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검사장에 아들을 보내놓고
김경애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여성학
아들이 마침내 군대 입대를 위한 징병검사를 받으러 가족들의 환송을 받으며 검사장으로 떠났다. 사춘기 동안 말썽을 부리고 공부도 안 하며 속을 썩이던 아들에 대해 남편은 으레 ‘군대 가서 실컷 고생을 해봐야 정신 차릴 것’이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남편의 소원이 이루어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군대생활 대부분을 최전방 지피에서 근무했던 남편은 군대가 사람을 올바르게 만드는 곳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군대 내에서 책임감, 자립심,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군대가 말썽꾸러기들을 훌륭한 청년으로 개조하는 곳이라면 왜 그토록 특권층들이 온갖 수단을 다 써서라도 아들을 군대에 안 보내려 하는가? 그리고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라는 노래를 통해 군 복무의 자부심을 일깨웠건만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군대 복무 기간 동안 왜 ‘썩었다’라고 말하고 있는가?
먼저, 군대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발랄한 청년들을 ‘사나이’로 길들이는 과정에서, 전쟁이라는 절체 절명의 상황에 대비한 상명하복을 부동의 원칙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는 힘 있는 상층은 언제나 옳고 선(善)으로서 복종해야 하는 대상이 되면서 청년 자신도 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최상의 가치인 것처럼 주지되어 권력 지향적으로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한다. 또한 군대에서는 주어진 임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행해내야 하기 때문에 과정 보다 결과를 중요시하게 되고, 결국 사회생활에서도 개인적인 출세나 영달을 위해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
폭력 판치는 군 내무반, 사고사 연 300명 넘어
특히 걱정스러운 점은 군대 내의 폭력 문화이다. 기합이라는 군대의 폭력 문화는 군대에 가는 청년들과 그 부모들의 주요한 두려움의 대상이다. 한 장성의 아들이 군대 내에서 사망하였으나 끝내 그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우리 같은 서민의 아들이 폭력에 의해 잘못되면 그 높은 38선 철창 앞에 섰을 때 만큼이나 좌절감을 느낄 것 같다. 얼마 전 허일병의 죽음의 진상은 밝혀졌지만 많은 의문사들이 아직 의문의 꼬리만 드리운 채 실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평화의 시대에 지금도 군대에서 사망하는 군인의 숫자가 한해 약 300명에 달하고 있다는데 그 죽음의 원인이 과거와는 달리 투명하게 밝혀지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군부대 내에서 사고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는 물론, 자살로 처리되는 대부분의 사망도 그것이 설사 자살이라 하더라도 군은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또 우려되는 것은 군대가 폭력 문화를 통해서 ‘사나이’되기를 강조하는 것은 자칫 남성 우월주의를 심어주고 이를 통해 남성들의 왜곡된 집단 문화가 형성되는 단초가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점이다. 특히 군에 입대하여 ‘사나이’ 되기에 앞서 통과 의례처럼 많은 청년들이 사창가를 출입하며 이 때 처음으로 성 경험을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무료한 시간이 되면 상사가 성 경험을 말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서라도 말해야하고, 또 휴가 기간에 집단으로 사창가를 찾는 일도 있다고 한다. 성매매는 여성을 착취의 대상으로 하는 성 관계인데 이를 ‘사나이’로서 행하는 당연한 일로 간주하게 됨으로써 여성을 보는 시각이 왜곡된다. 우리나라 정부가 보낸 보고서를 토대로 국제기구도 아닌 미국이 친절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성매매 등 인신매매가 현저히 개선되었다고 ‘칭찬’을 한지 채 일년도 안 되어 경기도 동두천 지역에서 성매매에 종사했던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 남자들은 섹스광인가’라고 비난하여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된 것도 군대의 성문화가 그 기저에 있는 것이 아닌가한다.
군대도 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다고 본다. 최근에는 국방부가 친구와 함께 같은 부대에서 복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또 군대에서 배고프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고 군 당국도 신세대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비뚤어진 ‘병영문화’ 개혁해야
그러나 군은 더 빨리 많이 변화해야한다. 미군은 자국 군인의 사창가 출입에서 문제가 일어날 경우 재판권이 우리나라에 있음을 주지시키면서 사창가 출입에 대한 통제에 나섰다. 우리나라 군대도 군인들에게 성문화를 개혁할 수 있는 교육과 조처를 취해야한다. 또한 막 시작되고 있는 군 사법제도의 개혁에 대한 논의가 빨리 결실을 맺어 군대 내의 사고와 범죄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밝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군대가 우리 청년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진정한 교육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군에 입대한 아들의 평상복이 배달되어 오면 어머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짓는다고 한다. 전시도 아닌 지금 아들이 ‘국가를 지키는 신성한 의무’를 다하면서 더 훌륭하게 성장하기 위해 외국 유학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으러 갔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누가 울겠는가? 어머니들이 눈물과 조바심으로 군대간 아들을 기다리지 않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김경애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여성학
김경애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여성학
아들이 마침내 군대 입대를 위한 징병검사를 받으러 가족들의 환송을 받으며 검사장으로 떠났다. 사춘기 동안 말썽을 부리고 공부도 안 하며 속을 썩이던 아들에 대해 남편은 으레 ‘군대 가서 실컷 고생을 해봐야 정신 차릴 것’이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남편의 소원이 이루어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군대생활 대부분을 최전방 지피에서 근무했던 남편은 군대가 사람을 올바르게 만드는 곳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군대 내에서 책임감, 자립심,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군대가 말썽꾸러기들을 훌륭한 청년으로 개조하는 곳이라면 왜 그토록 특권층들이 온갖 수단을 다 써서라도 아들을 군대에 안 보내려 하는가? 그리고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라는 노래를 통해 군 복무의 자부심을 일깨웠건만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군대 복무 기간 동안 왜 ‘썩었다’라고 말하고 있는가?
