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당선자, 내채(內債)위기 극복을
김영호 시사평론가
노무현 차기 정부의 급선무는 가계의 집단파산을 어떻게 막느냐 하는 일이다. 집집마다 빚더미에 눌려 허덕이는데 나라빚도 산더미처럼 불어나 그것을 막을 여력이 없다. 내채위기가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위태로운 형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대한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재정파탄을 부를 경제공약을 남발했다.
금년 9월말 현재 가계부채가 424조3000억원이나 된다. 석달 새 26조8000억원이나 증가했고 1999년 12월말의 214조2000억원에 비해서는 2배나 늘어난 규모다. 올 상반기 증가율이 16.1%나 되어 GDP(국내총생산)의 그것보다 3배가량 높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중에 50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여기에다 규모를 알 수 없는 엄청난 사채가 도사리고 있다. 전세금도 따지고 보면 집주인이 갚아야 할 빚인데 그 규모가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집값이 떨어지면 그중 상당액은 집주인이 물어내야 할 돈이다.
연간 이자부담만도 40조원이 넘는다. 가구당 부채가 2906만원으로 3000만원에 육박한다. 2000년 가계대출잔액이 가처분소득의 79.0%이었으니 금년에는 10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빚이 번 돈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금융계에서는 대출 받은 사람 10명 중에 6명은 대출금이 연간소득보다 2.5배나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빚내서 빚갚는 채무차환 단계에 이른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또 GDP에 대한 비율도 2000년 51.1%에서 올 6월에는 70.6%로 높아졌다. 상환능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투기붐 편승, 가계부채 424조 눈덩이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주택구입자금이라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작년 1/4분기 30.2%이었던 그 비율이 금년 1/4분기에는 56.1%로 급증세를 나타냈다. 집을 담보로 빚을 내서 아파트를 산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담보대출총액이 지난 6월말 현재 110조원을 상회한다. 대출자의 91.4%가 유주택자이고 담보대출비율이 무려 90.5%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떨어지면 담보가액이 모자라는 사태가 일어난다. 최악의 경우 가계가 집단파산하고 은행의 채권이 집단부실화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자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나 이미 실기해 버렸다. 금리를 1%만 인상하면 가계부담이 연간 4조원 이상 늘어나고 연체가 증가한다. 이미 과중한 이자부담과 대출억제로 소비위축이 일어나고 있다. 금리인상이 경기침체 요인으로 작용하면 부도-실업증가로 이어져 결국 소득감소를 나타낸다. 금리가 정책수단으로서 가치를 상실하여 정책당국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곤경에 처해 있다. 금융회사들이 뒤늦게 위험관리에 나서 돈줄을 죄자 대출창구가 바늘구멍처럼 좁아졌다. 빚내서 빚갚기가 어려워졌으니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위험신호를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비교적 튼튼한 재정기반이 방파제 노릇을 하여 IMF 사태라는 험난한 파고를 막아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국가채무만도 122조1000억원이나 된다. 1997년의 60조3000억원에 비해 갑절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아직은 GDP의 22.4%에 그쳐 재정상태가 건실하다는 것이 정부측의 주장인 모양이다. 그러나 연간 이자부담만도 일반예산의 10%에 해당하는 12조원이나 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수치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 모르겠다. 김대중 정권은 공적자금 156조원 가운데 69조원을 회수불능액으로 추정했다. 64조원만 투입하면 금융체제가 정상화된다고 장담했는데 그것이 2.5배로 늘어났으니 손실추정액의 정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재정지출 억제, 가계 허리띠 졸라매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금의 재정기반도 대단히 취약하다. 적자가 발생하면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채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하다. 공기업의 부실부분도 이에 해당한다.
차기 정부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잠재적 국가채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심각성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려 재정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국민적 협조를 구해야 한다. IMF 사태도 국민이 모른 채 방심하다가 맞은 날벼락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되 충격적 요법은 피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시한폭탄의 뇌관을 뽑으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내채위기를 극복하자면 모든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 말고는 뚜렷한 정책수단이 없다. 이 점에서 국민적 이해가 중요하다.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능력도 취약해져 이라크전쟁이 터지면 유가폭등으로 치명타를 입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김영호 시사평론가
노무현 차기 정부의 급선무는 가계의 집단파산을 어떻게 막느냐 하는 일이다. 집집마다 빚더미에 눌려 허덕이는데 나라빚도 산더미처럼 불어나 그것을 막을 여력이 없다. 내채위기가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위태로운 형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대한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재정파탄을 부를 경제공약을 남발했다.
