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경기 침체의 위험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3개월마다 세계 유수의 경제분석기관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25개 신흥경제국에 관한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6.2%, 내년에 5.4%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되었다. 전체 조사대상국 중에서 중국이 올해 7.8%, 내년도 7.4%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성장률 실적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성장률 수치 그 자체로만 볼 때 이것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성장률 전망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것은 이제 아주 드문 현상이 되었다. 경제의 개방화, 세계화에 따라 국내외 경제상황이 그만큼 상호 민감하게 작용하며 급속히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에서도 이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바로 3개월 전의 조사에 비해 2002년 성장률 예측치는 25개국 중 19개국에서 하향 수정되었고 2003년 예측치는 터키와 아르헨티나 두 나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향 수정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3개월 후에 다시 성장률 예측치가 하향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소비자심리 냉각, 더블딥 위협
미국의 최근 소비자신뢰지수 급락은 그러한 우려를 한층 높여주었다. 컨퍼런스 보드가 집계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현재 및 장래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지수는 금년 9월의 93.7에서 10월에는 79.4로 무려 14.3 포인트나 떨어졌다. 이것은 1990년10월 이후 최대의 폭락이며 1993년11월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분석가들은 소비자신뢰지수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또 그것이 실제 소비자 지출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의 현재 소비자신뢰지수는 “경기침체 수준에 아주 근접”한 것이어서 미국경제가 회복에 실패하고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경제분석가들은 우려한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면 완만한 경기둔화가 돌연 험악한 경기침체로 악화될 수 있다. 예컨대 승용차를 비롯한 소매판매가 약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승용차 및 주택 구매계획 지수가 올해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이러한 소비경기 냉각 징후는 우리나라로서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통계청이 지난 29일 발표한 9월중 산업활동동향에서 우리경제도 생산과 내수 및 건설 등 대부분의 지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9월 한 달의 산업동향만을 가지고 향후의 경기흐름을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더블딥 위험과 이라크 전쟁 가능성, 국제유가 불안정, 북한 핵 문제의 돌출 등은 우리경제의 안정 운행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는 확장과 후퇴, 수축, 회복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끊임없이 변동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제정책의 기능은 경기변동폭을 최소화하며 경제의 안정과 적절한 고용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은 임기 말의 레임덕 현상을 심하게 노출하면서 경제안정을 위한 노력을 도외시하고 있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경제정책 당국자들의 지나치게 안이한 상황 인식이다. 정부 관료들은 국내외의 경제상황 악화를 염려하기보다는 “세계경기가 악화될지라도 우리경제는 6% 내외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안이한 상황인식, 정책혼선 벗어나야
그러나 앞에서 인용한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이나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이미 내년도 성장률을 5%대 전반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이 전망치는 더욱 낮추어질지언정 상향 수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계적 디플레 우려에 관해서도 우리 정책 당국자들은 전혀 무관심하다. 인플레를 걱정할 처지이지 디플레 위험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겨울철을 앞두고 기름과 가스 전기 등 에너지 요금이 줄줄이 오르는 것은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이상으로 새로운 경기침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9월 소비자기대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하고 백화점 매출액이 15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예사롭지 않은 징후일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건설경기가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가고 가계부채의 압박과 경기전망의 불투명에 따라 국내 소비경기가 급속히 위축될 경우 우리나라도 세계적 디플레 압력을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 당국자들은 성장률 수치에 안주하지 말고 국내외 경제흐름의 변화를 직시하며 경제안정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3개월마다 세계 유수의 경제분석기관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25개 신흥경제국에 관한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6.2%, 내년에 5.4%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되었다. 전체 조사대상국 중에서 중국이 올해 7.8%, 내년도 7.4%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성장률 실적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성장률 수치 그 자체로만 볼 때 이것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성장률 전망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것은 이제 아주 드문 현상이 되었다. 경제의 개방화, 세계화에 따라 국내외 경제상황이 그만큼 상호 민감하게 작용하며 급속히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에서도 이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바로 3개월 전의 조사에 비해 2002년 성장률 예측치는 25개국 중 19개국에서 하향 수정되었고 2003년 예측치는 터키와 아르헨티나 두 나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향 수정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3개월 후에 다시 성장률 예측치가 하향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소비자심리 냉각, 더블딥 위협
미국의 최근 소비자신뢰지수 급락은 그러한 우려를 한층 높여주었다. 컨퍼런스 보드가 집계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현재 및 장래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지수는 금년 9월의 93.7에서 10월에는 79.4로 무려 14.3 포인트나 떨어졌다. 이것은 1990년10월 이후 최대의 폭락이며 1993년11월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분석가들은 소비자신뢰지수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또 그것이 실제 소비자 지출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의 현재 소비자신뢰지수는 “경기침체 수준에 아주 근접”한 것이어서 미국경제가 회복에 실패하고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경제분석가들은 우려한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면 완만한 경기둔화가 돌연 험악한 경기침체로 악화될 수 있다. 예컨대 승용차를 비롯한 소매판매가 약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승용차 및 주택 구매계획 지수가 올해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이러한 소비경기 냉각 징후는 우리나라로서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통계청이 지난 29일 발표한 9월중 산업활동동향에서 우리경제도 생산과 내수 및 건설 등 대부분의 지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9월 한 달의 산업동향만을 가지고 향후의 경기흐름을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더블딥 위험과 이라크 전쟁 가능성, 국제유가 불안정, 북한 핵 문제의 돌출 등은 우리경제의 안정 운행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는 확장과 후퇴, 수축, 회복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끊임없이 변동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제정책의 기능은 경기변동폭을 최소화하며 경제의 안정과 적절한 고용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은 임기 말의 레임덕 현상을 심하게 노출하면서 경제안정을 위한 노력을 도외시하고 있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경제정책 당국자들의 지나치게 안이한 상황 인식이다. 정부 관료들은 국내외의 경제상황 악화를 염려하기보다는 “세계경기가 악화될지라도 우리경제는 6% 내외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안이한 상황인식, 정책혼선 벗어나야
그러나 앞에서 인용한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이나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이미 내년도 성장률을 5%대 전반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이 전망치는 더욱 낮추어질지언정 상향 수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계적 디플레 우려에 관해서도 우리 정책 당국자들은 전혀 무관심하다. 인플레를 걱정할 처지이지 디플레 위험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겨울철을 앞두고 기름과 가스 전기 등 에너지 요금이 줄줄이 오르는 것은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이상으로 새로운 경기침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9월 소비자기대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하고 백화점 매출액이 15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예사롭지 않은 징후일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건설경기가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가고 가계부채의 압박과 경기전망의 불투명에 따라 국내 소비경기가 급속히 위축될 경우 우리나라도 세계적 디플레 압력을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 당국자들은 성장률 수치에 안주하지 말고 국내외 경제흐름의 변화를 직시하며 경제안정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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