먼저, 군대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발랄한 청년들을 ‘사나이’로 길들이는 과정에서, 전쟁이라는 절체 절명의 상황에 대비한 상명하복을 부동의 원칙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는 힘 있는 상층은 언제나 옳고 선(善)으로서 복종해야 하는 대상이 되면서 청년 자신도 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최상의 가치인 것처럼 주지되어 권력 지향적으로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한다. 또한 군대에서는 주어진 임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행해내야 하기 때문에 과정 보다 결과를 중요시하게 되고, 결국 사회생활에서도 개인적인 출세나 영달을 위해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
폭력 판치는 군 내무반, 사고사 연 300명 넘어
특히 걱정스러운 점은 군대 내의 폭력 문화이다. 기합이라는 군대의 폭력 문화는 군대에 가는 청년들과 그 부모들의 주요한 두려움의 대상이다. 한 장성의 아들이 군대 내에서 사망하였으나 끝내 그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우리 같은 서민의 아들이 폭력에 의해 잘못되면 그 높은 38선 철창 앞에 섰을 때 만큼이나 좌절감을 느낄 것 같다. 얼마 전 허일병의 죽음의 진상은 밝혀졌지만 많은 의문사들이 아직 의문의 꼬리만 드리운 채 실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평화의 시대에 지금도 군대에서 사망하는 군인의 숫자가 한해 약 300명에 달하고 있다는데 그 죽음의 원인이 과거와는 달리 투명하게 밝혀지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군부대 내에서 사고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는 물론, 자살로 처리되는 대부분의 사망도 그것이 설사 자살이라 하더라도 군은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또 우려되는 것은 군대가 폭력 문화를 통해서 ‘사나이’되기를 강조하는 것은 자칫 남성 우월주의를 심어주고 이를 통해 남성들의 왜곡된 집단 문화가 형성되는 단초가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점이다. 특히 군에 입대하여 ‘사나이’ 되기에 앞서 통과 의례처럼 많은 청년들이 사창가를 출입하며 이 때 처음으로 성 경험을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무료한 시간이 되면 상사가 성 경험을 말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서라도 말해야하고, 또 휴가 기간에 집단으로 사창가를 찾는 일도 있다고 한다. 성매매는 여성을 착취의 대상으로 하는 성 관계인데 이를 ‘사나이’로서 행하는 당연한 일로 간주하게 됨으로써 여성을 보는 시각이 왜곡된다. 우리나라 정부가 보낸 보고서를 토대로 국제기구도 아닌 미국이 친절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성매매 등 인신매매가 현저히 개선되었다고 ‘칭찬’을 한지 채 일년도 안 되어 경기도 동두천 지역에서 성매매에 종사했던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 남자들은 섹스광인가’라고 비난하여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된 것도 군대의 성문화가 그 기저에 있는 것이 아닌가한다.
군대도 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다고 본다. 최근에는 국방부가 친구와 함께 같은 부대에서 복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또 군대에서 배고프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고 군 당국도 신세대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비뚤어진 ‘병영문화’ 개혁해야
그러나 군은 더 빨리 많이 변화해야한다. 미군은 자국 군인의 사창가 출입에서 문제가 일어날 경우 재판권이 우리나라에 있음을 주지시키면서 사창가 출입에 대한 통제에 나섰다. 우리나라 군대도 군인들에게 성문화를 개혁할 수 있는 교육과 조처를 취해야한다. 또한 막 시작되고 있는 군 사법제도의 개혁에 대한 논의가 빨리 결실을 맺어 군대 내의 사고와 범죄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밝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군대가 우리 청년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진정한 교육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군에 입대한 아들의 평상복이 배달되어 오면 어머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짓는다고 한다. 전시도 아닌 지금 아들이 ‘국가를 지키는 신성한 의무’를 다하면서 더 훌륭하게 성장하기 위해 외국 유학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으러 갔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누가 울겠는가? 어머니들이 눈물과 조바심으로 군대간 아들을 기다리지 않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김경애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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