금년 9월말 현재 가계부채가 424조3000억원이나 된다. 석달 새 26조8000억원이나 증가했고 1999년 12월말의 214조2000억원에 비해서는 2배나 늘어난 규모다. 올 상반기 증가율이 16.1%나 되어 GDP(국내총생산)의 그것보다 3배가량 높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중에 50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여기에다 규모를 알 수 없는 엄청난 사채가 도사리고 있다. 전세금도 따지고 보면 집주인이 갚아야 할 빚인데 그 규모가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집값이 떨어지면 그중 상당액은 집주인이 물어내야 할 돈이다.
연간 이자부담만도 40조원이 넘는다. 가구당 부채가 2906만원으로 3000만원에 육박한다. 2000년 가계대출잔액이 가처분소득의 79.0%이었으니 금년에는 10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빚이 번 돈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금융계에서는 대출 받은 사람 10명 중에 6명은 대출금이 연간소득보다 2.5배나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빚내서 빚갚는 채무차환 단계에 이른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또 GDP에 대한 비율도 2000년 51.1%에서 올 6월에는 70.6%로 높아졌다. 상환능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투기붐 편승, 가계부채 424조 눈덩이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주택구입자금이라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작년 1/4분기 30.2%이었던 그 비율이 금년 1/4분기에는 56.1%로 급증세를 나타냈다. 집을 담보로 빚을 내서 아파트를 산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담보대출총액이 지난 6월말 현재 110조원을 상회한다. 대출자의 91.4%가 유주택자이고 담보대출비율이 무려 90.5%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떨어지면 담보가액이 모자라는 사태가 일어난다. 최악의 경우 가계가 집단파산하고 은행의 채권이 집단부실화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자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나 이미 실기해 버렸다. 금리를 1%만 인상하면 가계부담이 연간 4조원 이상 늘어나고 연체가 증가한다. 이미 과중한 이자부담과 대출억제로 소비위축이 일어나고 있다. 금리인상이 경기침체 요인으로 작용하면 부도-실업증가로 이어져 결국 소득감소를 나타낸다. 금리가 정책수단으로서 가치를 상실하여 정책당국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곤경에 처해 있다. 금융회사들이 뒤늦게 위험관리에 나서 돈줄을 죄자 대출창구가 바늘구멍처럼 좁아졌다. 빚내서 빚갚기가 어려워졌으니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위험신호를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비교적 튼튼한 재정기반이 방파제 노릇을 하여 IMF 사태라는 험난한 파고를 막아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국가채무만도 122조1000억원이나 된다. 1997년의 60조3000억원에 비해 갑절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아직은 GDP의 22.4%에 그쳐 재정상태가 건실하다는 것이 정부측의 주장인 모양이다. 그러나 연간 이자부담만도 일반예산의 10%에 해당하는 12조원이나 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수치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 모르겠다. 김대중 정권은 공적자금 156조원 가운데 69조원을 회수불능액으로 추정했다. 64조원만 투입하면 금융체제가 정상화된다고 장담했는데 그것이 2.5배로 늘어났으니 손실추정액의 정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재정지출 억제, 가계 허리띠 졸라매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금의 재정기반도 대단히 취약하다. 적자가 발생하면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채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하다. 공기업의 부실부분도 이에 해당한다.
차기 정부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잠재적 국가채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심각성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려 재정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국민적 협조를 구해야 한다. IMF 사태도 국민이 모른 채 방심하다가 맞은 날벼락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되 충격적 요법은 피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시한폭탄의 뇌관을 뽑으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내채위기를 극복하자면 모든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 말고는 뚜렷한 정책수단이 없다. 이 점에서 국민적 이해가 중요하다.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능력도 취약해져 이라크전쟁이 터지면 유가폭등으로 치명타를 입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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