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확산과 외교적 해법
이경일 시사평론가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테러의 악순환이 확대되고 있다. ‘적도의 낙원’으로 일컬어지는 인도네시아의 관광명소인 발리섬에서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해 200명에 가까운 외국인 관광객 등이 사망하고 300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12일 밤(현지시간) 발생했다.
이번 테러는 최근 수년 동안 아시아지역에서 발생한 테러로는 최대 규모이다. 더구나 테러 안전지역으로 여겨져왔던 휴양지 발리에서 예상을 뒤엎고 일어난 이번 사고로 세계 그 어느 곳도 테러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제까지 차량테러의 목표물들은 미국의 공관과 시설이 대부분이었다. 1998년 8월 7일 케냐인 200여명을 포함해 총 214명이 숨진 케냐 나이로비 주재 미국 대사관 트럭 폭탄테러사건이 대표적이었다. 이에 앞서 1983년 10월 23일에는 레바논 베이루트 국제공항 인근 미해병대 병영에서 트럭에 의한 폭탄테러가 발생해 241명의 미해병대원들이 사망한 바 있다.
발리 참사에 접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폭발사건이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테러범들의 배후에 관해서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측에서는 지난해 9·11테러를 자행한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를 지목하고 있는 것 같다.
사건발생 얼마전부터 미국에서는 알 카에다가 조직을 재정비해 대규모 추가테러를 ‘트리플 원(Triple One)’에 해당하는 10월12일에 자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어왔다. 그날이 바로 9·11테러를 당한지 1년1개월1일 후라는 점에서 반신반의 했던 안보전문가들은 이제까지의 소문과 이번 테러사건이 결코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발리 테러’, 알 카에다 소행 단정 금물
문제는 알 카에다 지도부가 최근 9·11에 이은 2차 테러공격을 공언하고 나선 가운데 연쇄적으로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상대가 반드시 미국만을 겨냥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일이다. 지난 6일 프랑스 유조선 랭부르호가 예멘 연안에서 폭발해 침몰됐다. 사건의 진상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이 역시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믿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확증 없는 섯부른 단정은 또다른 갈등이나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선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예방책을 강구하는데 슬기를 모아야 한다.
이번 테러사건이 발생한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다. 2억1000만 인구의 약 85%를 차지하는 이슬람교도 대부분이 전통 이슬람교의 온건한 교리를 따른다. 하지만 수하르토 체제붕괴 이후 도처에서 불거져나온 분리독립 움직임과 종교분쟁은 테러리스트들이 은신하면서 세력을 확대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간 초토화는 인도네시아의 적지 않은 과격 이슬람교도들을 반미세력으로 돌리게 했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부시 미대통령의 초강경정책이 이슬람 과격파들을 자극했을지 모른다. 부시행정부는 아프간전쟁 이후에도 끊임없이 반테러전쟁 계속을 공언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압박을 가해왔다. 이라크 정부가 조건없는 핵사찰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유엔에 전달해 왔지만 미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간헐적으로 이라크기지들을 폭격하는가 하면 미국 상·하원은 이라크 공격권한을 부시 대통령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대통령이 이라크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안보를 지키고, 유엔이 그동안 채택한 대이라크 결의안들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언제든지 군사력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의회의 결의안 통과는 미래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 아래 외국에 ‘선제공격’을 가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군사안보정책을 승인했다는 점에서 베트남전 당시 통킹만결의안을 연상케 한다. 의회가 대통령에게 전쟁수행에 관한 ‘광범위하고 유연한’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부시, 무력 응징보다 외교적 해결책 찾아야
미국내의 전쟁불사 분위기에 편승한 의회의 결의안 통과는 후세인 이라크 정권에게 ‘결사항전’의 결의를 고조시키고, 다른 아랍권 국가들에게도 미국에 대한 저항의식을 고취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한 사실을 부시 대통령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힘에 의한 일방적 굴복을 강요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13억의 이슬람교도들을 적대적으로 몰아가는 위험을 초래할지 모른다. 따라서 미국정부는 앞으로 테러응징에 철저하면서도 외교적 해결책도 염두에 두는 유연한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는 한반도 역시 테러공격의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해외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그들의 보호와 안전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경일 시사평론가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이경일 시사평론가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테러의 악순환이 확대되고 있다. ‘적도의 낙원’으로 일컬어지는 인도네시아의 관광명소인 발리섬에서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해 200명에 가까운 외국인 관광객 등이 사망하고 300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12일 밤(현지시간) 발생했다.
