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고교 입시 부활’의 딜레마(이옥경 2002.12.30)

지역내일 2002-12-30
‘고교 입시 부활’의 딜레마
이옥경 편집위원


며칠전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한 토론회에서 고교평준화를 해제하고 고교입시를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미래 경쟁력을 걱정하는 식자층에는 이런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정 총장이 말한 다른 이슈와 해결책에는 대체로 수긍이 가지만 이 문제만큼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얼마전 교육부가 학부모와 교육 전문가 19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70%에 이르는 다수가 고교평준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보완해달라고 희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교평준화에 대해 한번 숙고해보자. `일류 학교 보내기`에 부모들이 이토록 매달리는 것은 `자녀의 장래를 위해서`가 첫째 이유겠지만 한국의 유별난 체면 문화도 한몫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평준화 폐지, 초등교부터 입시전쟁 유발
내가 고교 이전의 아이를 둔 엄마라고 가정해 본다. 아이가 소위 일류고교(아니면 이류라도)에 다닐 수 있다면 모르지만 삼류 학교를 다니게 되면 우선 `집안의 안녕`에 심대한 장애가 예정보다 일찍 올 것 같다. 현재의 시스템 아래서는 공부를 못해도 그냥 아는 사람들만 아는 상태에서 어떻게 나아질까 속 끓이며 이 궁리 저 궁리하는 수준이다. 이 스트레스도 굉장하지만 고교 서열화가 전면화되어 내 아이의 공부를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살 때의 스트레스와는 비교가 안 된다. 대학갈 때 어쩔 수 없이 들통이 난다 쳐도 우선 고교까지는 현실을 미봉한 채로 조금은 덜 볶이며 살고 싶다.
‘체면을 중시하는 버려야 할 구태’란 말은 지금 하지 말자. 부모들을 그 구태에서 해방시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말로 주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그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러 선결 조건들이 해소 돼야하고 의식도 변해야 하므로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고교평준화의 전면적 해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통 학부모의 이런 심리상태를 너무 간과하고 있다.
정 총장은 한국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피해 아이에게 더 나은 교육을 시키려는 열망이 기러기 아빠를 만들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입시 부활로 일류 고교를 만들어야 일류 교육을 시키려 해외로 아이를 보내는 기러기 아빠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겠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러기 가족의 태반은 한국에서 일류대를 못 보내는 현실을 피하면서 영어라도 건지자는 이유가 훨씬 많다는 것이 자주 엄마들을 접하는 나의 생각이다.
평준화가 전면적으로 해제된다면 희망과는 달리 초등학교부터 더 많은 기러기 아빠가 생길 것이고 아이들은 물론이고 우울증과 신경증에 시달릴 엄마가 늘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평준화의 폐해`는 많다. 특히 수준이 제 각각인 아이들을 모두 한 교실에 몰아 넣고 상위 아이들에만 수업의 초점을 맞춘 현재의 일선 교육현장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다행히 7차 교육과정은 영어 수학 등 몇 과목의 수준별 반 편성을 허용하고 있다. 전교조 등은 이것도 반대하고 있지만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수업에서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정도는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특목고 늘리고 평준화 틀 유지·보완해야
그러나 평준화의 폐해를 입시 부활로 풀려 들면 소모적인 사회적 비용 증가는 가히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다. 이야말로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아 국가 경쟁력 약화를 부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착각하지 않아야 할 것은 일류 고교는 이미 제법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의 일류고에 갈 정도의 아이들은 과학고, 외고, 그 외 시험쳐서 들어가는 고교들에 이미 가고 있다. 그 아이들의 공부는 결코 예전 일류고 아이들 못지 않다. 필요하다면 이 학교들의 수를 좀 더 늘이면 된다. 그러나 공부를 썩 잘해도 이런 일류고에 안가고 그저 동네 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도 있다. 거기에 기대어 숨 좀 돌리는 것이 보통 부모들과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며 사회 건강에 기여하는 줄 아는가.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이 나왔을 때의 더 큰 재앙이 두렵다.

이옥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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