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암산·수락산 터널공사를 보며

지역내일 2002-11-08 (수정 2002-11-11 오전 10:59:59)
며칠 전 시민·환경단체 실무자들과 함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불암산·수락산 관통터널 공사장 4곳을 둘러보았다.
북한산국립공원 통과노선은 연말까지 공사가 중단된 채 ‘노선재검토’를 하고 있는데, 불암산과 수락산에서는 터널 공사가 한창이었다.
수락산 서쪽, 불암산 동·서 양쪽 3곳에서 이미 굴착공사가 진행중이었고 수락산 서쪽과 불암산 동쪽 공사장에는터널공에서 나온 골재를 가공, 용도에 맞게 분쇄하는 ‘골재 가공라인’까지 가동중이었다.
도봉산 만장봉 북쪽 기슭에서 수락산 사이의 넓은 개활지에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현수막을 붙인 대형 교각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 있었다.
“외곽순환고속도로가 북한산국립공원을 우회한다면 무용지물로 변할 공사다. 이렇게 서두르는 걸 보면, 시행사가 ‘노선재검토 합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수락산 서쪽 터널공사장에서 모 환경단체 실무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틀 전 ‘관통도로 반대’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던 도봉산 만장봉이 빤히 올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그날 저녁 신문사로 돌아와 관통도로반대 홈페이지(www.npsave.org/) 토론방에 들어가 보았다.
근래 들어서는 초등학생들의 의견이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산은 우리 목숨과 같은 살아 숨쉬는 생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생물을 함부로 죽이는 것을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은 살인이라고 생각한다면... 함부로 나무를 베어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관통도로를 개설하는 어른들께 정말 실망했어요..” (진솔)
이런 순수한 의견에 대해 어떤 ‘어른’은 이렇게 답하고 있다.
“진솔아 너는 소고기는 먹니? 소의 생명을 생각해봤니? 나물은 먹니? 불쌍한 나물을 어케 먹니? 자동차는 타고 다니니? 차 타면 매연 나오고 매연 나오면 길가의 나무들이 공해로 힘들텐데 어케 자동차를 타니? 진솔아 너 바부지??” (김수진)
순간 섬뜩했다. 이런 회신을 받은 어린이의 마음엔 관통도로보다 더 큰 구멍이 뚫렸을 것이다. 지금 우리 어른들은 이런 독한 마음으로 북한산국립공원·수락산·불암산에 터널을 뚫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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