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딜레마와 고·스톱 정책
김영곤 경제평론가
어제는 인플레를 걱정하더니 오늘은 디플레가 올 것 같다고 야단들이다. 한 나라의 경기변동이 날씨만큼이나 변덕부릴 성질이 아닌데 지금은 꼭 날씨와 같다.
요즈음 경제를 관장하는 높은 곳들은 한결같이 딜레마에 빠져있다고들 한다.
한국은행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리를 인상할까말까 고민했었다.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야단들인데도 우리나라는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니 그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던 한은이 최근엔 단기적으로 인플레요인이 상존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디플레 우려도 없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한은이 이처럼 어정쩡하고 뭐가 뭔지 모를 애매한 얘기를 하는 이유는 근래 경기가 단기간에 급냉하는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때문.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부동산 급등과 과소비가 걱정됐던 터인데 근래 소비자의 기대심리는 물론 도소매 판매와 내수용 소비재 출하 등의 지표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 쪽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금까지 견지해온 인플레 억제정책을 포기할 수도 없는 형편인데 그렇다고 당장 나타나고 있는 불황조짐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상황이 이렇게 보면 이런 것 같고 저렇게 보면 저런 것 같아 방향타를 잡기조차 무서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 상황이 이처럼 온탕·냉탕식 변화를 보이는 실상은 무엇인가. 그리고 정부와 금융관계자들은 왜 또 그렇게 인식이 안된 채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일까.
우리가 보기에 그것은 바로 그들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상황이 경제여건의 자연스런 변화에 연유되었다기보다 소위 정책변수에 의해서 급격히 변모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정책 결정권자들은 자기가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하듯이 정책 실패의 요인과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냉·온탕식 마구잡이 정책이 부작용 초래
모든 것은 정부의 과도한 고·스톱, 아니면 스톱·고 정책에 연유한다고 본다. 우리 경제가 그동안 인플레적 상황에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지나친 재정과 금융의 완화정책에 기인하는 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자 경기 부양이라고 돈을 마구 풀고 그래서 그것이 시중의 유동성 수위를 높여 물가 상승의 우려를 자아낸 것이 아니던가.
그러더니 이제 인플레가 우려된다하니 갑작스럽게 조이기 시작한다. 버블 억제책이라고 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때려잡겠다고 나서고 과소비의 주범인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에 부응해서 신규대출을 억제하고 금리마저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이러한 고·스톱 정책이 어느 무엇보다 소비경기의 발목을 거는 결과가 되지 않았겠는가.
경제의 지나친 버블화는 억제돼야 마땅하다. 그것이 악성 인플레의 주범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버블을 터뜨리는 것만 능사로 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부작용을 크게 한다. 부동산 투기 억제는 좋으나 이를 단기간에 과도하게 때려잡는 식으로 하게 되면 그 자체가 심리적 공황을 가져올 수 있다.가계대출 억제를 위해서 대출금리 인상의 초강수를 쓰면 그것은 고스란히 가계부담으로 직결되는데 급격한 가계소비위축도 문제려니와 중소 및 영세기업에 심각한 자금난을 초래한다.
그러니까 인플레 억제의 조치가 경제 전반의 디플레를 초래하는 역효과를 낸다. 오늘의 딜레마는 바로 이런 정책 실패의 결과인 것이다.
우리는 이쯤에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차분히 정리하고 정립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경제환경이 세계적 디플레 상황이라고 한다면, 또 그 가운데 우리만은 인플레적 요인이 있다면 인플레를 그렇게 심하게 다뤄서도 안될 일이다. 왜냐하면 세계적인 수요위축의 불황이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내수 경기 안정은 어느 정도의 인플레 요인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물가상승도 인플레가 계속된다 해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정부 스스로 함정 만든 꼴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버블억제라는 강경책으로 가계대출 억제를 강화한다면 곧 그것은 경기의 급격한 수축과 동시에 이것이 해외경기 둔화와 맞물려 구조적인 불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또 아니면 여전한 인플레 요인과 합쳐져 풀기 어려운 스태그플레이션의 덫에 걸려들 수도 있다. 그래서 정책당국은 인플레를 스무드하게 조절하면서 그것으로 디플레에 대처하는 보다 신축적이고 완만한 관리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의 잘못된 결과는 스무드하게 관리강화로 풀어가야 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방만한 가계대출도 보다 적절하게 심사강화로 정상화시켜가야 된다. 우리가 늘상 강조하던 것이지만 정책은 단번에 끝을 보려는 식의 질주와 급제동을 반복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법이다.
결국 그것은 요즘처럼 새로운 문제를 낳고 딜레마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책결정자들은 그들의 딜레마가 스스로 만든 함정임을 딱하게도 알지 못하고 있다.
