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론의 해법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경제위기는 왜 발생하며 또 어떻게 진행되는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단군이래 최악의 경제적 고통(1998년 성장률 -6.7%, 공식 실업률 6.8%)을 치러야 했던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질문이다. 특히 일부 인사들은 지금 우리의 정치 및 경제상황이 5년전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하다면서 연말에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경제상황은 5년전 외환위기 당시보다 결코 나을 게 없다. 대외적으로 세계적인 주가하락과 선진국의 경기침체 지속,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대내적으로는 대선을 앞둔 극심한 정치 혼란 속에 부동산 투기파동에 이어 가계부채와 카드연체 급증이 새로운 금융불안요인으로 떠오르며 대규모의 개인파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국내외 여건이 이러하므로 향후의 경제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경제전망은 다분히 자기실현적 속성(self-realization)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관론은 금물이며 어쩌면 어두운 가운데서도 밝은 측면을 찾아내고 낙관적 자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새뮤얼슨과 스티글리치의 엇갈린 전망
이런 의미에서 경제학의 대가 폴 새뮤얼슨의 미국경제 진단은 우리에게 상당한 위안이 될 수 있다. 새뮤얼슨은 L.A.타임스 신디케이트 기고에서 미국경제가 내년에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에 미국경제가 2.5% 내지 3.5% 실질성장하고 기업이윤이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고 해고사태가 이어질지라도 전체 고용수준은 순(純)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뮤얼슨의 이러한 전망이 옳다면 최소한 내년에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세계적인 디플레 상황이 닥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비록 미국경제가 과거처럼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기관차 역할은 못할지라도 디플레 진입을 막아주는 버팀목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세계적 디플레 가능성에 관해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컬럼비아대학 조지프 스티글리치 교수의 견해는 상당히 다르다.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그는 기자회견에서 “세계경제는 지금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으며 가능성도 높다. 앞으로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을 염두에 둔 정책을 펼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우리는 세계적 디플레 가능성에 관해 새뮤얼슨과 스티글리치 어느 쪽의 견해를 따를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우둔한 짓이다. 비록 새뮤얼슨이 미국경제의 전망을 비교적 낙관하며 세계적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적 디플레 상황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은 최근의 부동산 투기파동과 가계부채급증과 같은 국내 경제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법이다. 이에 대한 한국은행과 국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처방은 “과잉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티글리치는 가계부채 급증 현상에 관해 “97년 환란을 불러온 기업의 과도한 부채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며, 이 문제를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우리에게 충고한다.
디플레 상황에서 통화긴축은 금물
가계부채가 기업부채보다 덜 심각한 문제라는 스티글리치의 지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개개인은 기업이라는 조직보다는 훨씬 더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한다.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의 가계부채 급증 문제는 실상 우리 국민들의 소비행태가 그처럼 무책임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기보다는 정부가 무책임하게 부동산경기를 부추기고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 위험을 피해 무리하게 가계대출을 늘린 데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가계부채 급증을 그 효과가 무차별적인 통화정책으로 다스리려는 것은 경제를 안정시키기보다는 연3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소비심리를 더욱 냉각시켜 새로운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경제의 금융화와 세계화는 한 나라의 경제위기를 급속히 세계적 위기로 확산시킨다. 현재 남미에서는 브라질을 위시해 다수 국가들이 경제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적 디플레 상황을 전제로 한 경제안정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경제위기는 왜 발생하며 또 어떻게 진행되는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단군이래 최악의 경제적 고통(1998년 성장률 -6.7%, 공식 실업률 6.8%)을 치러야 했던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질문이다. 특히 일부 인사들은 지금 우리의 정치 및 경제상황이 5년전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하다면서 연말에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경제상황은 5년전 외환위기 당시보다 결코 나을 게 없다. 대외적으로 세계적인 주가하락과 선진국의 경기침체 지속,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대내적으로는 대선을 앞둔 극심한 정치 혼란 속에 부동산 투기파동에 이어 가계부채와 카드연체 급증이 새로운 금융불안요인으로 떠오르며 대규모의 개인파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국내외 여건이 이러하므로 향후의 경제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경제전망은 다분히 자기실현적 속성(self-realization)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관론은 금물이며 어쩌면 어두운 가운데서도 밝은 측면을 찾아내고 낙관적 자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새뮤얼슨과 스티글리치의 엇갈린 전망
이런 의미에서 경제학의 대가 폴 새뮤얼슨의 미국경제 진단은 우리에게 상당한 위안이 될 수 있다. 새뮤얼슨은 L.A.타임스 신디케이트 기고에서 미국경제가 내년에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에 미국경제가 2.5% 내지 3.5% 실질성장하고 기업이윤이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고 해고사태가 이어질지라도 전체 고용수준은 순(純)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뮤얼슨의 이러한 전망이 옳다면 최소한 내년에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세계적인 디플레 상황이 닥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비록 미국경제가 과거처럼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기관차 역할은 못할지라도 디플레 진입을 막아주는 버팀목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세계적 디플레 가능성에 관해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컬럼비아대학 조지프 스티글리치 교수의 견해는 상당히 다르다.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그는 기자회견에서 “세계경제는 지금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으며 가능성도 높다. 앞으로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을 염두에 둔 정책을 펼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우리는 세계적 디플레 가능성에 관해 새뮤얼슨과 스티글리치 어느 쪽의 견해를 따를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우둔한 짓이다. 비록 새뮤얼슨이 미국경제의 전망을 비교적 낙관하며 세계적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적 디플레 상황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은 최근의 부동산 투기파동과 가계부채급증과 같은 국내 경제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법이다. 이에 대한 한국은행과 국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처방은 “과잉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티글리치는 가계부채 급증 현상에 관해 “97년 환란을 불러온 기업의 과도한 부채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며, 이 문제를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우리에게 충고한다.
디플레 상황에서 통화긴축은 금물
가계부채가 기업부채보다 덜 심각한 문제라는 스티글리치의 지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개개인은 기업이라는 조직보다는 훨씬 더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한다.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의 가계부채 급증 문제는 실상 우리 국민들의 소비행태가 그처럼 무책임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기보다는 정부가 무책임하게 부동산경기를 부추기고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 위험을 피해 무리하게 가계대출을 늘린 데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가계부채 급증을 그 효과가 무차별적인 통화정책으로 다스리려는 것은 경제를 안정시키기보다는 연3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소비심리를 더욱 냉각시켜 새로운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경제의 금융화와 세계화는 한 나라의 경제위기를 급속히 세계적 위기로 확산시킨다. 현재 남미에서는 브라질을 위시해 다수 국가들이 경제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적 디플레 상황을 전제로 한 경제안정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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