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독일 ‘베를린천도’를 참조합시다(주섭일 2002.12.13)

지역내일 2002-12-15
독일 ‘베를린천도’를 참조합시다
주섭일 본지 고문


‘행정수도이전’문제로 대선 막판에 공방전이 치열하다. 유권자는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수도이전에 걸고 있다. 이들은 TV양자대결에 합의했다. 투표일 수일을 앞두고 벌어진 ‘행정수도이전’은 수도권집중을 푸는 중요문제이기는 하지만 최대의 쟁점처럼 다룬다면 대선의 의미를 평가절하 하는 것이다. 대선은 국민이 5년간 나라살림을 맡길 국민의 큰 심부름꾼을 뽑는 민주주의 의식(儀式)이요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유권자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선진국 후보들과 달리 한국 대선후보들은 ‘국민의 행복’을 고려하지 않는다. 가정이 3000만원의 빚쟁이로 전락했고 154조의 공적자금도 60%가 국민부담으로 넘겨지며 청년실업자 홍수와 독거노인의 참담한 쪽방살이는 무시되었다. 사회정의와 국민복지문제도 실종됐고 교육붕괴와 여전히 판치는 지역과 사회갈등에다 세대갈등이 악화되는가 하면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막판에 선결과제를 망각하고 중앙집중을 구실로 ‘행정수도이전’에 매달리는 선거풍경은 허망하기만 하다. ‘행정수도이전’을 이번 대선에서 다루면서 과연 국민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북한이 핵시설을 재가동해 제네바합의가 파기되고 미사일수출을 계속하는 한반도위기에서 행정수도이전이 주쟁점이라면 한가하지 않는가.
‘행정수도이전’은 국민투표형식의 국민적 합의가 필연적이다. 서울이 한국의 수도라는 국제적 위상을 상실하면 서울시민의 자존심은 어떻게 되는가. 또 충청도라고 소재지를 일방적으로 정한 것은 정당한가. 이전 장소는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거나 적어도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지 않는가.

베를린, 통일계기 상실한 독일수도 위상회복
통일을 기대한다면 통일한국의 수도를 염두에 두고 남북주민의 의사도 수렴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과 브라질 호주의 행정수도를 거론하지만 인구밀도가 대단히 낮고 광활한 영토를 보유한 대국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서울은 오히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와 비슷한 조건과 환경에 있기 때문이다. 수도이전문제는 런던이나 파리, 로마에서 전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집중완화를 위한 지방분권화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필자가 현지서 취재 보도한 독일의 베를린 천도(遷都)가 참고될만한 사례이다. 독일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이전한 것은 통일이라는 역사적 계기가 명분이 되었다. 2차 대전 후 서독이 본을 ‘임시수도’로 삼은 것은 베를린이 동서로 분할되었기 때문이다. 1989년 11월 베를린장벽붕괴 후 통일되면서 임시수도 본의 필요성이 상실되었다.
통독조약 2조1항은 ‘독일의 수도는 베를린이다. 의회와 정부의 소재지는 통일 후 결정한다’라고 규정했다. 1990년 10월3일 독일은 통일되고 수도는 베를린이 되었다. 그러나 정부와 의회의 소재지는 1991년 6월20일 본의 연방의회에서 11시간의 ‘역사적인 토론’ 끝에 베를린으로 결정되었다. 베를린 찬성 338표, 본 찬성 320표였다. 본은 ‘본이 좋다’를 외치며 베를린천도를 반대했으나 패배했다. 그러나 베를린천도는 역사적 정통성을 확보한 결정으로, 2차 대전 패전으로 독일수도의 위상을 잃은 베를린이 독일의 수도라는 국제적 위상을 회복한 것이다.
10년 후 총리가 이사함으로써 베를린천도는 마무리되었다. 총리집무실은 구동독 국가원수공관을 수리한 것으로 1918년 11월9일 바이마르공화국이 선언된 유서깊은 정치 1번지다. 그러나 본이 버려진 것은 아니다. 본은 집값이 폭락하고 공동화될 위기를 맞았으나 보상법인 ‘본/베를린법’이 마련되면서 전원행정도시로 거듭났다. 총리와 15개 정부부처, 상하원이 베를린으로 이전했으나 본에도 교육성, 보건성, 환경성, 농업성, 경제협력성 및 국가안전성을 남겨 행정기능을 유지하도록 배려했다. 천도자금은 최소 820억~최대 2000억 마르크(약55조~130조원)가 지출된 것으로 유럽의 권위있는 연감 ‘퀴드’가 기록했다. 거의 모두 기존건물을 수리해 정부와 상하원이 이전했음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수도 이전, 통일정부 몫으로 넘겨도 안 늦다
독일의 수도이전은 오히려 중앙집중을 향한 것이었으나 베를린이 수도의 위상을 회복함으로써 국제적 지위를 업그레이드했다. 개인소득 3만 달러라는 풍요한 삶과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조건이 천도 성공의 바탕이 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노 후보의 공약은 독일과는 정반대방향의 이전이다. 독일은 지방도시에서 ‘독일의 서울’인 베를린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독일처럼 청와대 국회, 정부가 이전하면 천도의 성격을 지닌다. 수도서울의 위상이 상실되면서 충청으로 수도가 이전된다면 통일이후에 다시 이전문제가 나올 것이다. 민주당의 예산책정도 4조5000억~6조라니 베를린의 경우에 견주어도 너무 낭만적이다.
우리는 아직 독일처럼 전국민이 행복을 보장받는 처지가 아니며 천민자본주의가 판치는 사회를 산다. 정책경쟁의 우선 순위가 갈등해소와 삶의 질을 높이고 북한 핵문제 해결에 집중돼야 한다. 수도이전은 분단극복 후 통일정부의 몫으로 넘겨도 늦지 않다.



주섭일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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