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古都) 가마쿠라를 지켜내다

지역내일 2002-10-24
<일본 내셔널트러스트="" 보전지=""> - 동경도 2. 야스다의 집과 가마쿠라 풍치보존회

1주일 동안 2만명 서명, 고도(古都) 가마쿠라를 지켜내다
일본 내셔널트러스트 발상지 … 1966년 ‘고도보존법’ 제정 계기

오전 10시 세타가야구 이노마타 정원을 출발, 동경도 문경구에 있는 ‘야스다(安田邸)의 집’을 향했다.
야스다의 집 앞에는 재단법인 일본 내셔널트러스트 ‘미치타로 야마오카’ 이사장이 직접 나와 우리 일행을 맞아주었다. 이번 방문단에 김상원 한국 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와 김홍남 문화유산특위 위원장 등이 포함돼 있어 일본 내셔널트러스트에서도 손님맞이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하다.
현재 일본에는 ‘재단법인 일본 내셔널트러스트’와 ‘사단법인 일본 내셔널트러스트’ 두 단체가 있다. 두 단체는 서로 다른 계기와 경과를 거쳐 창설되었지만 일본의 자연과 역사적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목표는 완전히 같다.
활동 내용도 △내셔널트러스트 자산 유지·관리 △전국의 환경·관광자원 보호·조사 △각종 강연과 자원봉사 활동 조직 △지역 단체 지원 △해외 단체들과의 국제교류 등 다채롭다.

지역 활동모임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000
재단법인에서 관리하고 있는 ‘야스다의 집’은 1918년 ‘후자타’라는 산업가가 지은 전체면적 1500㎡, 연건평 650㎡의 대저택으로 1924년 관동대지진 이후 일본 4대 재벌 중의 한 가문이었던 ‘야스다’씨가 구입했다고 한다.
이후 야스다씨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왔으나 95년 야스다씨의 손자가 사망한 뒤 그의 부인이 이 집의 영구적인 보전을 위해 내셔널트러스트에 기증했다. 야스다씨의 손자며느리인 ‘야스다 유키코’씨는 대저택 앞에 있는 작은 집에 살고 있다.
거대한 저택은 검은색 판자로 외벽을 마감했고 뒤로는 정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원에 있는 나무들도 건축초기에 심은 나무와 나중에 심은 나무를 구분하고 있었는데, 건물 뒤편은 보수중이라 관람이 불가능했다.
야마오카 이사장은 “2차대전 전에는 이런 건축 형태가 주류였으나, 지금까지 이런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집은 ‘야스다의 집’이 유일하다”며 “2년 동안 조사기간을 갖고 총 5년의 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법인이 자리한 신국제빌딩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재단법인 일본 내셔널트러스트에 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야마오카 이사장이 직접 슬라이드를 설명하며 브리핑을 진행했다.
재단법인은 1968년 설립 이후 산업발전에 따른 문화유산의 파괴를 막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1984년 세금면제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현재 회원은 약 3000여명이며 100여개의 회사들이 뒤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사무국에는 이사장을 제외한 8명의 상근직원이 근무한다.
주요사업은 일본에 산재한 ‘관광자원 보호·조사’이며, 연간 2~3건의 조사를 학자, NT회원, 지역주민이 함께 한다. 지금까지 총 200여건의 조사사업을 진행, 현재 9곳의 보전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야마오카 이사장은 “재단은 각 지역의 활동모임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도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우리는 영국 내셔널트러스트를 모범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후 2시 신국제빌딩을 출발, 일본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의 발상지인 ‘가마쿠라’시(鎌倉市)를 향했다.

“주민의 힘밖에 없습니다” 000
1963년 도쿄올림픽이 있기 한 해 전, 일본은 가파른 경제성장 초기의 뜨거운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고도(古都) 가마쿠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쯔루가오카 하치망궁(八潘宮)을 둘러싸고 있는 뒷산 ‘오야쯔’ 숲에 택지조성허가가 떨어졌다. 주민들은 맹렬한 반대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오야쯔숲이 사라지면 하치망궁의 역사적 경관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택지조성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은 불처럼 번져나갔다. 1주일만에 가마쿠라에서만 2만 3000명, 전국적으로 2만 수천명의 서명이 몰려왔다. 이 응원에 힘을 얻은 주민들은 1년여에 걸쳐 가나가와현(縣)과 가마쿠라시(市)에 진정을 계속했다. 가나가와현 지사의 방문도 요구했다.
지사는 현지방문 후 가마쿠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률적으로는 저지가 어렵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주민 여러분의 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이 토지를 사서 보존하는 길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이를 안 주민들은 서둘러 재단법인 ‘가마쿠라 풍치보존회’를 만들었다. 1964년 12월 25일 성탄절이었다. 일본 최초의 내셔널트러스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4년 동안 3000만엔 이상 모금 000
‘가마쿠라 풍치보존회’ 사무국장이자 상무이사인 ‘이시와따리 야스마’씨는 자전거를 타고 하치망궁 주차장에 나타났다.
야스마 이사는 우리를 ‘일본 내셔널트러스트 1호’ 오야쯔숲으로 안내했다. 숲은 하치망궁 북쪽 산기슭, 철책으로 둘러싸인 약 4500평 부지 가운데는 ‘고도보존법 발상지’라는 나무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가마쿠라 풍치보존회’는 1964년부터 1968년까지 모금운동을 벌였다. 4년 동안 모인 돈은 3137만 2045엔에 달했다. 부지매입은 모금기간 중에 이루어졌다. 1966년 6월 30일 택지조성 예정지 산림 일부인 1.5헥타르(약 4500평)를 1500만엔에 취득했다.
원래 재단의 목표는 이후 일반 모금 이외 공적기부금 등을 포함, 5억엔의 돈을 모아 총 852헥타르의 토지를 매입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66년 토지매입을 계기로 ‘고도보존법’이 제정됐다.
가마쿠라, 쿄토, 나라 등 옛 도시의 개발에 국가적 차원의 강력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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