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멋진 한세상'' 의 소설가 공선옥 "소설은 내게 생계이며 직업이다"

지난 여름, 멋진 한세상으로 독자들 만나

지역내일 2002-12-24
여수에서 춘천으로 둥지를 튼 소설가 공선옥씨를 만나기 위해 그동안 8개월이 넘는 작업시간(?)이 필요했다. 여성단체에서 얼굴을 익히고 어렵게 알아낸 연락처로 안부전화를 하고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조용히 글만 쓰고 싶다"라는 말로 모든 말문을 막게 한 그녀였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쳐 반갑게 인사를 하자 "춘천에서 날 알아보는 사람도 있네"라며 허무하게 웃었다. 좀체 사람에게 마음을 열 것 같지 않던 그녀는 술 몇 잔에 거의 개그수준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전라도 특유의 사투리가 가미된 이야기는 주위사람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춘천은 ''너무 춥다''
왜 춘천으로 오게되었냐는 질문에 "여수 집 전세기간이 다 되어서" 갈 곳을 찾던 중에 춘천으로 오게 되었단다. 그리고 살아보니 "너무 춥다"라는 말로 소감을 말한다. 상대방에게 기대를 주지 않는 직선적이고 솔직한 대답이다. 모든 대화가 군더더기가 없다.
세 아이의 엄마로, 가장으로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나에게 소설은 생계이며 직업"이라며 거침없이 대답한다. 작업실은 32평 아파트 안방에 딸린 화장실입구 구석자리가 전부이다. 워드작업만 되는 286컴퓨터와 낡은 책상, 그리고 방석이 전부인 그녀의 작업실은 다른 사람의 침입을 막고 싶다는 ''나만의 공간''을 지키려는 모습처럼 보인다. 집안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책이 가장 큰 ''소설재료'' 인 듯이 보인다.
춘천에 와서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하지 않은 탓에 그 흔한 핸드폰도 자동차도 없지만 생활하는데는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여수에서는 어머니 품처럼 무한한 에너지를 주는 바다가 있었지만 춘천은 바다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아직 춘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언젠가는 적응하겠지..."라며 쉽게 생각한다. 그것은 아이들의 응석까지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그녀에게는 사치이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다
그녀는 춘천에 와서 ''멋진 한세상''이란 소설집을 출간했다. ''그것은 인생''외 단편소설 10편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여수에서부터 틈틈이 써 오던 것을 정리하고 작품으로 발표했다. 그 흔한 팬 사인회, 작가와의 대화, 문학강의 요청이 들어오지만 하지 않는다. 이유는 글 쓰는 것 외에는 재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이 몇 부가 팔렸는지도 관심이 없다. 그냥 자신의 책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글쓰는 것이 ''직업''이라고 말할 만큼 직선적인 대답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이제 마흔이란 나이가 너무 아름답고 또 다시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책임 있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했다. 그녀의 작품속 곳곳에 숨어진 남자는 늘 무능력하고 재주 없는 사람으로 표현된 것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가족을 책임지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문학평론가 양진오(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부)교수는 공선옥의 소설에는 "남편과 헤어져 아이들을 데리고 팍팍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거룩한 모성과 거기서 탈출하고 싶은 외로운 여성, 잊고 지내던 기억저편에서 떠오르는 고향마을 정겨움"과 "외로움과 가난함이 나의 힘이라고 무심한 듯 능청스럽게 말하는 그녀에게는 일제시대 하층여성의 대변자로서 한 시대 인간 문제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었던 작가 강경애를 느낀다"고 했다.

아직도 아이들에게 ''아가''라고 불러..
그래서 그녀의 소설집에는 질퍽한 전라도 사투리와 적나라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어디를 가도 말투 때문에 아이들도 아직 사투리가 심하다. "엄마, 나 책 사면 안될까~ 잉?"한다. 여전히 다 큰 아이들에게 "아가!"라는 말로 사랑을 전달해 준다.
소설가 공선옥은 시원한 맥주를 좋아한다. 맥주는 쉽게 취하는 소주보다는 목을 통해 시원하게 온몸을 적셔주기 때문이다. 형식을 싫어하고 그냥 편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틀에 박힌 질문에는 별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대신 같이 다리를 뻗고 같이 웃으며 흐트러진 모습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까다롭고 별난 소설가 같지만 안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어느 아줌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춘천이 춥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라는 말로 춘천에 적응을 하고 있는 공선옥. 이번 출간된 ''멋진 한세상''처럼 그녀에게도 춘천에서의 생활도 멋지게 펼쳐지기 기대해 본다.
/원보경 리포터 jane3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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