김영곤 경제평론가
김영곤 경제평론가
어제는 인플레를 걱정하더니 오늘은 디플레가 올 것 같다고 야단들이다. 한 나라의 경기변동이 날씨만큼이나 변덕부릴 성질이 아닌데 지금은 꼭 날씨와 같다.
요즈음 경제를 관장하는 높은 곳들은 한결같이 딜레마에 빠져있다고들 한다.
한국은행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리를 인상할까말까 고민했었다.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야단들인데도 우리나라는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니 그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던 한은이 최근엔 단기적으로 인플레요인이 상존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디플레 우려도 없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한은이 이처럼 어정쩡하고 뭐가 뭔지 모를 애매한 얘기를 하는 이유는 근래 경기가 단기간에 급냉하는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때문.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부동산 급등과 과소비가 걱정됐던 터인데 근래 소비자의 기대심리는 물론 도소매 판매와 내수용 소비재 출하 등의 지표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 쪽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금까지 견지해온 인플레 억제정책을 포기할 수도 없는 형편인데 그렇다고 당장 나타나고 있는 불황조짐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상황이 이렇게 보면 이런 것 같고 저렇게 보면 저런 것 같아 방향타를 잡기조차 무서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 상황이 이처럼 온탕·냉탕식 변화를 보이는 실상은 무엇인가. 그리고 정부와 금융관계자들은 왜 또 그렇게 인식이 안된 채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일까.
우리가 보기에 그것은 바로 그들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상황이 경제여건의 자연스런 변화에 연유되었다기보다 소위 정책변수에 의해서 급격히 변모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정책 결정권자들은 자기가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하듯이 정책 실패의 요인과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냉·온탕식 마구잡이 정책이 부작용 초래
모든 것은 정부의 과도한 고·스톱, 아니면 스톱·고 정책에 연유한다고 본다. 우리 경제가 그동안 인플레적 상황에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지나친 재정과 금융의 완화정책에 기인하는 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자 경기 부양이라고 돈을 마구 풀고 그래서 그것이 시중의 유동성 수위를 높여 물가 상승의 우려를 자아낸 것이 아니던가.
그러더니 이제 인플레가 우려된다하니 갑작스럽게 조이기 시작한다. 버블 억제책이라고 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때려잡겠다고 나서고 과소비의 주범인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에 부응해서 신규대출을 억제하고 금리마저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이러한 고·스톱 정책이 어느 무엇보다 소비경기의 발목을 거는 결과가 되지 않았겠는가.
경제의 지나친 버블화는 억제돼야 마땅하다. 그것이 악성 인플레의 주범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버블을 터뜨리는 것만 능사로 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부작용을 크게 한다. 부동산 투기 억제는 좋으나 이를 단기간에 과도하게 때려잡는 식으로 하게 되면 그 자체가 심리적 공황을 가져올 수 있다.가계대출 억제를 위해서 대출금리 인상의 초강수를 쓰면 그것은 고스란히 가계부담으로 직결되는데 급격한 가계소비위축도 문제려니와 중소 및 영세기업에 심각한 자금난을 초래한다.
그러니까 인플레 억제의 조치가 경제 전반의 디플레를 초래하는 역효과를 낸다. 오늘의 딜레마는 바로 이런 정책 실패의 결과인 것이다.
우리는 이쯤에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차분히 정리하고 정립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경제환경이 세계적 디플레 상황이라고 한다면, 또 그 가운데 우리만은 인플레적 요인이 있다면 인플레를 그렇게 심하게 다뤄서도 안될 일이다. 왜냐하면 세계적인 수요위축의 불황이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내수 경기 안정은 어느 정도의 인플레 요인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물가상승도 인플레가 계속된다 해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정부 스스로 함정 만든 꼴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버블억제라는 강경책으로 가계대출 억제를 강화한다면 곧 그것은 경기의 급격한 수축과 동시에 이것이 해외경기 둔화와 맞물려 구조적인 불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또 아니면 여전한 인플레 요인과 합쳐져 풀기 어려운 스태그플레이션의 덫에 걸려들 수도 있다. 그래서 정책당국은 인플레를 스무드하게 조절하면서 그것으로 디플레에 대처하는 보다 신축적이고 완만한 관리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의 잘못된 결과는 스무드하게 관리강화로 풀어가야 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방만한 가계대출도 보다 적절하게 심사강화로 정상화시켜가야 된다. 우리가 늘상 강조하던 것이지만 정책은 단번에 끝을 보려는 식의 질주와 급제동을 반복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법이다.
결국 그것은 요즘처럼 새로운 문제를 낳고 딜레마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책결정자들은 그들의 딜레마가 스스로 만든 함정임을 딱하게도 알지 못하고 있다.
김영곤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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