이번 테러는 최근 수년 동안 아시아지역에서 발생한 테러로는 최대 규모이다. 더구나 테러 안전지역으로 여겨져왔던 휴양지 발리에서 예상을 뒤엎고 일어난 이번 사고로 세계 그 어느 곳도 테러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제까지 차량테러의 목표물들은 미국의 공관과 시설이 대부분이었다. 1998년 8월 7일 케냐인 200여명을 포함해 총 214명이 숨진 케냐 나이로비 주재 미국 대사관 트럭 폭탄테러사건이 대표적이었다. 이에 앞서 1983년 10월 23일에는 레바논 베이루트 국제공항 인근 미해병대 병영에서 트럭에 의한 폭탄테러가 발생해 241명의 미해병대원들이 사망한 바 있다.
발리 참사에 접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폭발사건이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테러범들의 배후에 관해서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측에서는 지난해 9·11테러를 자행한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를 지목하고 있는 것 같다.
사건발생 얼마전부터 미국에서는 알 카에다가 조직을 재정비해 대규모 추가테러를 ‘트리플 원(Triple One)’에 해당하는 10월12일에 자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어왔다. 그날이 바로 9·11테러를 당한지 1년1개월1일 후라는 점에서 반신반의 했던 안보전문가들은 이제까지의 소문과 이번 테러사건이 결코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발리 테러’, 알 카에다 소행 단정 금물
문제는 알 카에다 지도부가 최근 9·11에 이은 2차 테러공격을 공언하고 나선 가운데 연쇄적으로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상대가 반드시 미국만을 겨냥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일이다. 지난 6일 프랑스 유조선 랭부르호가 예멘 연안에서 폭발해 침몰됐다. 사건의 진상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이 역시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믿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확증 없는 섯부른 단정은 또다른 갈등이나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선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예방책을 강구하는데 슬기를 모아야 한다.
이번 테러사건이 발생한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다. 2억1000만 인구의 약 85%를 차지하는 이슬람교도 대부분이 전통 이슬람교의 온건한 교리를 따른다. 하지만 수하르토 체제붕괴 이후 도처에서 불거져나온 분리독립 움직임과 종교분쟁은 테러리스트들이 은신하면서 세력을 확대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간 초토화는 인도네시아의 적지 않은 과격 이슬람교도들을 반미세력으로 돌리게 했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부시 미대통령의 초강경정책이 이슬람 과격파들을 자극했을지 모른다. 부시행정부는 아프간전쟁 이후에도 끊임없이 반테러전쟁 계속을 공언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압박을 가해왔다. 이라크 정부가 조건없는 핵사찰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유엔에 전달해 왔지만 미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간헐적으로 이라크기지들을 폭격하는가 하면 미국 상·하원은 이라크 공격권한을 부시 대통령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대통령이 이라크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안보를 지키고, 유엔이 그동안 채택한 대이라크 결의안들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언제든지 군사력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의회의 결의안 통과는 미래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 아래 외국에 ‘선제공격’을 가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군사안보정책을 승인했다는 점에서 베트남전 당시 통킹만결의안을 연상케 한다. 의회가 대통령에게 전쟁수행에 관한 ‘광범위하고 유연한’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부시, 무력 응징보다 외교적 해결책 찾아야
미국내의 전쟁불사 분위기에 편승한 의회의 결의안 통과는 후세인 이라크 정권에게 ‘결사항전’의 결의를 고조시키고, 다른 아랍권 국가들에게도 미국에 대한 저항의식을 고취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한 사실을 부시 대통령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힘에 의한 일방적 굴복을 강요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13억의 이슬람교도들을 적대적으로 몰아가는 위험을 초래할지 모른다. 따라서 미국정부는 앞으로 테러응징에 철저하면서도 외교적 해결책도 염두에 두는 유연한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는 한반도 역시 테러공격의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해외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그들의 보호와 안전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경일 시사평론가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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