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부동산 거품이 꺼지면…(김영호 2002.10.14)

지역내일 2002-10-14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김영호 시사평론가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면 가계도 은행도 무더기로 거덜날까 겁난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20여 차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과 저금리로 인해 아파트 투기 망령이 되살아나자 최근 정부가 투기를 잡는다며 갖가지 억제책을 남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에는 시가 6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무조건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물리고 새로 지정할 투기지역에서는 실거래가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초강경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내놓았다.
이 바람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내림세로 돌아서는 등 부동산 거품이 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턱대고 돈줄을 대오던 은행들도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다.
IMF 사태이후 은행들이 위험부담이 높은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담보가 확실한 가계대출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영업전략을 바꾸었다. 연쇄부도-정리해고에 따른 대량실업으로 자영업을 영위하려는 대출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다 저금리를 이용해서 아파트나 주식에 투자하려고 은행빚을 내고 있다. 빚내서 빚갚으려고 은행빚, 카드빚을 내기도 한다. 그 결과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54.8%로 사상 처음으로 기업대출을 앞질렀다.
신용카드가 대금결제보다는 현금대출을 위한 수단으로 더 많이 이용된다. 지난 1/4분기 신용카드 이용액은 156조8389억원인데 이중에 현금서비스나 카드론과 같은 현금대출이 100조1144억원이나 된다. 이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7%나 늘어난 것이다. 이 중의 상당액은 카드빚을 돌려 막으려는 대출이다. 그러다 보니 신용불량건수가 지난 3월말 현재 699만806건이나 된다. 올 들어 석달 새 30만6000건이 더 증가한 것이다.

가계·은행, 무더기 파산 우려
신용카드의 현금대출을 포함한 전체가계대출이 지난 6월말 현재 397조5000억원에 달해 석달 전에 비해 29조3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액이 10조원 가량 많은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400조원을 훨씬 넘어섰을 것이다. 가계대출은 1998년에만 해도 183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 341조7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가계대출잔액이 가처분소득의 90%에 이르러 전년의 79.0%보다 10%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구당 부채가 2720만원이라니 세금 등을 뺀 소득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4/4분기 가처분소득은 11% 증가했는데 가계부채는 21.3%나 늘어났다. 소득에 비해 빚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비율도 2000년의 51.1%에서 지난 6월에는 70.6%로 높아졌다.
문제의 심각성은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주택구입자금이라는데 있다. 작년 1/4분기 30.2%였던 그 비율이 금년 1/4분기에는 56.1%로 급증세를 나타냈다. 절반이 넘는 대출자가 집을 담보로 빚을 내서 아파트에 투자했다는 뜻이다. 실제 대출자의 91.4%가 유주택자이고 담보대출비율이 90.5%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 담보가액이 모자라는 사태가 일어난다. 지난 6월말 현재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총액이 110조원을 상회한다. 최악의 경우 가계가 집단파산하고 은행의 부실채권이 급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일본경제가 남긴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985년 9월 G-5는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내고 달러강세를 막으려고 달러매각에 나섰다. 엔화가치가 급속히 절상되자 일본중앙은행이 그 충격을 완화하려고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마침 집값, 땅값이 뛰는 시점에 돈값이 싸지자 저마다 부동산 사재기 대열에 끼었다. 은행들은 돈을 빌려주면서 투자를 권장했다. 도쿄 땅값이 천정을 모르고 뛰더니 1987년말 쯤에는 1984년말에 비해 3배 가까이 올랐다.
드디어 중앙은행이 제동을 걸고 나섰는데 그 때가 1989년이었다. 돈줄을 죄자 부동산 경기가 거품처럼 꺼졌다. 1989~1992년 사이에만도 부동산 가격이 30%가량 폭락했다. 그러자 투자자보다 더 기겁한 것은 구매가격의 80%까지 담보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들이었다. 부동산을 팔 길이 막히자 고객들이 집단파산했다.

금융위기·가계대출, 관리 강화해야
결국 금융기관들은 장부가격 만큼의 부실채권을 떠안아야 했다. 부동산 투기로 야기된 금융위기는 무적함대로 알려졌던 일본경제를 궤도에서 이탈시켰다. 일본경제가 부실채권의 늪에 빠져 침몰하듯 요동을 치기 시작한지도 13년째다.
부동산투기를 잡는다며 온갖 족쇄를 다 채우고 있다. 투기를 잡으려다 경기를 죽일까 걱정된다. 정책의 미조정이 중요하다. 이제 부동산대책은 금융위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과도한 가계대출이 이미 위험신호를 알리고 있다.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강화가 시급하다. 금리인상을 논의하고 있지만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금리를 1% 인상하면 가계부담이 4조원이나 늘어난다. 금리인상폭이 크면 클수록 부동산 매물이 늘어나고 가격은 더 떨어지면서 거래는 중단된다. 부동산 담보대출의 집단부실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경제가 불안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가계대출의 집단부실화가 금융산업의 집단부실화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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