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미신은 즐거워?

지역내일 2002-11-29 (수정 2002-12-02 오후 1:59:41)
교실 한구석이 뭔가 쑤군쑤군 수상하다. 아이들이 점을 치는 모양이다. 어떤 아이들은 각종 퍼즐놀이와 별점을 치는 놀이를 통해 하루의 토정비결(?)을 보기도 한다.
인터넷 사주궁합과 핸드폰을 이용한 전생 알아보기 등 점치는 문화 역시 날이 갈수록 번지고 있다.
특히 타로카드를 섞어서 그림퍼즐을 맞추면 과거와 현생과 미래까지 나타나는, 카드 점괘술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카드에 첨부된 설명서에 따라 누구나 손쉽게 점을 칠 수 있는 점도 다분히 상업적이다. 엄마의 태중에서 인공유산되었다는 아기 귀신을 주로 불러들여 “나무사바 나무사바”하고 주문을 외며 물음에 따라 백지 위에 점괘를 그려 나가는 볼펜점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웬만큼 소소한 과거사는 귀신 곡하듯이 꿰뚫어 맞힌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행위에 탐닉하는 아이들일수록 중간층 성적에 공부 고민이 많은 특징을 띤다.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한다고 해도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기 때문에 매사에 욕구불만에 차 있다. 이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자연스럽게 좌판 펼치듯 점판을 벌이는 것은, 우습지만 엄연한 교실 문화가 되었다.
그러나 점판 문화가 심해지면 예상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현미네 패거리는 틈만 나면 점을 치고 핸드폰을 통해 하루의 운세를 확인하는데 몰두한다. 수업 시간에 필기를 하는 짬을 이용하여 점을 치다가 선생님에게 지적 당하면 선생님까지 끌어들여 점을 치고 복채를 요구한다.
현미는 카드 점을 비롯해 볼펜점에 이르기까지 점에 능한 아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몸이 마르고 식은땀이 났다. 대낮에도 시커먼 악마가 옆에 서 있는 환상에 시달리고, 체력이 급속하게 소모되었다. 축 늘어져 아무일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타로카드를 손에 잡으면 귀신 들리듯 눈빛이 빛난다.
우연한 기회에 현미의 상태를 알게된 상담교사 김선생은 현미를 ‘귀신들린 아이(?)’로 단정하고 심리교정 작업에 돌입했다. 단전호흡을 시키고 명상을 가르치고 굳어진 혈을 풀어주었다. 오랫동안 명상을 해온 김선생의 전문적인 치료가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현미는 마약처럼 중독된 귀신놀이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었다. 공부밖에 없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날마다 새로운 재미를 찾아 헤맨다. 그 틈새를 이용한 점치기 놀이는 심할 경우 아이들에게 심각한 정서 장애를 유발시킨다. 타로카드보다 재미있는 교실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날마다 점을 치지 않더라도 내일에 대해 불안하지 않은 가르침이 있었으면 좋겠다. 딜레마다.

/ 김대유 서문여중 교사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