 통한 성장유도, 생산부문에 대한 집중투자로 수출부문을 강화, 국가 조정기능의 강화, 긴축재정유지, 구정권이 맺은 국제조약과 약속의 이행, 1000만 개의 고용창출, 최저임금 4배 인상, 빈곤과 기아에 대한 투쟁전개, 교육 건강 노인문제 개선, 전국규모의 사회보장시스템창출 등이 공약의 핵심이다. 그래서 룰라는 대선 4수만에 큰 변수가 없는 한 당선이 확실시된다. 1차 투표에서 46.5%를 득표한 그는 3위를 한 사회당 후보와(17.9% 득표) 4위 사회민중당 후보의(11.9%) 지지약속을 따내 사회민주당 세하 후보(23.2%)를 눌러 승리한다는 것이다. 룰라가 승리한다면 그의 변신에 유권자의 도덕정치와 변화여망이 적절히 조화된 합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권 후보, 국유화 등 사라진 룰라의 공약 참조를
12월 한국대선에서 유일한 진보정당 권영길 후보는 지금까지 유권자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참신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부유세를 신설해 사회복지망을 구축하고 무상교육을 실시하며 대학입시라는 고질병 치료를 위해 대학평준화를 단행한다는 등. 여기까지는 룰라의 공약과 닮은 사회민주주의의 처방이다. 그런데 재벌해체와 토지의 국-공유화로 사유재산권을 제한한다는 등의 공약은 룰라와 다른 점이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수정하고 임대주택과 아파트투기 근절로 부동산문제를 해결해 사유재산권을 보장한다고 해야 유권자의 불안이 사라질 것이다.
개량주의로 비판 받겠지만 세상은 변했다. 한국의 좌파도 변해야 유권자의 신뢰를 얻어 권력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룰라’는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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